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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앗아가는 **반역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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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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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14 09:47:31 from 211.223 조회수 21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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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독마 펌]ㅇ (알아 갈수록 재미있는 "경제역적들의 최후 발악적인 단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31-1. 대책 없는 언론과 경제전문가(상)
* 참고사항 : 다음 글은 2000년 10월 27일 인사모 강연자료입니다. 이곳의 글들을 기초로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이 자료를 만들었고, 이 자료를 중심으로 강연을 했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차제에, 강연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과 강연을 위해 노력해주신 여러분께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1. 들어가는 말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많은 국민들은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세계 경제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우리 경제만 좋을 리는 없다. 가파르고 다소 긴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오르막길에서는 아무리 힘 좋은 발동기를 달았어도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 힘만 들고 속도는 나지 않기 마련이다. 이런 때는 무리를 해서는 안 되고, 무리를 하도록 요구해서도 안 된다. 무리를 하면 금방 탈진하고 만다. 국민들도 기대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경제가 원래부터 오르막길에 놓여 있었냐? 그것은 아니다. 추락했기 때문에 올라가야 한다. 지난 연말에 경기가 추락하지 않았더라면, 금년 연초의 상승세가 계속되었더라면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사나 경제나 내려가는 것은 쉽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올라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아쉽고, 그래서 나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을 경제역적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참 희한하게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뒤 조선일보는 경제가 조금 좋아지려고만 하면, 비관적 기사를 줄기차게 내보냈다. 불독보다 더 무섭게 물고 늘어져서 기어이 경제를 망치고 말았다. 다른 신문들은 이런 조선일보를 열심히 뒤따랐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언론이 몽땅 조선일보의 최면술에 걸려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조선일보는 환란이 터져서 경제가 엉망일 때는 가만히 있더니, 경기가 막 살아나던 98년 하반기부터 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진 것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자세한 것은 내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3년전 이맘 때]라는 기사를 한번 보시기 바란다. 이건 김대중 정권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우리 경제에 대한 저주였다고 해야 할 정도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꿋꿋이 일어서자, 98년 말부터는 상대적으로 잠잠해진다. 99년 경제성장률이 10.9%를 기록했을 정도이니, 떠들어봐야 입만 아팠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한 참을 바짝 엎드려 있다가, 경기가 조정기에 들어선 2천년 연초부터는 다시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 경제가 경기조정을 끝내고 재상승을 시작한 상반기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다시 저주하기 시작한다. 내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왜 경제역적인가]라는 글을 보면 조선일보의 당시 보도가 얼마나 심각했나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경기가 본격적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작년 연말부터는 조선일보가 다시 조용해진다. 우리 경제가 망가지는 것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이다. 아니 우리 경제가 망가져야 한다고 작심한 듯이 보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작년 4/4분기 들어서면서 우리 경제가 추락하기 시작하자, 조선일보가 다시 조용해졌던 사실을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금년 연초부터 경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 하자, 조선일보는 또 물고 늘어진다. 고위 정책당국자가 경기가 회복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터무니없는 낙관론이라고 몰아붙였던 것이다. 그리고 온갖 비관적인 이야기는 모두 동원하기 시작하여 조선일보 지면을 장식한다. 다른 언론들이 여기에 뒤따랐던 것은 물론이다.
지금은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에 영향을 받아 다시 어려움에 빠져들자, 조선일보 보도는 아주 조용하다고 할 수 있다. 후대 사람들이 보면 '경제가 다시 좋아져서 그렇겠지' 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조선일보를 한번 들여다 보라. 내 말이 틀렸는가를.
절대 틀리는 법이 없다고 큰소리쳤던 내 경제예측이 금년에 딱 한 번 틀어진 것도 조선일보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조선일보를 경제역적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도 큰 피해를 입은 셈이다. 내생변수만 보았을 때는 우리 경제가 틀림없이 살아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조선일보가 아무리 경제를 저주해도 내생변수의 힘이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렇지만 결국은 조선일보에 지고 말았다. 우리 경제도 졌고, 나도 졌다.
