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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9-11, 09:01:53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노무현, 지역구도, 정세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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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화두가 되는 이인제, 실로 이 사람의 실력은 인정해 줘야 합니다. 누구의 그늘에서 어떻게 컸든, 이회창도 마찬가지고, 구정치체계의 승계를 조금이라도 받은 사람이면 주어진 조건에서 경쟁한 것입니다. 이회창이 그의 색깔이나 평소 품행(^^), 이딴 걸로 많은 비판은 받더라도 그가 표를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은 인정해야 제대로된 전략이 나온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인제, 이회창보다 노무현을 선택한 이유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어떤 사람은 되어선 안된다는 가치관의 선택이지 실력론에서 힘의 우열을 가리는 게임은 아닙니다. 아실 이야기, 다시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
영남 표심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힘이 강한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죠. 지역구도는 제 2차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영남 표심이 보여준 형태가 그 실례가 됩니다. 일차적으로 어디 태생이냐가 지역구도의 기본 구조가 되었습니다. 김영삼 거제도, 김대중 하의도 이런 식의 쉬운 논리였습니다.
이 지역구도는 2차적인 형태,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는 세력, 표를 주고 이해를 받는 계약관계의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뚜렷하게 영남 출신이 부각되지 못하는 이인제와 이회창이 경상지역에서 각광받았던 이유가 그것입니다. 지역 출신의 정치 인물이 사라진다고 해도 지역구도가 깨지지 않는 이유가 됩니다.
요컨데, 그 지역의 선수로 충분하면 되는 겁니다.
김영삼 집권당시 경상지역은 대구를 중심으로 한 축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축의 균열이 있었습니다. 과거 군부세력을 중점적으로 지지했던 대구지역이 문민 정부 이후 김영삼을 필두로한 부산지역으로 정치 중심이 이동하게 되면서 나온 상대적인 박탈감이 존재했습니다. 우연히도 정권의 성격과 지역의 구분이 형성되버린 것이죠. 어쨌든 대구는 지역대표와 출신지가 이질적인 첫번째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97년 대선이 되면서 박정희를 이미테이션한 이인제, 물론 이미지를 비롯해서 정책의 유사성까지 보이면서 대구지역에선 각광을 받게 됩니다만 경상지역 전체를 하나로 묶어야할 위기 요인이 발생합니다. 김영삼 이후 김대중이라는 인물 대결 구도에서의 주자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대구 부산은 이회창이라는 지역정당의 대표선수를 밀어주게 되는 지역구도의 2차단계에 이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직 호남은 인물과 지역이 동질적인 김대중을 경험하고 있는 상태에서 말입니다. 이인제의 탈당도 주요한 원인이 되었지만, 이회창의 우세는 표를 집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대표선수로 몰아주는 성향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것은 외부적인 위협요인인 김대중이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런 학습효과에 의해, 이번 대선은 재밌게 됩니다. 호남지역이 2차 단계의 지역구도를 경험할 차례가 되고, 경상지역은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게 됩니다. 일차적인 지역구도를 비판하면서도 본질적으론 변함없는 지역구도가 구성될 것입니다. 이회창입니다. 출신지역에 의한 투표를 비판하면서 전국후보로 내세우지만, 기실 표와 장악한 정치력의 분배라는 계약관계를 확신시키면서 지역구도를 완성시킬 겁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지.
호남지역과 민주당 관련단체의 상당수가 불과 몇개월 전까지 이인제를 화두로 삼아 차기 대권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들도 지역정당으로서의 오류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도 대구, 부산이 겪었던 지역구도의 2차단계의 준비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역시 강한 쪽으로 표를 집중하려는 경향을 내보이고 있었죠.
노무현의 선전은 이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내년 대선에서 노무현의 슬로건은 이렇게 될 것입니다.
영남지역의 유세
"부산의 아들 민주당 대표 노무현을 찍어주십시오"
호남지역의 유세
"부산의 아들 민주당 대표 노무현을 찍어주십시오"
^^ 강조점이 다릅니다. 영남지역에선 민주당 대표 노무현, 호남지역에선 부산의 아들 노무현, 그리고 이렇게 외칠 겁니다.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노무현을 찍어주십시오. 두가지 조건과 강조점을 엇갈리게 주장하면서 일차 단계의 지역구도에 정면으로 도전할 것입니다. 그것이 노무현이 아직 민주당에 잔류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지역구도는 2차적 단계에 들어서 있다는 것.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선 전국 후보로서의 면모가 필요하고, 그것은 제3의 출신 지역으론 정면 돌파할 수가 없습니다. 이회창, 이인제가 가지는 일차단계의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듯 하면서 정작 그렇지 못하는 지역구도와 도전하기 위해서 노무현은 이런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서민의 대표, 노무현. 노동자의 벗 노무현.
지역의 이해와 계약을 맺는 후보가 아닌 계층적 지지를 꾀하는 후보로서의 노무현으로 등장해야 합니다. 했지요? ^^
일차적 지역구도와 이차적 형태의 지역구도에 정면으로 도전. 이것이 노무현이 갖는 21세기 한국에서의 코드입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화두로서 노무현은 의미를 가집니다.
이회창의 주류론 이후, 한나라당에서 그 부분을 더욱 홍보할 수록 극명한 대결구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역구도의 강화인데, 만일 내년 대선이 지역구도가 가장 많이 강조되는 전략으로 나갈 경우, 이인제는 경상지역의 틈새와 호남지역의 2차적 지역구도형태로서 수혜를 받게 되고, 이회창은 경상지역의 양적 지지와 호남, 영남 이외의 지역에서 계층적 지지를 획득함으로써 승리를 하게 됩니다. 아직 서민층은 후보에 대한 자각이 없는 반면, 지배층은 확실한 후보 지지의 경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민주당은 기본 모토가 서민의 정당입니다. 이것을 부각시키지 못할 시 민주당은 필패이고, 지역구도가 성립되는 순간 완패입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다. 전략과 표관리로 승리하는 것이 나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 시대가 짊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가지 않는 한 의미없는 논쟁일 뿐입니다.
그래서 노무현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구도를 깨뜨리면서, 서민층의 자각을 일깨우면서, 이제 드디어 인물 중심이 아닌, 힘의 우열에 의해 한쪽으로 쏠리는 야합행위가 아닌 정치 시스템을 시작하기 위해서 노무현이 필수적인 코드입니다. 민주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살 길도, 이 땅이 지역구도에 의해 더이상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도 노무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근태는 정신을, 이인제는 육체를 노무현에게 주어야 공생할 겁니다. 그리고 노무현은 민주당 한나라당에 산재한 옛개혁세력을 다시 서민의 대변자들로 헤쳐모여를 시킨다음 자신의 정치 기반 세력으로 삼아야할 과제를 가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선 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고 차기의 과제가 되겠지요. 지금은 그들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데모버전을 보여주는 단계입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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