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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8-08, 01:00:00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김만제 사회주의 발언의 무식함과 음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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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의 '사회주의' 발언이
날이 갈수록 파문을 확대시키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개혁정책을 두고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공개적인 색깔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 내의 많은 인사들이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만제 의장은 사회주의 발언을 거두어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김만제 의장이 포항제철 회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철강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자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국가 경제개발계획의 핵심사업이었다.
1970년부터 포항제철은 본격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시작했고,
매년 이룩한 경이적인 성장률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대역사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나는 DJ정부의 시장개입을 두고 사회주의적이라고 몰아 부친
김만제 정책위 의장에게 포항제철의 성장사가 자본주의적이었는지
사회주의적이었는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묻고 싶다.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만제라면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한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의 학문을 곡해한다 하더라도
사회주의적이라고까지는 인정하지 못해도
황무지에 삽을 뜨면서 시작한 포항제철의 유례 없는 고도성장이
자본주의적이라고 감히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김만제 의장이 추종하고(?) 있는 박정희의 경제정책은
자본주의적 시장원리에 입각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정부계획에 의한 경제개발이었다.
그럼 박정희의 경제정책은 자본주의적인 것인가? 사회주의적인 것인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자신들의 경제발전을 위한 모델로서
박정희를 상당히 연구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국가이면서 사회주의적 경제모델을 채택한
박정희 모델을 자신들의 경제개발에 차용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박정희 경제정책의 성격을 논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진념 재경부 장관이 사회주의란 말을 쓰지 말라고
그렇게 부탁을 해도 말을 듣지 않는 김만제의
어이없는 색깔 공세의 허구성을 짚고자 하는 것뿐이다.
기업·금융기관의 자율적 판단을 무시하고 시장에 개입한 것은
김대중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시기 개발독재시대의 가장 전형적인 유산이다.
그리고 김만제는 한미은행장, 재무부 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역임하는 등 그 핵심에 있던 사람이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보고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쓴다고 비난을 하는가 말이다.
사실 경제학적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는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많고 무척 어려운 문제이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고전경제학파의 이른바 'Say의 법칙'이
경제대공황의 발생으로 무너진 이래, 정부의 시장개입 논란은
경제학에서 고전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효수요 이론을 들고 나온 케인즈는 자유방임적 시장경제와
최소한의 경제개입이라는 고전적 신념을 거부하는 것으로
경제공황 극복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미국정부는 케인즈의 이론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경제문제에 개입하며 공황을 극복했지만,
케인즈는 국가개입에 의한 유효수요 창출 정책으로 인해
사회주의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여러 경제학자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벌써 반세기도 훨씬 넘는 과거의 이야기이다.
사회주의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던 케인즈의 이론은
벌써 주류 자본주의 경제학으로 자리잡았으며,
통화주의와 새케인즈학파의 논란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김만제는 의약분업조차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많은 유럽의 국가들이 의사를 공무원화 시키고
의료사회주의를 펼치고 있는 마당에
의약분업을 사회주의로 몰아붙이면
영국이나 스웨덴은 공산주의 국가쯤 되는 것인가?
정말이지 유럽사람들이 한국말을 몰라서 다행이지
원내 제1당의 정책위 의장이 이런 소리를 하고 다니는 것을 안다면
한국을 사상사적으로 100년은 뒤져 있는 나라로 알고 손가락질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학 박사인 김만제가
이러한 사실을 과연 모르고 있겠냐는 것이다.
단순히 시장경제에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이를 사회주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사회교과서만 제대로 공부한 고등학생도 알만한 상식이다.
김만제가 이를 모를 리는 결코 없을 것이다.
김만제는 지금 대선 전략적 차원에서
유치한 색깔론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으로 몰아 재벌개혁을 후퇴시키고,
나아가 사회의 전반적인 개혁의 바람을 막아내려는
수구세력의 음모가 그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선동식 무식한 사회주의 발언은
모습을 달리하며 계속 터져 나올 것이다.
물로 그 창구는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이다.
이 무식한 진흙탕 논쟁에서 국민들이 옥석을 가려낼 줄 안다면
우리나라는 합리적 개혁의 길로 나아갈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몰상식과 부조리로의 퇴행이라는
역사적 불행을 떠 안아야 할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아가는
수구세력의 반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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