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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5-04, 11:11:56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싸구려 엄숙주의에 대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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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어렵지 않게 기억할 수 있다. 지난 80년 민주화 투쟁이 한창일 때, 언론이 민중을 어떻게 호도했는지 말이다. 폭도로 규정하고, 폭력의 발발만을 보도하면서 왜 극한적인 대립상황이 되었는지, 왜 민중이 분노하는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외면한 채 오직 지배를 위한 안정과 질서를 논하면서 군자연했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싸구려 엄숙주의의 폐해에 대해, 진실의 왜곡에 대해 눈뜰 수 있었다.
역사의 교훈을 아는 자는 겉치레를 강조하는 기만의 정체를 안다.
번들거리는 기름기로 화장한 사람들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혹은 홍보물에 찍힌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웃는 얼굴로 고아원과 양로원에 선물을 전달하는 사진들, 불우이웃돕기함에 돈봉투를 집어넣으면서 카메라를 응시한 역겨운 미소를 본 적이 있는가. 점잖고, 예의바르고, 웃음기 가시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끼치는 이유는 그것에는 진실이 없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의 최근 책에서 자신의 말에 대해 이런 언급을 하더라. "싸가지 없게 말하더라도 이해를 부탁한다" . 왜곡과 부조리에 치를 떠는 분노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 의미를 안다. 분노할 것에 분노하는 사람만이 거리를 메우며 '점잖치 못하게' 소리를 높힐 수 있다. 예의바른 말과 겉치레로 이미지를 꾸미는 것은 자위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엇에 대해 왜 분노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인데도, 오직 이미지라는 허상에만 가치를 두고 판단한다. 분노하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 자신의 명예와 평가를 위해 꾸미기를 고집하지 않는 사람, 벗을 사귈 때 유념하라. 사람냄새를 맡고자 한다면 무엇에 가치를 두고 평가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라.
싸구려 엄숙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쟁점의 본질을 겉모습만의 예의로 흐리는 것이다.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것에 만족하고, 그것을 근거로 자신의 논거를 합리화한다. 본질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보다는 겉으만 드러나는 몇마디 말로 자신의 부족한 논리와 억지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질에 대해 분노하는 이들을 조롱한다. 비열한 짓이다. 진실에 진지한 이들을 조롱하는 못된 짓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욕하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욕할 부조리와 모순들이 해결된 사회다. 분노하지 못하고 위선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사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을 덜어낼 행동이 박수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진정 욕이란, 근거없이 퍼붓는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진실의 호도에 적용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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