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2001-06-29, 22:08:15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조선일보여, 권력은 무한하지가 않다
|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삼권을 분립하여 서로를 절대권력에 이르지 않게도 하였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여 권력을 감시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하였다. 전자는 권력 내부의 시스템이고, 후자는 권력외부의 비권력적인 제도다. 권력은 사회적인 절차를 충족시켜 그것을 획득하게 제한함으로써 사회구성원들 서로에게 임의적인 권력관계가 형성됨으로써 지배와 피지배의 구현을 막은 셈이었다.
앨빈 토플러, 권력은 이동한다. 아니, 권력의 속성 자체가 바뀐다. 그것은 전사회적인 현상으로서 우리에게 경고가 되었다. 하지만 우린 그것의 의미를 돈의 흐름과 관련해서만 셈하였고, 우리의 일상에 대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둔감했다.
아시다시피, 정보를 통제하는 자에게 권력이 이동한다.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권력이 된다. 우린 시민사회 내부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권력에 대한 대응에 대해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 사회의 이론들이란 늘 그들의 세상을 설명하는 말들이라고만 이해했고, 앨빈 토플러가 예언을 하던 당시 우리 사회는 최루탄 아래 선혈이 낭자하던 "아직 먼 사회"였다고 회상한다. 우린 미래보다 당장의 억압에 저항할 용기와 그것을 직시할 긴장이 필요했었다.
실질적인 민간으로 정치권력이 이양되면서 군부에 의해 조성된 구시대의 유물이 더디게 청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린 준비의 기회를 놓쳤다. 아니, 우리에겐 긴장이 없었다. 정치권력의 헤게모니를 공고히 하고, 지배의 논리를 설득하던 언론과 학계들이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모두가 함께 사는 새로운 시대를 예찬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린 그들에게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권력을 알아채지 못했다.
우린 지나치게 순진했다. 학적인 양심을 믿었고, 언론의 양심을 믿었다. 아니, 믿었다기 보다는 우리가 아는 보편적인 의미 그대로를 현실에 투영시켰을 뿐이었다. YS를 비판하는 언론을 보편서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기분좋은 탄식을 하면서도 실제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정치권력이 약해진 것은 시민사회의 성숙이었다고만 생각했다.
IT 산업의 발전,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홍수, 과연 정보를 통해서 돈이 흐르고 하루아침에 태어나는 갑부들과 그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정보화시대이고 세계는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순간에 이미 학문과 언론이 상업화되었다는 것을 말하면서도 우리의 일상과 일상의 모든 판단에 근거를 제시하는 '정보'라는 사실에 둔감했다. 그 정보가 곧 권력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것은 과거 냉전시대의 관성일 것이라고, 아직 마저 청산하지 못한 군부시절의 정치세력과 준동하는 잔재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언론은 그 자체로 권력이 되어 있었다. 6.29, 그날 이후 권위적인 정치권력이 위축된 빈자리를 채운 것은 충분히 성숙한 시민의식의 산물이 아니라 이미 권력의 맛을 알고, 권력을 어떻게 유지하는 줄 아는 비대해진 언론사들이었다. 가히 혁명적이었던 6월 항쟁과 그 열매는 삶의 방식으로 우리를 성장시키기에는 너무 짧고 급격한 변화였다.
정보의 통제는 시민들의 여론이 어떤 방향이어야 할 지를 결정했다. 죽여야할 정치인과 키워줄 정치인을 구분하는 작업은 사주의 지시로 결정되고 신문사 편집실에서 실행되었다. 사안의 선별을 넘어서 사실 자체를 조작하는 것도 쉬운 일이었다. 이미 그들은 어떤 통제 장치도 마련되지 않는 무한 권력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정보를 통제하는 권력의 실체를 깨닫게 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정보였다. 언론사외에 사회전반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시대가 아니었다. 우린 비교할 수 있었다.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정보를 제한하여 유포함으로써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우리또한 정보를 유포할 수 있었다.
그들만이 정보를 통제하는 시대를 넘어선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사회의 발전은 권력을 미시화한다. 정보의 검증은 만인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정보에 의한 권력은 만인에 의해 견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견제를 시스템에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정간법, 신문고시, 정기적이고 투명한 세무조사 등을 통해서 제도화된 새로운 권력에 대한 견제를 시도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정보'가 가지는 속성을 이해하고, 다각적으로 검증하고 거짓과 불순한 의도를 밝혀내는 생활습관을 길러갈 것이다. 정치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우린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언론이라는 도구를 끊임없이 손질할 것이다.
언론의 양심은 보편적인 의미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지켜주어야할 사안임을 이번 언풍을 통해서 기억할 것이다. 언론 스스로가 권력화 될 수 있음을, 이미 권력화 되었음을 그리고 그 권력화는 지속될 것임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한 인정은 새로운 권력에 대한 새로운 견제를 필요로 함을 기억할 것이다.
조선일보여, 권력은 무한하지가 않다. 우린 새롭게 등장하는 권력의 정체를 밝히고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견제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선일보여, 정보는 그대만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우린 권력과 싸워 자유를 쟁취해온 역사가 있다. 이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조선일보여, 그대가 자랑하는 오랜 역사 동안 보았을 것이다. 영원할 것 같던 일제도 무너진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유신도 무너진다. 그대가 경험한 역사를 통해서 얻어야할 교훈은 권력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그대가 직접 휘두르는 권력이더라도 역시 무한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절대적인 권력을 용납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대가 지닌 힘에 대해 좀더 겸손하기를 당부한다. |
|
▶▷▶ 이 칼럼에 대한 짧은 의견들
|
|
Cyber Webz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