2. 경제가 어려운가
그러면 경제가 실제로도 그렇게 어려운가? 아니다. 지금 정도도 감지덕지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금년 상반기 중에 3% 정도 성장했다. 이것은 비교적 낮은 성장률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실적조차 세계 최고수준이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물론 하반기 들어서 더욱 나빠져 있다. 아마 3/4분기 중에 전기대비 실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지 않았으면 다행으로 보인다. 4/4분기에 들어선 지금은 조금 회복되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그 혜택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받을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설령 세계 경제가 모두 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마지막으로 망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성장잠재력도 커져 있고 국제경쟁력도 높아져 있다. 경제여건이 그것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오직, 현재의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앞으로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문제일 것 같다. 너무 어렵다고 떠들어서 그것을 소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반복하거니와,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는 속도도 나지 않고 힘만 들기 마련이다. 이런 때는 차분하게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최선책이다. 탈진하면 안 된다.
3. 언론의 사회적 사명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언론이 하루빨리 제 정신을 차리는 것이 다. 언론이 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장래는 다시 어두워질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저주해서 어떤 결과를 빚었던가를 뒤돌아 보라.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하며, 보다 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언론이 제 정신을 차리도록 해야 한다.
미국 테러사건 때, 미국언론이 보여준 보도태도를 한번 보라. 이것이 바라 미국의 저력이다. 이것이 바로 언론의 노블레스 오블리쥐이다. 미국언론이 당시 어떤 보도를 했는가, 어떻게 미국민들을 안심시켰고, 어떻게 미국의 힘을 결집시켰는가를 우리 언론은 배워야 한다.
언론은 사회지배계층이다. 제4부라고도 불릴 정도다. 그렇다면 사회지배계층으로서의 의무를 져야 하며, 그 의무를 마땅히 다해야 한다. 사회지배계층이라면 사회체제의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고, 사회체제의 안정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테러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더라면 우리 언론은 어떤 짓을 했을 것 같은가? 우리나라의 심장부를 적에게 내주었다고 아우성이었을 것이다. 방공망이 무너진 책임을 먼저 물었을 것이고, 대통령의 비겁한 행동을 신랄하게 나무랐을 것이다. 국방부장관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가, 수도방위사령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방공망 책임자는 또 어디에 있었는가를 심층추적하여 보도했을 것이다. 이외에도 국민들이 놀라고 분노할 건수들을 찾아서 전 언론이 혈안이 되어 경쟁했을 것이다.
이런 보도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이런 보도를 해대는 언론이 특히 눈에 띌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 언론은 이런 사실을 과연 몰랐을까? 그들은 왜 이런 보도를 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국민들의 공포감을 조성해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먼저 고려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쥐이다. 이런 의무를 다하는 자만이 사회지배계층으로서의 자격이 있다.
미국을 숭배한다고 할 정도로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언론이 왜 이런 것에는 철저하게 눈을 감고 있는가? 우리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경제를 저주해서 추락시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언론은 이미 노블레스 오블리쥐를 포기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두 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지 않으면 경기침체(Recession)이라는 단어도 쓰지 않는다. 경제위기라는 말은 더더욱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공포감을 조성해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만 냉각시킬 뿐이다. 그래서 경기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다. 더 심각한 경우에는 예금인출사태(Bank-Rush)와 같은 일까지 일으켜 경제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경제공황을 불러올 뿐이다.
그런데 작년에 우리나라 언론들의 보도행태는 어떠했는가? 우리 경제가 내일 곧 무너질 것처럼 떠들었었다. 그러면 지난해 우리 경제가 진짜로 어려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무려 8.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건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언론은 경제파국이 닥쳐온 것처럼 떠들었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8.8%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져들었다고 보도를 하다니 말이다.
