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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9-17, 16:41:58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테러와 전쟁 반대] 또다시 고개를 드는 이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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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출력을 높히고 있다. 아니, 양비로 분류되는 목소리들에 대한 협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논리는 단순해진다. 테러에 대한 반대는 보복전쟁의 찬성으로, 보복전쟁의 반대는 테러에 대한 옹호로 치부하려는 시도들이다. 테러를 반대하고 보복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을 양비로 분류하면서, 은연중에 테러 세력을 옹호하는 자들로, 혹은 뼈속까지 빨개진 반미주의자로 성급한 분류를 마치려 한다.
테러에 대한 반대는 방법에 대한 반대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보복전쟁에 대한 반대또한 그렇다. 민간인이 미정부의 대외정책을 대신하여, 혹은 테러집단을 대신하여 희생양이 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물리적인 우위를 다투는데서 테러가 시작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며, 물리력으로 테러를 근절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집단의 광기에 미쳐돌아가지만 않는다면, 우린 이미 그 답을 가지고 있어왔다. 악당과 대립하여 그를 굴복시킨 주인공이 악당의 목에 칼을 그으려고 할 때, 잠깐!을 외치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다. 왜냐구? 그와 똑같은 사람이 되기 때문이란다. 우린 그런 답을 진작에 가지고 있었다.
우리네 할머니들이 위안부로 끌려가 인권을 훼손당했다고 하여, 우리가 일본열도를 침략한다든지 그들의 딸을 유린하는 것을 우리의 응징으로 삼지 않는다. 우린 그렇게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
동경에 투하된 핵폭탄이 고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린 치기일 뿐, 정작 그것은 인류의 머리위에 내리치는 재앙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 무역센터에서 모닝커피를 즐기던 사람도, 황폐한 땅에서 말라죽어가는 줄기를 움켜쥐며 한숨쉬는 아프카니스탄의 농부도, 거대한 불기둥에 휩쓸려서 사라진 동경의 시민들도 모두다 '우리'의 이름으로 불려지며, 우리가 지켜야 하는 동료들이다. 우린 결코 여객기를 탈취하여 건물에 돌진하는 이들도 아니고, 크루즈 미사일의 발사단추를 희롱하는 손가락의 주인도 아니다. 우린 권력을 빼앗긴 민중이며, 권력이 휘두르는 물리력앞에서 두려워하는 같은 이름의 인간들이다.
테러와 전쟁에 반대한다. 테러와 전쟁에 희생된 이들을 애도한다. 포악한 일체의 힘들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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