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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1-23, 14:44:02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파스칼의 김구, 노무현의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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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주절거림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숨막히는 추위와 혹은 그 냉철하고 예리한 시선이 따뜻한 어떤 어루만짐도 없이 다음 그 다음을 재촉하는 전개에 치를 떨었었다. 아포리즘을 넘어선 암호같은 문장들 사이에 지금까지 어느 한순간도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그의 몇마디 말은 때론 나를 못처럼 한 자리에 붙박히게 했고, 때론 그의 단언을 부정하기 위해 따뜻한 어루만짐을 감히 실천하게도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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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없는 정의는 무기력하고 정의가 없는 힘은 포악하다. 우리는 정의로운 것을 강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강한 것을 정당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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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수천번 이 말을 되씹었다. 때론 좌절하면서 되씹었고, 때론 떨쳐일어나 싸우기 위해서 불쏘시게로 쓰기도 했다. 어떤 이는 같은 말을 내뱉으면서 끝없는 냉소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여기 또 한사람은 같은 고민의 끝에서 실천의 실마리를 찾는다. 그의 고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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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어왔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했다. 나의 답은 다른 이들도 흔히 꼽는 것처럼 김구 선생이었다. 김구 선생은 생 을 마칠 때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지조를 지킨 지사였 기 때문이다. 우리 한민족에게 벗어나기 힘든 운명처 럼 다가온 분단 에 끝까지 맞선 분이 김구 선생 아닌 가. 누구나 존경하고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김구 선생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존경할 만한 사람은 왜 패배자 밖에 없는가?'하는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왜 패배했는가? 역사에서 올바른 뜻을 가진 사람은 왜 패배하게 되는가?" 이런 질문은 '우리 역사에서는 정의가 패배한다'는 역설적 당위로 귀착되었고, 나는 그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패배하는 정의의 역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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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갑고 가감없는 통찰속에서 단한번도 강한 것을 정당화한 자들이 역사를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역사는 강한 자와 정의로운 것을 강하게 하는 자들과의 도전과 응전이었으며 끝없는 투쟁이었다. 그들이 역사의 주인공이었고, 지금 이순간도 그렇다. 패배한 김구는 역사의 주인공이나 강한 것에 빌붙었던 이기붕 따위의 무리들의 이름을 김구만한 무게로 기억하기란 지난한 일이 아닌가. 3.15부정선거가 역사의 전환점이 아니라 4.19가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희망이 필요한가. 정의로운 사람들이 무수히 쓰러져간 이 나라의 역사에서 패배주의만 확인한 그대에게 희망이 필요한가. 과연 늘 무기력하기만한 역사의 반복이라고 체념하려는가. "'정의는 항상 패배한다'는 것이 가당찮은 역설에 지나지 않도록 만들면서 진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깨끗이 씻어준 본보기"를 갈구하는가.
노무현과 대화하라. 희망을 찾는 끝없는 구도의 자세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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