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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6-26, 08:44:54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편집권의 독립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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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나라 이야기를 하면서 꼭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지만, 그건 제 분야가 아닌 것 같고. 언론의 자유란 모든 형태의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속에서 정부의 통제하에 들어가는 몇가지 사례를 들어 그것이 정답이라고 한다면, 애당초 언론의 자유를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사주에 의한 지배가 물러간 자리에 무엇인가의 지배로 채워진다면, 그래서 결국 언론활동은 어떤 것에든 지배를 받기 마련이라는 생각은 상당한 패배주의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4.19와 6.29는 두고두고 곱씹어도 좋을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부패한 권력이 민중의 힘에 의해 물러났을 때 그 공백을 무엇으로 채웠느냐를 보여주는 실제였으니까요. 어쩌면 그것들을 겪은 사람들은 두분과 같은 말을 할 지 모르겠습니다. 4.19를 해도 박정희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6.29를 했어도 노태우가 그 열매를 따먹기 마련이었다구요. 그래서 우린 4.19, 6.29에서 피를 흘릴 필요가 없었다고까지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미완의 혁명, 절반의 승리. 미완과 절반이라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씩 앞으로 나갔습니다. 더 살기 좋아졌다는 거죠. 하지 않았으면 얻는 것이 전무했을 가능성이 컸던 것들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얻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도 반성은 해야겠죠. 왜 미완과 절반만으로 그쳤는 지. 왜 그리 많은 피를 흘리고도 온전히 완성하지 못했는 지 말입니다. 그것은 대안세력으로서의 주체의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언론개혁이 늘 정치권력의 통제를 견제해야만 하는 이유는 언론인이 주체로 서지 못했고, 그들이 현행 언론행태의 대안세력으로 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적한대로, 이대로는 사주에서 권력으로 편집권에 대한 지배가 핑퐁게임처럼 건네주고 받기만 할 뿐입니다.
언론개혁의 첫장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었습니다.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언론들은 좀더 자유로워졌고,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지배에서 언론사주의 지배로 좀더 민간화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장은 사주로부터의 독립, 그러니까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폭력을 일삼는 과거 정치권력의 지배가 일상화된 현장에서의 독립이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론관의 자각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점점 더 자유로워지는 언론의 영역에서 언론인들이 제대로 그 주체로 서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린 동아일보의 빛나는 저항을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이순간은 분명히 공백기간입니다. 언론을 주도할 주체가 다시 권력으로냐, 혹은 그대로 사주로냐, 아니면 한걸음 내딛어 보고 듣고 말하고 쓰는 바로 그들이냐의 향방이 결정될 것입니다.
분위기는 조성이 되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다시 정치권력으로 지배가 회귀되는 것을 감시하고 견제해야하고, 사주의 지배를 물려야 하겠죠. 하지만 오래가진 못할 겁니다. 주인공이 나와야 할 타이밍이라는 거죠.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패배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공백은 준비된 악에 의해서 채워지고, 우리가 얻은 것은 늘 더딘 변화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대로가 정답이 아니란 것도 압니다. 현실도 답이 아니고 변화도 답이 아닌 딜레마에 빠져선 안되겠지요.
산별노조같은 것도 언론 스스로가 어떤 권력에게도 지배받지 않기 위한 한 수단이 될 수 있겠죠. 불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은 분명 다른 것이지만, 단지 해보지 않은 모든 것을 불가능의 영역으로 치부한다면 정말 불가능한 것이 되버릴 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어둡고 어둡던 그 시절에 불가능하게 보였던 것들이 견디기 힘들고 어려운 것이었을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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