언론은 비판이 생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과 같은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 경제위기가 닥친다고 떠들어대면 국민들도 처음에는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면 경제가 조금 어려워질 것 같다는 따위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진짜로 경제위기가 닥치고 있을 때는 언론은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 다른 글자는 한 자도 쓰지 못하고 전 지면을 경제위기라는 글자로 꽉 채워야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4. 우리 경제 비관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언론이 보도해온 경제비관론의 재료들은 한결같이 경제원리에도 반하고 경제현실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들이다. 단 하나도 이성적인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니 내게 경제역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일일이 한번 따져보자.
첫째, 언론은 국가부채 때문에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 정부는 98년 하반기부터 [중장기 재정계획]을 세워두고, 국가부채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철저하게 은폐했다. 은폐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통합재정수지가 작년에 당초계획보다 무려 6년이나 앞당겨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통합재정수지는 2천년에 당초계획보다 무려 27조원이나 개선되었다. 또한 중앙정부 자산이 국가부채보다 무려 47조원이나 많은데, 이런 나라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며, 국가부채비율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이런 사실들이 모두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통계상으로는 국가부채가 100조원일 때, 200조원이라고 억지를 쓰다가, 조금 지나서 400조원이라고 하고, 얼마 뒤에는 다시 600조원이라고 하고, 지금은 1,000조원이라고 떠드는 것 등 터무니없는 주장만 크게 보도하였다. 국가부채가 고무줄이란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런 것을 어떻게 보도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작 정부가 중장기재정계획을 세워서 국가부채관리에 들어갈 때는, 긴축재정으로 흑자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이 양산되었다고 떠들었지 않은가? 그러면서 어떻게 이제 와서 국가부채 때문에 나라경제가 곧 망할 것처럼 떠들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런 모순된 주장을 함부로 하는 비양심적인 자들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언론인가? 중증의 건망증 환자는 아닐 터인데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둘째, 언론은 중국이 무섭게 커가고 있어서 우리 경제가 큰 일 났다고 떠들었다. 이런 걸 보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어떻게 세상을 이처럼 비관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 그러나 발상을 전환시켜 낙관적으로 보면 한없이 낙관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 중국이다. 세계 최대 인구의 시장,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우리나라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크나큰 축복이기도 하다.
세계경제가 모두 침체에 빠지더라도 이런 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면 우리 경제는 얼마든지 이겨나갈 수가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중국경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유독 높은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시장이 우리나라 옆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중국이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 경제에 희망을 주는 시장이라는 것은 무역수지만 보더라도 쉽게 증명된다. 중국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대해서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매년 무려 50억 달러 내외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우리나라의 아주 좋은 시장이라고 해야 하지 않는가? 또한 아직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중국에 크게 앞서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왜 이런 점은 언론의 눈에 보이지 않는가?
셋째, 성장동력이 사라졌다고도 한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20세기는 수송혁명과 함께 문을 열었다. 수송혁명의 꽃을 피웠던 미국경제가 20세기를 이끌었다. 21세기는 정보통신혁명이 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보통신혁명에 있어서 만큼은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최소한 기반시설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 초고속 통신망 시설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이며, 가입자 수도 세계 1등이다. 기반시설이 이처럼 갖추어져 있다면, 관련산업이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도 우리나라 수출을 정보통신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 산업이 아니라면 수출이 매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 제품이 어느 것도 수출되기 어려운 일본에도 정보통신 관련 제품들은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되는 장비들의 수출은 전망이 매우 밝다. 일본은 인터넷 초고속망과 같은 인프라가 취약해서 소프트웨어가 발전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발을 못해서가 아니라, 개발을 하더라도 개발비를 건질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넷째, 우리 경제도 일본형 장기 저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봇물을 이루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진짜로 웃기는 이야기다. 일본이 왜 지금과 같은 난국에 처해 있는가 따져보지 않고,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한다는 것은 도대체 이해하기가 어렵다. 유사점이라도 있어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주장을 하면서 일본경제와 우리 경제의 유사점을 단 하나라도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자들을 위해 한 수 가르침을 주겠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일본경제의 위기는 저축과 외환의 과잉이 불러온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소득을 열심히 저축해서 부동산을 하나 사놨더니, 이 부동산이 수익은커녕 관리비와 수선비 등의 손실만 낳고 있는 꼴이다. 그래서 소득을 재산이 까먹고 있는 것이 일본경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런 꼴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저축이 부족해서 외국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수지도 최근에야 흑자로 돌아섰을 따름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가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져들고 있다니!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일본형 저성장 궤도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는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다섯째, 잠재성장률이 환란 전보다 더 떨어졌다는 것은 더욱 가관이다. 도대체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러면서 어떻게 경제부 기자를 하는지 모르겠다. 잠재성장률이란 '지속 가능한 최대한의 성장률'이다. 이런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물가불안이나 국제수지 악화와 같은 부작용과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잠재성장률인 것이다. 자, 그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한번 따져보자.
