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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20, 16:31:24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DJ와 평화 -누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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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래된 이야기지만,
내가 DJ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리게 된 계기는
'평화'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사회과학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고정관념을
Stereo Type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키 큰 사람은 싱겁다'나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등의 생각들이
사회학 시간에 Stereo Type을 설명하면서 대표적으로 드는 예들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드는 예는
'전라도 사람은 음흉해서 뒤통수를 잘 친다'는 것을 주로 들고 있다.
고정관념에 똘똘 뭉친 사람들은 객관적 데이터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살아오면서 전라도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든지
우리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든지 하는 말로
논리를 호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정을 논리로 포장하여 자신의 고정관념을 합리화시키는 것이
Stereo Type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아직 논리적 이성이 성장하지 못했던 고교 시절까지
나 역시 하나의 Stereo Type을 갖고 있었던 것이 바로 DJ에 대한 인상이었다.
DJ에 대한 이미지는 과격하고 사상이 의심스런 반국가적 존재로서 각인이 되어 있었다.
그런 DJ가 87년에 대통령에 출마하기 전에
그의 생애 최초로 야당 총재로서 창당한 정당의 이름에 평화를 채택하였다.
이미 통일과 민주를 가져간 통일민주당에 대응하는 정당 이름에
DJ는 통일에 대체하는 이름으로 평화라는 단어를 가져갔던 것이다.
당시 신문기사에서 DJ가 당명을 정하면서,
'평화'라는 단어에 대한 애착과
약어로 '평민당'이 되는데서 오는 평민의 이미지를 고려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는 그 순간에 DJ에게 가졌던 Stereo Type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내가 가지고 있던 과격과 빨갱이라는 DJ에 대한 이미지가
-그 때는 Stereo Type이라는 단어를 몰랐지만-
하나의 고정관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한국정치의 거목이라고 하던 양김에 대한 이미지는
90년대 초반까지 실상과는 전혀 반대로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 우리 정치 현실이었다.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DJ비토론의 근거는 과격과 정치보복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김이 모두 대통령을 지낸 지금 돌이켜보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정치보복을 한 것은 DJ가 아니라 YS였다.
물론 전두환, 노태우를 감옥에 보낸 것이나 군부의 하나회 인맥 척결,
재산공개를 통해서 부정축재자를 공직에서 물러나게 한 것을
정치보복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회오리 같은 사정의 칼날을 휘두른 것은
상대적으로 YS가 훨씬 심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개인적으로 DJ가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은
자기를 죽을 고비로 몰아세웠던 세력들에게
집권 이후에도 별다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두환이 야당을 보고
"햇볕정책을 비판하려면 야당은 달빛 정책이라도 내야 할 것 아니냐"며
DJ정권을 옹호했다는 기사를 읽노라면 정치의 변화무쌍을 느끼기도 하지만,
DJ가 전두환을 용서하고 정치적 지지까지 이끌어 내는 수준은
거의 성자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깊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DJ의 음흉한 정치 행태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사형수에게 다가가는 죽음의 공포라는 것이
모래시계에서 박태수가 형장에 끌려갈 때의 화면만으로도 끔직할진데,
본인이 몸소 겪은 사람으로서 용서라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에게 온갖 박해를 가했던 박정희의 기념관을 짓는데,
국고보조까지 지원하는 DJ를 보노라면
마음이 좋은 것인지 배알도 없는 것인지 이해가 안될 때도 있다.
한가지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면,
나는 전두환은 진작 사형시켜야 했을 사람이고,
박정희 기념관에 대한 국고보조는
DJ정책 중에서 가장 극렬하면서 확실하게 반대를 표명하는 몇 안되는 정책의 하나이다.
다만, DJ가 '인간적'으로 충분히 보복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고,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인간적'인 고통으로 이해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인간적'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DJ의 평화에 대한 애착만큼은
DJ라는 인간의 본연에서 나오는 순수한 가치지향이라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1992년 YS와 대결에서 DJ가 내세웠던 공약은 '대화합의 정치'였다.
그리고 선거 팜플렛에 거북이와 토끼가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그림을 실어 놓았다.
그는 선거에서마저 거북이와 토끼가 함께 가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 것이다.
그래서 나는 DJ의 햇볕정책을 분단조국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정치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도 훌륭한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6.25 이후 가장 전쟁 위협에 직면했던 시기는 지난 94년의 핵 위기였다.
미국은 영변에 제한폭격론을 주장하고 있었고,
한반도는 서울불바다 발언으로 초긴장 상태에 있었다.
내가 YS를 극렬하게 싫어하게 된 이유는
조국과 수천만의 민족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대통령이란 작자가
도대체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했는지 모를 지경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YS의 고민은
DJ가 핵위협에 대한 일괄타결의 방안을 나중에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DJ가 쓴 일괄타결이란 말의 대체용어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는 것뿐이다.
