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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4-22, 19:54:44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동료 광주시민들에게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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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 중 호남의 첫 번째 경선인
2002년 3월 16일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가 조직과 연고 등 에서 앞
섰던 두 후보를 재치고 예상과 달리(?) 1위를 했던 그 다음날 썼던
글입니다.
대전에서 광주로 호남고속도로를 탔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 출근 준비를 해야하는 부담도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하고 또 목은 따끔거리며 팔은 저립니다. 타고난 체력이 약해서
인지 몸은 너무 무겁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마음은 들떠 있습니다.
토요일 광주의 경선을 맞이하는 밤을 보내며 우리는 함께 5.18 민주공원
에서 가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분들 앞에 서게 되면 항상 느끼게 되는 그때는 어렸었지만 지금의 내
나이였더라도 그렇게 나서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마음속 깊은 곳의 부담
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호남이 지역감정의 한 축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또 그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정도 이상의 오해와 편견의 굴레 앞에서
무기력함 때문이었습니다.
생명을 지키기는 커녕 살아남은 자로서 가신 분들의 명예마저 지키지 못
하고있다는 죄의식 비슷한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보다 이인제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광주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질책이나 반대로 '광주를 믿는다'는 격려도
우리에겐 크나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역감정의 또다른 축이라고는 하지만 광주가 본디 그 정도 까지는 아니
다. 하지만 노무현을 알리기엔 너무나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결과가 나온 후 " '무조건 지역감정 때문이다' 라는
비난과 깊어지는 오해의 질곡을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생각에 숨이 막혀
왔습니다.
염주체육관.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전국의 노사모 회원들.
멀리서 애써 찾아온 식구들의 표정을 흘낏 흘낏 살피는 못난 모습.
첫날밤을 기다리는 새색시 같은 설레임.
들뜬 침묵 그리고 ........ .
눈물.
광주가 부산 사나이를 선택하였습니다.
그의 가치를 이해하고 광주가 인물만을 보고 부산 사나이를 선택하였습
니다.
이제는 조바심 나는 눈빛이 아닌 조금은 더 당당한 눈빛으로 식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모두들 울고 있었습니다.
광주사람들도, 부산사람들도, 대구사람들도, 서울사람들도........ .
혼자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울기는 ......... .' 하고
그런데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무언가가 얼굴을 타고 내려오더니 옷을
적시고 있는 것입니다.
그 순간만은 그 날 만큼은 밤새도록, 강요받는 '강하고 근엄한 사내'라는
봉건적 속박에서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서울 사시는 경남사나이 구름다리
(또는 sj)님은 함께 울면서 저를 꼭 껴안았습니다.
"그 동안 마음 고생 심했지? 축하한다. 드디어 굴레를 벗어 던졌구나,
축하한다."
몰상식이 살아남는 정치판에서 상식을 고수하는 노무현은 이단아입니다.
외눈박이 동산에서 따돌림을 받았던 두눈박이입니다.
아무 연고도 없이 동떨어져 사는 두 사내가 애인들 보다 더 뜨거운 포옹을
그것도 울면서 하게 만드는 너무 너무 짓궂은 양반입니다.
노무현에 대해서 경쟁자들만큼만 안다면 광주의 선택은 노무현일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자들에 비해서 그의 진가가 알려질 시간과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은 소수의 우리는 그를 알지만 대중(大衆)은 아직 모를 것이라
는 아쉬움과 젖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옥죄여올 굴레가 지레 무겁게만 느껴
졌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광주시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한동안 자리잡고 있던 패배의식과 그리고 그렇게도 스스로에게 경계해왔던
그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안목의 선민의식(先民意識)에 대하여.
제풀에 서글퍼했던 그 버르장머리 없는 오만함에 대하여.
십 수년 이 곳에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광주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겨우 들뜬 마음을 조금 달래고 차분히 앉아 있는 지금 잠시나마 크나큰 짐을
땅에다 내려놓고 한동안 아주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있는 기분입니다.
아직 지역감정이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야 지역감정을 끝낼 준비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 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고 너무나 값있는 시작입니다.
이제 여세를 지키고 꾸준히 가속도를 붙여야 됩니다.
여러분, 이런 말 님들을 거북스럽게 만드는 그지없이 바보 같은 푼수짓인것
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은 외치고 싶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여러분, 저는 자랑스러운 광주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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