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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4-22, 16:56:28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노짱'은 일본어 표현이라며 문제를 삼는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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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특히 노사모 회원들이 애칭삼아 부르는
'노짱'이라는 표현은 일본어라며 근거가 빈약한
형식논리를 내세워 반일감정, 애국심을 자극하며
깍아내리는 글을 요즘에는 자주 접하네요.
일전에 노사모 게시판에 올렸던 글인데
이것으로 짱이라는 낱말에 대한 정체성 논란(?)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열정이 가득하신 자칭 '분노한 학생'님께
(짱은 일본어다라는 문제제기에 대하여)
'~~ 짱' 이라는 표현은 일본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많아서
한 말씀 드릴까 합니다. 비록 발음은 비슷하지만 분명 서로 무관한
어휘라는 것 미리 말씀드립니다.
일어에서 '~~ 짱'이라는 표현은 아이에 관련된 낱말을 합성어로 만
들 때 자주 쓰이는 접미어입니다. 이를테면, '아까짱'이라는 낱말은
'붉은 색'을 뜻하는 '아까(赤)'와 '짱'이 결합하여 '핏덩이(붉은)
아이' 즉 '갓난아이'를 뜻하는 애칭이 되는 거지요.
요즘 우리말에도 '짱'이라는 말이 유행하지요. 특히 젊은 나이 또래
에서 퍼뜨려지기 시작한 '짱'은 '최고','으뜸'을 지칭하는 구어(口語)
입니다.
제 짧은 생각에는 아마 '장(長)'을 된소리로 불러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즉, 기존 일본어 어휘의 '짱'과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짱'은 의미 등 서로 연관이 없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우리반 수학짱은 삼식이다.' 라고 했을 때
삼식이는 어린아이처럼 수학을 못하는 친구라는 것이 아니라 반에서
수학을 가장 잘 하는 친구라는 의미가 되겠지요.
된소리(경음), 혹은 거센소리(격음)가 유행한다는 것은 그 말을 쓰
는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임진왜란 이 후
'갈'이 '칼'로 변한 것은 큰 전란이 끝난 후 정신적인 충격을 대변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세대 역시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하지요.
그래서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유행하는 현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의미 부여를
하자면 요즘은 해학(諧謔)적이고 유머러스한 거리감을 주지 않는
표현으로도 자주 쓰이고 으뜸을 뜻하는 이 '짱'이라는 표현이 가장
대표적 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즉 노사모가 위원님(노무현을 지칭할 때), 회장님(명계남을 지칭할
때) 이라는 낱말 대신 '노짱','명짱'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그
만큼 '권위주의'를 배격하는 거리감 없이 친근함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된소리가 유행하는 현상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짱'
이라는 표현에 보다 더 큰 의미를 긍정적으로 부여하는 이유는 바로
'권위주의 배격' 때문입니다.
수 십 년간 이 땅을 지배했던 그리고 정신문화와 역사의 발전을 저해
하는 군사적 '권위주의'의 폐단의 휴유증이 아직 우리 사회에 너무나
거대하고 암담하기에 된소리의 유행을 그대로 따르는 부정적인 부분
보다는 그 탈권위적인 표현이라는 긍정적인 부분을 더 높게 처 주시는
것도 괜챦을 듯 싶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그럴 듯한 명분이나 구실을 내세워서 상대방을 정도
이상 폄하하는 사례를 곧잘 접하곤 합니다.
님은 보다 나은 방향을 향하는 문제의식은 돋보이는 데 한 박자 쉬어서
'무슨 다른 곡절이 있지는 않을까?'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마음의 여유
는 없으셨나 보군요.
예나 지금이나 제대로 된 이해(理解)나 뚜렷한 근거 없이 열정과 마음만
앞선 나머지 애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폐해는 말이지요, 뚜렷한 악의를 가진 행위 못지 않을 때가 참 많아요.
더군다나 어떤 바람직하지 못한 의도를 가진 지능적인 선동가가 그럴듯한
말장난을 도구로 삼아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게 되고
그리고 나서 사람들이 진실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면 보통 '뭐 알고 그랬나'
하면서 어물쩡 넘어가기 쉽상입니다. 상대방에게는 큰 마음의 상처를 남기
고 나서.
많은 제도권내 언론이 그렇고, 부당한 강자들이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슬픈
현실이 그렇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지능적인 그리고 악의에 찬 선동가들
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말장난에 너무나 쉽사리 넘어가는 모습을 바라
본다는 것은 사실 우리에게는 큰 고통입니다.
님의 글을 접하고 개인적으로 더욱 답답하고 마음 아팠던 이유는 자꾸 우리
사회의 그런 단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순박한 분들의 악의없는 열정, 하지만 부족한 이해(理解)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
분노한 학생님 님은 스스로를 학생이라고 지칭하셨는데요.
님이 만약 중등이나 고등학생이라면 님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나이라면 충분히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이고 대신 님의 그
올곧음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높이 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만은
버리지 말고 훌륭한 어른이 되었으면 합니다.
님이 만약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라면 슬픕니다.
왜냐하면 그 나이라면 이제 보다 여유를 가지고 깊게 생각할 줄 아는 지혜
(知慧)를 요구받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의식을 빙자하여 우선 상대방을 폄하하고 보는 우월감보다는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너무 쉽게 판단하지는 마세요. 대단히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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