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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9-28, 09:10:34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동교동계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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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청문회에서 노무현이 유감없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을 때,
당시 김대중 총재가 있던 평화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죽을 쓰고 있었다.
노무현, 이인제, 김동주 등 청문회를 통해 통일민주당 의원들은
그야말로 폼 나게 말도 잘하고 점잖게 질의를 하였지만,
평민당 의원들은 호통이나 칠 줄 알았지 변변찮게 질의하는 의원이 없었다.
유일하게 이해찬 의원이 광주 특위에서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노무현을 위시로 한 민주당 의원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명색이 제1야당이던 평민당은
무식함과 무능력을 청문회를 통해 고스란히 국민 앞에 보여줬던 셈이다.
한 신문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평민당은 옷걸이는 좋은데 옷이 시원찮고,
민주당은 옷걸이는 나쁜데 옷이 좋다는 우스개 이야기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똑똑한 김대중 총재에 무식한 동교동계 평민당 의원과
무식한 김영삼 총재에 똑똑한 민주당 의원들을 일컫는 것이었다.
89년 전두환이 5공청문회 증언장에 서면서,
당시 김영삼 총재가 있던 통일민주당 지도부는
"전두환이 증언을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해도 평민당 의원들이
항의할 것이니, 평민당만 과격하다는 비난을 덮어 쓰도록
민주당 의원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교양 있는 사모님과 무식한 시장판 아주머니가 대결을 펼칠 때,
사모님께서 세련된 매너로 여론을 얻는 방식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여담이지만 당시 통일민주당 지도부의 지침을 유일하게 어긴 의원이
바로 자신의 명패를 내리 친 노무현 의원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후 3당합당이 이루어지고 참신하고 유식한 민주당 의원들이
야당에 남았다가, 김대중 총재와 야당통합을 하면서
DJ 주위에도 좋은 옷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평민당 시절부터 이어 온 동교동계의 무식하고 과격한 이미지는
정권이 교체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별로 변하지 않은 느낌이다.
아마 요 근래에 가장 품위 없는 동교동계의 실상을 보여준 사람은
작년 총선에서 낙선대상자로 꼽혔던 한영애 전 의원이 아니었나 싶다.
총선연대가 그를 낙선 대상으로 꼽은 이유는
'번번히 품위 없는 언동으로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함'이었다.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한영애 의원의 극성은 유명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비난만 나오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여자로서는 육중한 몸집으로 육탄돌격을 하면서 종횡무진하던 모습은
시장판 아주머니가 국회에 들어 온 모습 그 자체였다.
교양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한영애 의원은
정치부 기자들의 가십 기사로서 더할 나위 없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전남 보성화순에 공천을 받자
많은 신문들이 비판적인 기사를 실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총선연대 낙선운동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던 나도
낙선대상자로서 한영애 의원을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가 없었다.
사실 한영애 의원이 낙선대상자가 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고
심지어 낙선운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찬성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총선연대는 '국회의원의 품위'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과연 품위라는 것이 객관 타당한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교양이니 품위니 혹은 체면이니 하는 말이 가지는 뉘앙스는
절대적으로 있는 사람들의 관점을 기준으로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도 고급 음식점에서 너무나 친절한 써빙과 안내에 익숙하지 않아
번번히 교양 없는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은 나로서는
품위나 교양이라는 기준을 감정적으로 더욱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교양없고 품위없는 한영애 의원의 행태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그리고 설사 내가 보성화순에 살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녀에게는 절대로 투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객관적인 기준으로서 품위나 교양이 과연 타당하느냐는
문제제기를 할 따름인 것이다.
사실 나는 교양이나 품위없는 사람으로
한영애 보다는 김문수나 이재오, 정형근 같은 사람을 꼽을 것이다.
정형근은 낙선대상자였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김문수나 이재오 같은 사람이 과연 한영애보다 품위가 있는 사람일까?
나는 한영애가 정부조직법안을 육탄돌격을 하며 날치기 통과시킨 행태보다,
김문수가 말로는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노동법 심야날치기 통과에
거수기로 참가한 것이 훨씬 더 품위가 떨어지고 교양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교양과 위선의 차이는 무엇일까?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의 다리에 눈길이 가지만,
별로 관심 없는 척 시선을 피하는 것을 우리는 교양이라 한다.