환란 전인 96년에는 6.8%, 97년에 5.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도, 국제수지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물가도 불안했다. 그렇다면 환란 전에는 6.8%와 5.0%의 낮은 성장률조차 잠재성장률을 넘어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잠재성장률은 5%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환란 후인 99년에는 10.9%, 2천년에는 8.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도, 국제수지나 물가가 불안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환란을 거친 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엄청나게 커졌고 국제경쟁력도 높아졌다고 해야 한다. 최소한 8%는 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물론 최근에는 성장률이 뚝 떨어졌지만, 이것은 국내의 내생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기보다는 외생적 요인들에 의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경제를 저주하고 싶더라도 이런 무식한 저주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짓을 저지르기 때문에 내게 경제역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외에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우리나라 경제체질이 환란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거나, 외국자본들이 떠나면 우리 경제는 다시 무너질 것이라는 따위의 저주도 언론은 곧잘 한다. 그러나 이것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잠시 뒤에 다시 거론하기로 하자.
진짜 비관적인 이유가 하나 있기는 하다. 언론의 보도행태가 그것이다. 이것은 구제불능이다. 이것을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5. 우리 경제 낙관적이다.
언론의 비관적 보도와는 다르게, 우리 경제는 아주 낙관적이다. 아니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주어지고 있다. 이런 점도 한번 따져보자.
첫째,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우리에게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주고 있다. 경기가 호황기에는 과시형의 브랜드 제품이 선호되지만, 침체기에 들어가면 실속형의 중저가 제품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그런 기회를 불러오고 있다. 일본은 경제의 이런 속성을 잘 이용하여, 세계 일류경제로 거듭 태어났었다. 70년대 초반의 제1차 석유파동과 80년대 초반의 제2차 석유파동에 뒤따랐던 세계적인 경기침체 때가 그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가 없다. 같은 값이라면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며, 브랜드 인지도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 내지 수백년에 걸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침체기에는 실속형의 중저가 제품을 찾는 것이 소비자들의 속성이다. 이런 특성을 잘 이용하여 일본경제는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제품을 써봤더니 일류제품보다 못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이런 기회가 지금 우리 경제에도 찾아와 있다. 언론이 더 이상 비관적으로 떠들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도 80년대의 일본처럼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다. 당시 일본은 세계경제의 극심한 침체 속에서도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것이 없지 않는가!
작년에 우리 언론들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인 메이저들의 협공으로 곧 무너질 것처럼 떠들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수요위축 속에서도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여전히 활기를 띄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쌓은 브랜드 인지도 덕분에 일본차에 버금가는 가격으로 팔리거나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둘째, 환란을 거치면서 잠재성장률과 국제경쟁력이 몰라보도록 높아져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앞에서 충분하게 거론했다.
셋째, 수출 비중이 크다는 것도 우리 경제에는 축복이다. 현재의 국제경쟁력이 유지만 된다면, 내수의 비중이 좀 더 커져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이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해외경제 사정에 지금처럼 심하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내수만으로도 우리 경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높은 수출비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수출비중을 좀 낮추어야 할 때가 되기도 했다.
넷째,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도 우리 경제에는 축복이다. 서비스산업의 발달에 의해서도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서비스업을 강조함으로써, 이를 통해서 현재의 경제적 난관을 헤쳐나가려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이에 비해 언론은 제조업은 모두 떠나고 산업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고 줄기차게 떠들었던 적이 있었다.
