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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13, 08:29:51 에 abornif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인사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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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3사중에 중앙일보에 이어 동아일보의 인사변동이 있었다. 중앙일보는 이장규 신임국장을 등용했고, 동아일보는 김용정 신임국장을 배치했다. 두사람 모두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을 받는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가지고, 두 사람의 등용을 둘러싼 해석에 대해선 정반대의 평가를 받는다.
중앙일보의 이장규 국장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물의를 일으킬 정도여서 지난해 초 일본총국장으로 도피성 외유를 했다가 현 정부와의 정면승부수로 파격적으로 등용되었다고 한다. 반면 김용정 국장은 80년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해고, 84년 복직, 그후 한직을 떠돌다가 이번에 등용되었고, 역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을 받는데, 김용정 국장이 현재 가진 직위를 볼 때 정부측 사람이며 이는 동아일보의 백기가 아니냐는 평가를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씁쓸한 심정이 지배적이었다. 유심히 보면, 그 인사를 통해서 경영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평가하는 점, 그것이다. 정면돌파 혹은 백기라는 평가는 경영진의 결론이란 점이다. 그리고 그 결론은 인사권을 행사하고, 인사는 편집의 방향을 결정하고, 논조와 기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개혁의 주요 지적점인 사주의 편집권 침해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 멀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아니, 이대로는 제자리에서 맴돌 뿐이다.
무엇보다 김용정 국장의 이력을 보면서 아픈 마음을 느꼈는데, 기억은 몇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대학생들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빨간 꽃 노란 꽃 사계가 흘러 나올 때, 어느 음악회에서 서울에서 평양까지를 부르는 가수를 TV에서 보았을 때, 그리고 안치환의 노래를 노래방 메뉴에서 발견했을 때, 하리수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을 때의 그런 느낌들이 한꺼번에 과거로부터 소환되었다. 어떤 진보적인 내용도 상업화를 위해서 차용되는 현실, 너무도 당연한 그런 현실에 대한 감회였다. 좀더 우리가 자유로워졌을까? 저항의 정체성은 흐려졌고, 그 댓가로 우린 얼마나 많은 자유와 평등을 얻었지?
김용정 국장은 언론개혁, 언론의 자유를 위해 살아온 자신의 삶이 동아일보의 카드로 활용되는 것에 어떤 감회를 가졌을까하는 생각이 오후를 괴롭혔다.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는 그는 일회용 카드로 활용되다가 소용이 다하면 버려지는 것이 수순아닐까. 그가 얻은 기회가 오히려 그에게 더 큰 좌절과 모욕을 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갈 길은 멀고 저문 날들이 더 많은 그를 측은하게 생각하게 했다.
출세한 노동자 하나가 노동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시집잘간 여자 하나가 여성의 성차별 극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니까.. 개인의 구원이 인류의 구원이 아니니까.. 난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인다. 그가 나를 아프게 한다. 성공한 연예인들이 그늘에 가린 억압과 착취를 은폐하는 것과 같이 그가 그곳에 서있는 모습이 너무나 서글픈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설정한 악마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일러준다. 악마의 입에서도 진실의 말이 나오며, 천사의 권능이 발휘되며, 부패한 언론사도 진보를 차용할 수 있다. 흐려진 것을 다시 맑게해야하는 날들이 더해져서 우리의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우리가 가진 깃발은 언제든 팔려나갈 수 있기에 우린 늘 깨어있어야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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