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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8-08, 07:40:32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이규태의 화이부동, 유시민의 화이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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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而不同, 논어에서 읽은 적이 있다. 논어라는 출처를 곧잘 혼동할 정도로 즐겨 사용했던 말이다. 한국식이거나 서구식이거나 하는 따위의 수식어로 아전인수격인 '민주주의'를 설파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 우리의 습성으로 물들지 않는 민주주의라는 생경함을 여전히 느끼기도 하지만, 내가 이해하는 한 민주주의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 화이부동이라는 오랜 어귀였다.
오늘, 기묘함을 느꼈다. 이규태의 화이부동을 읽으면서, 오직 다름을 기준으로 편을 갈라 헐뜯고 모략하는 세태를 탄식하며 옳고 그름의 사리를 논함이 없는 것을 질타하는 소동파까지 인용한 이규태였지만, 그의 글과 조선일보의 지면을 덮는 반복되는 주제의 글들을 아주 어색하게 온 몸으로 느꼈다.
기억하기로, 이 땅에 오직 다름을 기준으로 편을 가르고 증오와 갈등으로 인간을 훼손하던 것은 레드 컴플렉스나 지역감정을 볼모로한 정치적 대결따위였다. 그런 것들에 기생하고 그것들을 공고히 하는 한 축의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 조선일보라고 감히 지적할 수 있는데도, 오늘 이규태는 화이부동이라 했다. 이 어울리지 않음을 앞으로도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다.
흠집내기, 헐뜯기. 근래의 조선일보 지면에서 빠지지 않고 볼 수 있는 말이다. 비판의 내용에 대한 공론의 장을 훼손하면서 내용에 대한 언급은 어느새 비판이라는 행태에 초점을 맞추면서 감춰진다. 누가 덜 난폭하느냐, 누가 덜 말하느냐의 게임이 된다. 행태를 가늠하기 위해서 명함에 쓰임직한 직위들이 자주 열거되고 어떤 누가 말했느냐라는 권위의 게임이 된다. 무엇을 왜 비판하는 지에 대한 것들보다는 누가 어떻게 말했느냐의 게임, 정치권에서의 물타기만큼이나 흔하게 보아오던 위기 타개책이다. 정원식류의 해법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거대한 부패언론사들을 비판하는 것은, 분명히 밝히건데, "다름"을 이유로 하여 시작되고 타올랐던 것이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국론통일' '총화단결' 따위의 同에 대한 숨막히는 시절을 극복하는 움직임이 바로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을 시작하게 했고, 그것에 긍정하게 했다. 전체주의적 습성인 同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해 和를 요구했다.
광신도, 홍위병 따위의 모략들은 조선일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同으로 몰아세우는 적반하장의 시도였다. 꽤 효과적인 도구였다. DJ와 DJ가 아닌 편을 나누는 광신도라는 말과 정권의 홍위병이라는 말. 과연 이규태가 조선일보의 지면위에서 화이부동의 푸념을 할 만큼 어울리는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화이부동을 말했던 또 하나의 인물, 유시민을 떠올릴 수 있다. 빨갱이라는 색깔만으로 어떠한 사회적인 논의도 무산시키던 그 시절, 그는 화이부동을 말하면서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인권과 자유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다르지만 어울릴 수 있게 받아달라는 요구였다. 그의 항소이유서가 그것을 말한다.
이규태의 조선일보와 유시민은 둘 다 자신을 받아들여달라는 요구를 하는 점에선 같다. 그리고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함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조선일보는 조선일보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고, 유시민은 오직 하나만을 향한 同을 받아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기와 같은 부류들에만 열려 있는 조선일보들과, 조선일보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는 유시민들의 차이다.
郡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
이규태의 화이부동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십년이 늦었다. 그 시절에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할 성채에서 생각치 못했던 바를 이제 와서야 깨닫는 것처럼 말한다면, 그 때에 목마르고 목말라서 담벼락에나 몰래 끄적이던 사람들이 얼마나 어색해 하겠는가. 이 어울리지 않는 그로테스크함과 어떻게 和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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