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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5-27, 22:52:17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차별에 저항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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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하시'라는 분께 드린 답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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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관련한 논쟁에서 가장 촌스러운게, 남자는 군대갔다 왔고, 여자는 애낳고.. 뭐 이런 식으로 서로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가를 견주면서 도토리 키재기 하는 것 같아요.
학교다닐 때, 언제부턴가 성정치라는 개념에서 성의 문제를 바라보면서 '열등한 性'이라는 허위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더군요. 차별은 존재하는데, 그 차별이 과연 타당하고 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차별인가, 모든 차별에 대한 논의가 그렇죠. 성정치를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이전에 흔하게 이야기되는 여성주의와는 다른 점이 있었는데, 소수의 성, 박해받는 성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었어요. 여성은 물론 동성애까지 성을 기준으로 해서 서로를 나누고, 그런 구분에서 차별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었죠.
페미니즘이 처음 회자되기 시작할때 ,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부분이 그런 것이었어요. 책임에 따른 권리 혹은 보상, 심지어 요즘도 수업시간에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꼭 군경력을 들어서 일개 성의 사회적 대우가 당연하다는 말을 한다더군요. 저희땐 수도 없이 많은 토론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었죠.
사회에 나와보니, 그 현상은 더욱 지배적이더군요. 공장라인에는 수많은 생산직 직원이 있지만, 반장은 모두 남자에요. 그리고 직위는 낮지만 수리사라는 비교적 기능성을 띈 직원들도 있는데, 모두 남자에요. 자격증의 유무에 따라서도 그렇지만, 같은 생산직에서도 그런 기능직에 발탁되는 기회에 있어, 수적으로 여성 직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겐 기회가 가지 않아요. 그리고 그런 현상에 대해, 여직원이든 남자직원이든 거의 비슷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요. 책임감, 리더쉽 같은 이유를 들어요.
사무직에서도 그래요. 요즘은 의식이 많이 깨이고 또 이런 이야기를 접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그런 말들을 쉽게 입밖에 못내놓지만, 술먹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라든가, 우리끼리 하는 얘기니까 말인데 그럴 때, 세상에 대한 가장 쉬운 이해를 택하고 있는 모습들이 많아요.
대학은 동등하게 시험봐서 들어온 사람들이에요. 그 대학은 사회로 진출하는 정거장이에요. 이미 졸업을 하기 전부터 남학생과 여학생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불리하고 유리한지 알게되요. 모집정원에 명시된 요강부터 시작해서,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소리들, 사회에선 남자를 여자보다 더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대학에서, 실현된 기득권을 가지고 다투는 것은 그다지 명확한 증거를 들이밀 수도 없는 일이죠. 남성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이 자행한 것이 아니니까 억울한 심정이 들 수도 있어요. 기껏해야 그동안 받은 혜택이라는 게, 예비군 훈련갈 때 수업에 빠진 걸로 추궁당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정도..?
사회에 나갔더니 은근한 유혹을 많이 받게 되더군요.. 넌 남자니까, 넌 대졸자니까, 우린 고향이 같으니까, 학교가 같으니까.. 그래서 나에게 좀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하고, 평가때 더 많은 점수를 줬다고 하고, 뭐 그런 식으로 말이에요. 분명 차별과 부조리가 있는데, 나는 오히려 혜택받는 입장에서 이미 그들이 했던 것처럼 나또한 같이 행동하고 생각해주길 원하는 것을 많이 봤어요. 쓰게 웃죠. 아주 아주 쓰게 웃습니다. 거기에 아니라는 부정을 하게되면 그들도 적대시하기 시작하는 것을 봐요.
차별이 존재하는 구조에서 저는 비교적 우위에 있어요. 그렇지만, 차별받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차별이 있기 때문에 싸우고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만치 않아요. 같이 어울리던 사람들에게 함께 우위를 포기하자고 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에요.
대학은 그 차별이 아직 잠재되어 있는 곳이에요. 간간히 보이는 몇가지 모습들, 월장에서 말했던 유치한 몇가지 행태들은 매우 개인적인 것들로 한정될 수도 있는 곳이죠. 하지만 그 잠재태들이 서로의 이해를 위해서, 또 이익집단에서 왕따당하지 않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우리모두가 그 이해관계에서 이익을 보거나 혹은 차별을 받는 실존이 되게 됩니다.
전 아주 책임감 있게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적어도 차별이 존재하는 곳에서 이 차별속에서 함께 누리자고 제의받는 사람으로서 썼어요. 차별받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이 있기 때문에 썼어요. 부조리한 차별이 있는 곳에서, 이익을 받는 입장에서 침묵한다는 것은 그 차별의 동조라고 생각했고, 차마 차별을 옹호하기 위해서 말을 할 수가 없었고, 되려 그들이 어떤 문제를 제시했나에 관심을 가져야 했기 때문에 그들의 세련되지 못한 표현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물에 빠져 외치는 사람은 고상하게 "살려주시렵니까"라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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