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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0-12, 18:07:01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오늘 피학대 아동 사진전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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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리고 여린 몸에 새겨진 상처를 보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부모를 포함한 지인에 의해 이루어진 상처들이었습니다. 마음에 새겨진 아픔은 짐작조차 못하겠습니다.
한 네살박이 아이의 사진이 있었는데, 병상위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옆에 짤막하게 적어놓은 그 아이의 사연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아득해졌습니다. 그 아이는 아버지와 내연의 관계에 있는 위탁모에 의해 학대를 받아오다가, 사실이 발견되어 격리되었습니다. 격리된 후 그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위탁모의 학대를 금지할 것을 약속받고, 위탁모에게도 마찬가지의 약속을 받아낸 후 가정으로 돌려보내졌으나, 결국 위탁모에 의해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그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타고난 종자의 탓일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의 상황에서 모든 이들이 방어를 위해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살해가 가능한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야만의 본능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발현되기도 합니다.
공간이 격리되고 폐쇄되는 순간 세계의 일반 질서와는 또다른 권력지형이 등장하게 됩니다. 가정이라는 테두리가 폐쇄된 공간이 되는 순간에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권력의 지형이 발생하게 되며, 견제가 없는 권력은 포악해지기 마련입니다. 권력의 속성이니까요. 아이가 자라서 저항하기 까지, 아이가 주체적으로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모순들입니다.
그 가정이라는 테두리, 사적인 테두리에 개입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호되어야할 가치를 위해서 "제 3자는 빠져" "남의 가정사에 관심꺼"를 맞부닥치면서 간섭합니다. 법과 제도를 진정 보호할 것을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꿔가면서 말입니다.
사회운동은 이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계에 종사하지 않는 제가 언론개혁을 언급하는 이유가 언론이라는 특권의 테두리속에서 자행되는 권력관계들, 무참하게 유린되는 가치들을 사회적인 책임감으로 묻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언론계의 권력은 이미 소수에게, 가진 자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체들에게 눈감는 것은 사회적인 방기이며, 범죄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다 열린 사회가 될 수록, 이곳에서 어느 곳에서도 언론을 이야기하고 권력을 이야기하고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사회가 될 수록, 우리들의 토양에서 피어나는 가치들을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키고자 한다면, 간섭할 수 없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인 것들을 외면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 어린 꽃들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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