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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4-30, 13:56:37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지식인, 민중 그리고 먹물 한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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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되지 않은 민중은 민중이 아니다? 아니다가 아니다. 기다.
만물의 깊은 속에는 부처가 있다. 씨앗에는 보리수가 있다. 파편화된 개인에게는 집단으로서의 민중이 있다. 민중은 조직화되어, 집단으로서 하나의 이름을 얻고 집체로서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것이 민중이다. 씨앗은 보리수의 부정이 아니다.
지식인은 세상을 설명하고, 세상을 납득시키는 존재다. 신화는 세상을 맨처음 설명하기 시작한 시도였고, 지식인은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설명을 하고, 행동하기 위한 설득을 한다. 지식인은 그런 존재다.
주류는 지배적인 운영의 주체를 말한다. 한편의 지식인은 현실 세계의 운영이 정당하고, 효과적이며, 정의롭다는 것을 설득한다. 자본주의에서의 삶의 방식은 개인의 이기심의 추구를 통해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납득시킨다. 다른 한편의 지식인은 현실 세계은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이며, 착취와 탄압으로 부조리를 일삼는 것이라고 납득시킨다.
조직되지 않은 민중은 민중이 아니다. 그렇다.
조직된 민중은 현실 세계의 부조리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와 부당한 지배의 실체를 납득할 때 행동한다. 3월이 그렇고, 4월이 그렇고, 5월이 그렇고, 6월이 그렇다. 우린 달력마다 세겨진 민중의 출몰을 목격한다. 하나가 된, 그리하여 '민중'이라는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된 거대한 실체는 세계의 재편성을 도모한다. 급박한 긴장속에서 격렬하게 몸부림친다. 지식인은 이미 사라진다. 팽팽한 긴장과 섬뜩한 감동 속에서 모두가 민중이 된다. 하나가 된다.
집단화된 하나의 민중은 그 긴장을 지속할 수가 없다. 평온한 일상, 더욱 더 먼 생의 길을 가기 위해 그만한 긴장을 지니고는 살 수 없다. 다시 파편화된 개인으로서 대지위에 스며든다. 그곳에는 부조리를 외치던 목소리도, 지배에 항거했던 격렬한 몸부림도 생의 방식이 되지 않는다.
지식인또한 민중에게서 분화된다. 개체로서의 실체를 획득하게 되고 저마다 리영희, 백기완, 강준만 등의 이름 혹은 조갑제, 복거일, 지만원 등의 이름을 얻게 된다. 그리고 세계에 대해 개개의 씨앗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지식인은 그럼으로써 존재한다.
조직화되지 못한 채, 파편으로서 존재하는 개인은 세계의 편성에 동의한다. 성경에 손을 얹고 선언함으로써가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서 선택을 하면서 동의를 하게 된다. 전라도에게 정권을 빼앗겨서 삶이 힘들다고 믿게 되고, 보궐 선거에서 경상도당을 찍는다. DJ의 실정 때문에 대우자동차에서 쫓겨났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DJ를 질타하는 조선일보를 읽는다. 또한, 세계의 부조리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식이 판검사가 되고, 장관이 되는 것에 동의한다. 그래서 빚을 내서 과외를 시키고, 자신은 치열하게 옆자리의 동료와 경쟁하며, 공무원에게 몇만원 찔러주고 주차위반을 무마한다.
하지만 지식인은 그들의 생존방식대로 세계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계속한다. 조직되지 않은 민중에게 조직될 것을, 하나의 이름으로 거대하게 일어설 것을 요구한다. 한편의 지식인들은 조금만 더 열심히 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또 더이상 없거나 약하서 비굴해 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격려를 한다. 이 세계는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민중은, 아니 민중이 아닌 민중은 일상을 살면서 세계가 요구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 파편화 되어버린 상태로 세계의 편성에 대해 항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탑골공원에서 선언문이 낭독되고, 억울하게 죽은 시신이 떠오르고, 공수부대가 총을 쏘고, 박종철이 죽으면 민중이 아니었던 민중은 다시 하나로 모여들어, 녹아들어, 개인의 이름이 소멸되고 하나의 이름으로 통합된다. 민중이다. 부정할 수 없는 실존으로서 민중이 된다. 비주류이면서도 주류의 세계관에 동의했던 바를 거부하게 된다.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해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긴장을 견디면서 일상을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민중은 실체의 현현과 은둔을 반복하게 된다. 씨앗으로 보리수로의 윤회를 하고, 부처로 만물로의 윤회를 한다. 역사속에서 필요한 순간에 급조되어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늘 존재하나 형태를 바꿔가면서 존재한다.
그래서, 조직되지 않은 민중은 민중이 아니다? 과연?
씨앗이 보리수라고 믿지 않는 자는 씨앗을 심지 않는다. 보리수를 기다릴 뿐이다. 그에겐 부처가 없다. 조직되지 않는 민중을 민중으로 알아보지 못하는 자는 민중에게 세계를 설명하고 설득하지 않는다. 그는 지식인이 아니다.
지식인은 학자가 아니다. 배운 자가 아니다. 지식인은 세계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자를 말한다. 그래서 박노해가 지식인으로 불리웠던 빛나는 전적이 있었고, 그래서 김동렬이 지식인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지금은 모두가 말할 기회를 얻었고, 말할 자격이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 역할을 자임하는 자가 지식인이 된다. 그것이 인터넷의 정치학이다. 학위가 아니어도, 지위가 아니어도 설득의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 모두에게 제공되었고, 씨앗으로서의 민중이 그 자격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다. 진정 지식인은 이제 민중과 다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진정 민중이 스스로 지식인일 수 있게 되었다.
먹물은 세계를 보았으나 설득하지 않는 자를 말한다. 혹은 설득이 아닌 변명하는 자를 말한다. 조직화된, 거대한 하나의 민중이 일어설 때 그 거대한 바다에 흡수되기를 거부하는 한방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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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어.. 후기라니까 이상하당.. 위 글은 대한매일 네티즌 칼럼니스트이신 김동렬님과의 연속된 댓글로 쓰여진 것입니다.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김동렬님의 주장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대한매일 네티즌 칼럼 입구에서 18번 웨이터 김동렬을 찾아주세요.. (전.. 하루라도 흰소리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 근데.. 참.. 김동렬님과 글을 주고받다 보면 어투가 꼭 김동렬님을 닮아가게 된다니까요.. 글씨.. ^^a
그리고 하나 더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노무현님은 과연 이 땅의 사람들에게 하나된 민중으로 기성 정치의 부조리에 대해 뒤흔들 무엇을 요구하고 있을까요? 우린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어찌해야한다는 설득을 하는 노무현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걸까요? 노무현님은 그런 역할을 자임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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