다섯째, 부품산업이 열악하다는 것도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부품산업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고도성장을 이룩해왔는데, 부품산업만 살아난다면 우리 경제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며,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품산업은 벤쳐기업을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여섯째, 주식시장의 장래가 밝다는 것도 우리 경제에는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최악이었다. 주가지수가 1,028에서 504까지 추락했다. 그런데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외국인들은 무려 116억 달러, 우리 돈으로 13조원이나 순매입을 했다. 금년에도 주식시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작년에만 평가손이 무려 350억 달러에 달했지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순매입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이처럼 밝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일곱째, 일본을 앞지를 날도 눈앞에 보인다. 환율만 지금의 절반 수중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면, 국제경쟁력을 그만큼만 올릴 수 있다면, 10년 안에 일본을 따라잡는 일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실제로, 구매력으로만 따진다면, 일본국민의 소득은 우리나라보다 1.5배 정도가 더 많은데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정도는 지금의 성장률로도 10년 안에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일본은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엔화환율이 1/3로 떨어졌었지만 여전히 세계최대의 무역수지 흑자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본이 가능했다면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원화 환율을 지금의 1,300원 수준에서 400원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언론부터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비관주의와 패배주의가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6. 경제전문가들의 역할이 크다
언론에 기대를 걸 것이 없다면 경제전문가들이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경제전문가들에게는 어떤 기대도 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쓸데없는 공부나 연구만 하고, 정작 필요한 공부나 연구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론의 경제역적질에 열심히 부역하려고 나서고 있는 것이 경제학자들이다.
경제학자들이 깨어나야 한다. 그래서 나는 경제학자들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깨어나게 하기 위해서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제일 존경하는 경제학자를 들라면 두 말하지 않고 정운찬 교수와 정운영 교수를 꼽는다. 학자적 태도나 양심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그런데 내가 실명을 직접 거명하면서 비난했던 경제학자도 이 두 사람들이 유이했었다(최근에 조선일보 보도를 비난하면서 몇몇 분은 덤으로 비난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런 분들이라도 제발 깨어나라는 것이 내가 비난했던 취지였다. 우리나라 경제학자나 경제전문가들이 얼마나 심각한 중증에 빠져 있는가를 한번 따져보자.
첫째, 언론의 노예가 되어 있다. 국가부채 문제만 보더라도 이 점은 틀림없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가부채 문제의 보도는 대 국민 사기극이었다. 이런 점을 알아챈 경제전문가조차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경제전문가들이 언론의 노예가 아니고 무엇인가?
둘째, 경제원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제전문가들이 있다. 통화안정증권을 국가부채에 포함시킨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것은 국제적인 망신거리이기도 하다. 경제학 원론을 보면, '통화란 통화금융기관의 대 국민경제에 대한 부채이다'라고 정의를 내려놓고 있다. 그런데 통안증권을 국가부채에 포함시키는 얼치기 경제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지적한 경제학자가 지금까지 하나도 없다.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했다는 것은 통화라는 통화금융기관의 대 국민경제에 대한 부채를 회수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IMF도 통화성 부채는 국가부채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통계지침을 내려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실도 모르는 자들이 경제전문가라고 나서고 있다.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셋째, 우리나라 경제전문가들은 통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떠드는 경향이 있다. 경제전문가라면 모두 국부유출 문제에 대해 한 마디씩 했으나, 이것은 자신들이 얼마나 공부하지 않고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에 불과하다.
만약 작년에 외국인 주식투자 13조원이 없었더라면 우리 주식시장을 어떻게 되었을까? 주가지수는 500이 아니라, 300이나 200도 지켜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면 경제는 어떻게 되는가? 바로 금융공황이다. 먼저 투신사가 무너지고 증권사도 뒤따랐을 것이며, 제2금융권은 물론이고 은행 등의 금융기관도 무사할 수가 없다. 이처럼 전체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면 금융공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금융기관 세계대공황이 주식시장의 붕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것도 모르고 국부유출을 주장한다. 국가경제를 공황으로 끌고 가자는 주장이나 하나도 다르지 않는 짓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면 진짜로 국부가 유출되었고 외국인들은 떼돈을 벌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작년에만 무려 3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0조원이나 날려버렸다. 물론 평가손일 따름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국부유출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는가?