비록 내 마음을 속이는 일이지만 상대방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위선은?
나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것을 우리는 위선이라 한다.
날치기 통과에 참여한 김문수의 행동은 교양이 아닌 위선의 전형이 될 것이다.
그에 반해 한영애는 솔직하기라도 했다.
언제나 DJ를 위해 이 한 몸 바칠 각오를 늘 내비쳤으니 말이다.
과연 김문수의 교양으로 위장한 위선과 한영애의 솔직하면서 무식한 교양 없음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김문수가 낙선대상자가 되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양이나 품위는 객관 타당한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말하는 것뿐이다.
현재 동교동계가 또다시 뉴스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개혁 대상으로서 동교동계가 연일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내가 동교동계였다면 억울해서 잠도 안 올 것 같다.
민주화 투쟁한다고 생계도 팽개치고,
고문당하고 옥살이하고 갖은 고생을 다했는데
물러나고 해체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 것인가?
흔히들 동교동계를 상도동계와 비교하곤 하지만,
사실 생사를 같이 넘나든 동교동계와
비교적 순탄한 정치역정을 걸어 온 상도동계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하얀 안개처럼 휩싸인 최루탄의 연기 속과 2미터가 넘는 물 속에 빠져
숨을 못 쉬고 있을 때 느꼈던 죽음의 공포를 기억하면서
나는 동교동계가 걸어 온 가시밭길에 대한 일종의 외경심을 가지고 있다.
동교동계의 투옥과 고문을 민주화 투쟁이 아니라
정권을 잡기 위한 몸부림으로 폄하하는 의견들도 있지만,
정치행위 자체가 사적이익의 공적 전화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논리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젊은 시절에 고문당하고 투옥 당하고 죽을 고비까지 넘겨가며
다 늙은 말년에 얻을 권력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것이다.
물론 정동영 의원이나 김근태 의원이 동교동계에 제기하는
비판은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고집들을
자식들이 꺾을 수 없는 것처럼, 수 십년을 이어 온 동교동계의 정치행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이 당장 동교동계를 해체하라고 하지만,
동교동계는 무슨 정관이 있는 법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칙을 갖춘 무슨 동창회 조직도 아닌데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옛날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모여서 골프 치고 커피 마시던 것을 두고
이제부터 만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말이다.
가능한 것은 전당대회를 통해서 당권을 개혁파가 접수하면 되겠지만,
내가 알기로 민주당의 핵심 당원은 동교동계와 정서를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가지고 있는 동교동계의 헤게모니는
민주화 투쟁을 해오면서 얻은 결과물이니 도덕적으로 비난하기도 어렵다.
동교동계는 DJ임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해체의 과정을 겪을 것이다.
동교동계 신파로 알려진 한화갑이 대선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없음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민주당이 잘 알고 있다.
동교동이 정권교체를 이룩한 계파답게
인사도 공평히 하고 민주적인 대 원칙을 지켜나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무식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던 기나긴 민주화 과정을 지나온 사람들에게
그것까지 바라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은 흔한 장관자리 하나 꿰차지도 못하였다.
민주화 운동 시절 고생한 사람들 몇 자리 봐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변변찮게 민주화에 도움 한번 준 일이 없는 나로서는
불법이 아닌 바에야 그 정도는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차피 1년만 흘러가면 물러날 사람들에게
과도한 비판은 하고 싶지 않다.
노무현이 동교동계에 대해 비판의 말을 아끼는 것도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그 시간 이전에는 어떠한 방법을 써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아마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이러한 계파 정치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노무현은 계파가 없어서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아주 억울한 소리를 듣고 있는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다.
참 이율배반적인 여론은 동교동계 계파정치를 비판하면서
계파가 없다고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동교동계는 내가 기대한 역사적 책무를 훌륭히 수행하였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나는 그 이상의 남겨진 역사적 몫은 노무현에게 기대하고자 한다.
이것이 동교동계를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는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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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 까마귀1 / 200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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