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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5-27, 21:24:55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바람이 분다' 연대 노천극장 공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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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만에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을 찾았다.
10여년 전 어느 날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을 찾은 이유도 민중가요 집체공연을 보기 위해서였고,
오늘 역시 연대 노천극장을 찾은 이유도 민중가요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신촌의 거리, 연대 교정의 건물 그 어느 것도 10여년의 세월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흙바닥이었던 관객석이 깨끗한 시멘트 바닥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
10여년 전 그 때의 연세대 노천극장이 아님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와 같은 세대들이 민중가요 공연을 찾고 있었다.
10여년 전에는 20대였던 동년배들이 이제는 30대가 되어
그리고 누군가의 부인과 남편이 되어 각자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정태춘도 10여년 전에 비하면 참 많이 늙어 있었고,
새파랗던 20대의 노찾사들도 모두 40언저리의 나이가 되어간 듯 하다.
그렇게 10여년의 세월을 건너 뛰고 모두들 모여 있었다.
연대 정문을 들어서면서 10여년전 연대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문을 해주던 닭장차와 전경들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들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참 오랜만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보기도 했고,
참 오랜만에 서정적인 민중가요를 목청껏 따라불러도 보았다.
오늘 공연의 제목은 '바람이 분다'였다.
사람들의 손에는 바람風자가 쓰여져 있는 풍선이 들려 있었다.
10여년 만에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바람 때문이었다.
나 역시 10여년 만에 불고 있는 바람이 아니었다면 여기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
정확히 10년 전에 정치니 운동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1991년 강경대를 비롯한 수십명의 죽음에 아무런 보답도 못했을 때에,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군사정권에 이은 YS의 당선을 보면서
그렇게 마음 속의 절망과 단절이 속절없이 생겨나고 있었다.
호남의 인구가 영남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정권교체는 너무나도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영남에 고향을 둔 많은 재야출신 정치인들이
YS정권도 개혁정권이라며 투항해 갔고,
지금은 DJ정권 반대가 지상과제인양 국보법 철폐도 반대하고
주5일 근무제도 반대하고, 6.15공동 선언도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
1997년 잠시 희망을 가져본 적이 있었다.
지역주의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라도 소수 정권의 한계는 금방 드러나고 말았다.
개혁은 번번히 저항에 부딪쳤고,
영남의 반개혁적 지역주의는 더 큰 기승을 부렸다.
또다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주의라는 괴물 앞에서 절망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렇게 모두들 절망에 빠져갔다.
노무현이 절망 속에서 깃발을 들며 희망과 원칙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누구도 그가 대통령은 커녕,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를 심정적으로 좋아하던 사람들조차 가능성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여론조사에서도 그를 지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무현은 혼자서 조직을 만들어갔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운동가들조차 원칙을 훼손하고 자신을 훼절시켜 갈 때,
노무현은 정통성을 말하고 역사의 원칙을 말했다.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을 때,
모두들 잔치는 끝났다고 지갑을 들고 각자의 셈을 마치고 떠난 자리에서
그는 촛불을 켜고 다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잔치를 준비해간 것이다.
국민참여경선, 울산에서 노무현은 자신이 준비한 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노동운동의 메카, 그곳에서 노무현은 이인제를 제치고 1등을 한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노무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결과로 보도되지 못한 SBS여론조사에서
노무현은 1%차이로 이회창을 앞서기 시작했다.
노무현이 혼자서 하나 하나 켜나가던 잔칫집 촛불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그리고 광주가 이에 화답을 하였다.
나는 광주 경선을 기다렸다.
만일 광주가 이인제를 선택한다면,
광주를 향한 애정은 이것으로 끝났다고 선언할 예정이었다.
마음 속으로 광주를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광주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작은 도시가 아니었다.
광주는 민주의 성지라고 불리어도 조금도 아깝지 않은 도시라는 것을
나에게 그리고 또 노무현에게 보여 주었다.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광주의 승리에 감격해 눈가에 눈시울이 적셔지던 노무현의 모습을 ...
광주는 그래서 정말로 자랑스러운 도시가 되었다.
노무현의 잔치가 성황리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광주가 없었다면 너무나 서글펐을 것이다.
김대중 깃발을 들고 부산에서 낙선한 노무현이 너무 불쌍했을 것이다.
그러나 광주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광주는 노무현이 마련한 잔치에 제일 먼저,
그것도 가장 드라마틱하게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면서 와주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노무현에게 미안하다.
그 옛날 나도 엎어진 잔치상을 뒤로 하고,
잔칫집을 떠난 사람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잔칫집에 모여 있다.
다시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이 준비해 놓은 축제의 장에서 모두들 한마디씩을 하고 있다.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주인공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훈수를 두기에 여념이 없다.
YS를 찾아가서 노풍이 사그라든다는 것에서
DJ와의 차별화를 주문하기도 하고
노무현을 향한 별별 비판의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나는 노무현을 믿는다.
왜냐하면 절망 속에 빠져있던 나에게 희망을 가르쳐주고 잔치를 마련해준 사람이
바로 노무현이기 때문이다.
서울 경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날,
노무현은 노사모 회원들 앞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20대 피끓는 청춘을 뜨겁게 했던 노래들을 불렀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노무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랑스런 민주화 운동의 정통을 회복하고 싶었던 것이다.
1987년의 분열과 3당합당으로 훼손된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되살리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청춘의 꿈을 되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역감정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고,
그래서 그는 YS도 찾아가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이 일으키는 바람 속에
지난 청춘에 날려 보냈던 희망을 다시 찾아 바람에 실려 보내며
나는 이 곳 연대 노천극장을 찾았다.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최영미란 시인은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을 이렇게 끝내고 있다.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 마지막 구절을 방패 삼아 지난 10여년을 자위하며 살아왔다.
면목이 없지만 이제라도 노무현이 마련한 민주화 운동의 잔치에 손님으로라도 참가해야겠다.
마지막까지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환하게 불 밝히던 노무현의 수고를 생각하면서
도저히 더 이상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말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잔치에 밉지만 YS도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나라당으로 떠나갔던 이부영을 비롯한 자칭 개혁파라 하는 국회의원들도,
6월항쟁의 뜨거웠던 거리를 메우던 넥타이 부대와 30대 후반의 가장들도,
민주화 운동의 끝물에서 절망만을 배우며 떠났던 90년대 학번들도 모두 모였으면 좋겠다.
모두가 하나되었던 6월의 힘으로 이 나라를 이끌고 가기를 바란다.
이 공연은 "아름다운 세대들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공연"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10년은 수구세력의 등에 업혀 개혁을 흉내내던 YS도 극복하고,
수구세력에게 반쪽을 내주며 추진하던 DJ의 절름발이 개혁도 극복했으면 좋겠다.
명실상부하게 민주화 운동 세대의, 민주화 운동 세대에 의한,
민주화 운동 세대를 위한 개혁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개혁의 힘은 통합에서 나올 것이다.
노무현은 그래서 통합과 개혁을 외치는 것이다.
노무현을 위해 아니 나 자신과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지난 10년간 아껴두었던 열정과 박수를 노무현에게 보낼 것이다.
공연 막바지에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진 폭죽의 불꽃을 보면서
12월의 환희에 찬 승리를 상상해 보았다.
우리의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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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 ... asdf / 200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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