외국인 투자는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고 대외신인도를 높여주었다. 그 바람에 금융기관과 기업은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올 수가 있었고, 아울러 증자와 공개가 쉬워져서 공짜 돈도 쓸 수가 있었다. 외국인들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만 덕을 본 것이다.
넷째, 경제전문가라는 자들이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그 역사조차 전혀 모른다. 공적자금 문제로 시비를 거는 것은 경제사적 지식조차 형편없음을 고백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공적자금에 대해 엉뚱한 비난만 거듭하고 있다. 심지어 공적자금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공적자금이란 금융시스템 위기, 즉 금융공황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이다. 따라서 금융공황을 막았다면 공적자금의 투입은 일단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런데 경제전문가들은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떠들고 있다. 어떤 자들은 어이없게도 국민세금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다 죽어가던 사람을 수술을 하고 약고 써서 살려 놓았더니, 수술비와 약값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떠들고 있는 꼴이다. 제발 본말이 전도된 이런 작태는 없어져야 한다.
다섯째, 경제현실을 전혀 파악치 못하고 있다. 관치금융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경제현실에 무지한가를 드러낸 결정적인 일이다.
건강하다면 잘 먹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우리 몸의 생리기능과 면역기능이 다 알아서 해결해준다. 그렇지만 병에 걸렸을 때는 약도 먹고 수술도 받아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환란을 벗어나는 일을 관치금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병들어서 죽어가는 사람을 면역기능에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하나도 다르지 않다.
여섯째, 경제원리는 전혀 관심도 없다. 그렇지 않다면 빈부격차를 비난했을 리가 없다. 빈부격차란 경기가 빠르게 상승하거나 빠르게 추락할 경우에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경제원리다.
실제로, 우리 경제에서도 환란 발발에 따라 경기가 추락하자, 빈부격차가 커졌다. 또한 환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급상승하자, 또 빈부격차가 커졌다. 따라서 환란 후에 빈부격차를 비난하는 것은 환란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을 비난한 것이나 다름없다. 비판을 하더라도 경제원리에 부합하게 해야 경제전문가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고 떠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설비투자가 감소해서 잠재성장률이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경기의 선행지수가 아니라 후행성 동행지수다. 경기가 살아나야 설비투자가 일어나는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데 설비투자만 증가한다면, 오히려 경제에 부담만 줄뿐이다. 과거에 과잉투자설비 문제로 여러차례 산업합리화 조치를 취해야 했던 것이나, 환란의 도화선이 되었던 한보나 삼미 등의 대기업들의 과잉설비문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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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 대책없는 언론과 경제전문가(하)
(앞에서 계속)
일곱째, 경제전문가들은 경기진단은 아예 포기하고 산다. 구조조정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드는 것은 그 결정적인 증거이다. 물론, 우리 경제가 환란을 세계사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후유증과 부작용도 가장 적게 남기고, 가장 성공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총수요가 감소하는 속도보다 총공급을 더 빠르게 감축시킴으로써 공급자시장을 만들었다. 이런 공급자시장은 기업의 이윤을 키워서 투자가 살아나게 만들었으며, 이에 따라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다. 환란이 터진지 불과 1년여만인 99년에는 성장률이 무려 10.9%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얼치기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성장률이 숫자상의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가를 폭로한 것에 다름 아니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무더기로 도산을 했고, 금융기관들도 많은 수가 정리되었으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됨으로써, 당시 우리 경제의 총공급능력은 엄청나게 위축되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전문가들도 언론과 마찬가지로 반쪽이인 것 같다. 이처럼 한 쪽만 보려고 하니 말이다. 수요라는 면만 볼 것이 아니라 공급이라는 면도 함께 보아야 경제를 제대로 볼 수가 있다. 그런데 공급 쪽은 보지 않고 수요 쪽만 보았기 때문에, 숫자상의 착시현상이라는 따위의 무식한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다.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때가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때가 있다. 지금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해서는 안 되는 때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환란 직후처럼 경기가 추락하게 된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했다가 경기가 추락하면, 이들은 또 어떤 태도로 나올지가 궁금하다. 특히 언론이 어떤 보도태도를 보였을 지가 궁금하다.
