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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07, 10:48:32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서북인에 대한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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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인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으십니까? 아마 귀에 익은 분이라면 독립운동에 관한 글을 접해보신 분일 겁니다. 역사의 몇몇 페이지에서 서북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가장 왕성하고 활동적이며 우호적인 입장에서 서북인의 이름을 부른 것은 독립운동사 부분일 겁니다.
여인천하에 밀려 상도를 보지 못하다가 내친 김에 책으로 읽어버렸습니다. 3권까지 읽었는데, 2권에서 3권을 넘어가면서 나오는 주된 내용이 홍경래에 관한 부분입니다. 서북에 대한 조선사회의 제도적인 차별과 억압구조에 항거한 인물인데 아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헌데, 전봉준이라는 이름도 들어보셨습니까? 녹두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지요. 홍경래와 전봉준의 공통점은 기층인 농민을 기반으로 해서 당시 사회의 모순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람들이고 또 좌절한 사람들이지만, 후세에도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전한 생각과 세상의 모습을 말하곤 하는 상징적인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조선에 대한 혁명을 주장하면서 궐기한 두사람의 차이는 서북인이라는 지역차별을 봉기의 주된 이유의 하나로 들고 일어난 홍경래와는 달리 보국안민의 기치를 위주로 외세와 조선내 지배세력에 대한 저항을 주제로 한 전봉준이라는 점이겠죠. 오늘에 와서 보자면, 서북과 호남이라는 지역의 공통점이 있긴 합니다만, 전봉준의 경우에 지역차별에 대한 항거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 조선후기에 호남에 대한 차별이 없었든지, 혹은 동학이라는 전국조직의 특성 탓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특이한 점은 서북인의 경우 조선사회내에서 차별을 받고 억압을 받았던 지역에서 유달리 활동이 왕성한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배출했다는 점입니다. 일제가 강점했을 때 기존 조선의 질서에서 소외되었던 서북이 일제와 유착하지 않고 오히려 일제에 가장 강렬한 저항을 한 인사들을 배출했다는 점이 역사의 아이러니로 느껴집니다. 독립운동사에서 지역과 연결된 운동의 인맥은 아마 서북뿐일겁니다. 다른 분들은 거의 개인적인 의사였구요.
오늘날 우리들 사이에는 지역 패권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억압에 저항하는 지역색이 아닌 기득권을 둘러싼 획득의 경기일 뿐입니다. 79년 박정희가 탄압하는 김영삼을 코드로 해서 그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에서 일어난 부마항쟁과 80년 신군부의 등장으로 김대중을 코드로 하여 역시 그의 정치적 기반인 광주에서 일어난 광주항쟁. 이것은 분명 홍경래, 전봉준과 같이 억압에 항거하는 의식이 전제되어있었습니다만, 과연 지금 영남후보론, 호남후보론을 거론하면서 지역표밭을 계산하는 그 모습에서 차별과 억압에 저항했던 그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다시 보국안민의 기치를, 독립운동의 정신의 모태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서북에 대한 생각이 영남과 호남을 이어서 생각하게 합니다.... 억압에 저항하는 정신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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