환란 직후처럼 경기가 지속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을 때는 구조조정이라는 맞불작전이 필요하다. 산불의 기세가 너무 세서 도저히 불길을 잡을 길이 없으면, 맞불을 놓아서라도 불길을 잡아야 하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맞불을 놓지 않더라도 산불을 잡을 수 있다면, 맞불을 놓는 것은 손실만 키울 뿐이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경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 하에서 경제정책이 선택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상황은 맞불작전을 펼칠 때가 아니다. 구조조정이라는 맞불작전을 펼치면, 경기후퇴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그에 따른 국민적 고통은 환란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또한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것은 다시 투자심리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경제공황에 이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라에게 물리면 솥뚜껑 보고도 놀라게 되어 있는 것이 인간이다. 지금이 환란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바로 이런 것이다. 경기가 조금 안 좋아지는 것 같으니까, 환란 때의 고통이 자꾸만 생각났을 것이고, 그 생각이 현재의 경기를 더욱 안 좋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환란을 겪은 지 얼마 안 되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발 구조조정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드는 일이 이제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경제학자들은 각성할 일이다.
내가 진짜로 걱정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학자들이 도그마에 빠져서 도대체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환란원인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보면 내가 왜 걱정하는지를 쉽게 알 수가 있다. 내가 제시한 환란원인은 미래형이다. 뿐만 아니라 인과관계가 명백하다. 그러나 이것을 명시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제전문가는 아직 하나도 없다.
한번 따져보자. 환란이란 외환보유고의 고갈로 일어난 사태이다. 외환고갈은 국제수지 적자의 누적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고가 고작 320억 달러에서 330억 달러를 오가고 있던 시절에, 환란 전 4년 동안의 국제수지 적자가 무려 435억 달러에 달했으니, 외환고갈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국제수지 적자가 나타난 원인만 찾으면 환란의 원인은 찾아진 것이나 다름없다.
국제수지 적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불러온다. 우선은, 총수요가 총공급능력을 넘어섬으로써 경기과열이 나타난 것이 첫번째 원인이다. 그리고 국제경쟁력이 빠르게 떨어진 것이 두번째 원인이다. 세번째로는 환율도 국제수지 적자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환란 전에는 환율이 오르고 있었으므로, 환란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부차적인 원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경기과열이나 국제경쟁력의 추락은 모두 재정지출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팽창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라는 것이 내 진단이다. 실제로 경제성장률, 국제수지, 물가상승률, 환율 등의 경제지표를 재정팽창률과 대비해보면, 내 진단이 정확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내 진단은 미래형 진단이었다. 미래형 진단이란 쉬운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맞는가 틀린가가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경제원리를 알지 못하면 할 수가 없다. 반면에 다른 경제전문가들의 환란원인 분석은 과거형이다. 이런 분석은 아주 쉽다. 설득력과 호소력이 있을 것 같은 것들만 모아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한 마디쯤 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어떤 의사가 '당신은 중병이 진행되고 있어서 조만간 목숨이 경각에 달릴 것'이라고 진단했다면, 그래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떤 의사를 찾아가야 하겠는가? 다른 의사들이 기초체력도 튼튼하고 면역력도 좋아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면 말이다.
이제 결론을 내리겠다. 경제전문가들과 언론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 특히 경제학자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언론의 엉터리 보도행태를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언론이 제 정신을 차려야 우리 경제가 앞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는데 장애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재도약할 조건은 모두 갖추어져 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만 기다리면 된다. 오직 하나 걱정거리가 있다면 언론과 경제학자들이다. 이들만 제 정신을 차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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