다행히 전쟁이 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전쟁이 났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여자친구와의 행복한 결혼도, 화려한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의 희망도
63빌딩 뷔페에서 맞이할 맛있는 잔치상도 모두 빼앗아 가는 것이 전쟁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극우주의자의 공통점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조선일보는
"북한의 주석궁에 탱크를 몰고 가야한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한국의 대통령은 전쟁을 결심할 수 있는가?"라는 무시무시한 질문을 해대곤 한다.
그리고 여기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비난을 퍼붓고
평화는 총구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을 하는 냉전세력들이 집권을 하던
지난 50년의 군사정권 시절동안 한반도는 한번도 전쟁 위협이 사라진 적이 없다.
사이렌 소리에 놀라 라면상자를 몇십 박스씩 사야 했고,
북한의 조그만 위협도 확대되어 선거에 이용됐고, 끔찍한 테러의 공포도 겪어야 했다.
한번도 국민에게 전쟁으로부터의 평안을 가져다주지 못한 세력들이
DJ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비난을 하는 것을 듣노라면
기가 찰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지금 국군의 날 DJ가 했다는 발언을 가지고
수구언론과 한나라당, 김영삼까지 나서서 별 어거지를 다 부리고 있다.
6.25가 북한에 의한 무력통일 기도였다는 사실은
국민학교 시절부터 못이 박히게 들어왔는데,
이것을 언급한 구절을 두고 대통령에 대한 색깔시비라니 ...
앞뒤를 아무리 읽어봐도 평화통일을 강조한 것임에도
수구세력과 전쟁에 광분해 있는 냉전세력들은
국어능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앞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레드 콤플렉스를 의식하여
모든 애매한 구절은 문장의 효과와 절제의 미는 고려하지 않고
냉전 세력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지루한 만연체 문장을 사용하여
국어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저능아도 고려해야 할 지경이다.
지금 전 세계는 전쟁과 테러의 위협으로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번도 본토가 공격을 받지 않은 미국마저 예외가 아닌 터에
아이러니하게 한반도만이 상대적인 안정을 구가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DJ의 햇볕정책이 나온 최고의 성과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가 가져다주는 효용에 대하여 인식하기는 어렵다.
현재 경의선 복원과 금강산 육로관광의 실현을 반대하는 세력은
북한의 군부와 남한의 조선일보를 비롯한 냉전세력이다.
북한은 경의선과 금강산 관광로가 북침의 통로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남한의 조선일보는 남침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격파와 과격파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전쟁이요,
온건파와 온건파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대화와 평화이다.
94년 전쟁의 위기를 대화로 물꼬를 틀게 된 계기는
DJ가 미국에서 일괄타결을 내세우며 미국 특사로 카터를 지목하면서부터이다.
북한은 이번에 이산가족상봉을 연기하였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강경파인 군부 달래기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정부도 이번에는 못 참겠다는 듯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치적인 협상카드는 냉철하게 쓴다 하더라도
쓸데없는 감정적 대응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원래 형제 간에도 그런 것이
많이 못사는 동생이 형에게 와서 별 어거지 다 부리면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인간사의 이치이다.
북한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 하나가지고 버티는 나라다.
공군 레이더 기지에서 잡히는 한반도 상공의 비행기를 보면
남한은 비행기가 민항기와 전투기를 합쳐 수백대가 하늘에 떠있는데,
북한은 한 대나 많아야 두 대일 때가 많다.
공중전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현대전의 특성을 잘 아는 북한임에도
경제난으로 인하여 조종사들의 비행훈련조차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나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다만 이기긴 이기되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설혹 살아난다 하더라도,
이제 기껏해야 40년 남은 나의 인생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재건을 위해 죽을 고생을 하다 인생을 마감할 것이다.
전쟁은 두려운 것이다.
천방지축인 아이는 살살 다루어야지
어른이 약올리고 감정적으로 대응해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DJ에 대해
6.25를 통일전쟁이었다고 말의 꼬투리를 잡는 한나라당에게
먼저 총풍사건에 대한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고자 한다.
물론 총풍의 당사자들이 집행유예로 풀려 나온 것을 두고
한나라당은 해프닝성 사건을 검찰이 부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주장하는데로 안보에는 만에 하나의 빈틈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8.15 민간교류에서 해프닝을 벌인 사람들을
처벌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닌가?
재판부는 불능범에 의한 해프닝성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포했는지 모르지만,
이것이 정치적인 면죄부는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분명히 재판부는 무력시위를 북측에 요청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비록 실형은 아니지만
죄는 있으되 처벌은 유예하는 집행유예의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비록 이회창 총재가 배후에 있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제1야당의 총재로서 자기 당의 선거운동원들이 한 행동에 대하여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집행유예 판결로 모든 죄가 없어진 듯이 주장하고 있지만,
밑에 공무원이 잘못해서 대형사고가 나면 대통령이 사과를 하듯이
이회창 총재는 최소한의 유감표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요즘 쥐약은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모르고 사람을 죽이기 위하여 음식에 쥐약을 넣어도
불능범이라 해서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이 되는 것이 법 논리이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무죄라 해서, 음식에 쥐약을 넣은 사람이
정말로 죄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집행유예로 끝났다 하더라도,
한나라당 선거 캠프에서 종사하던 사람이
북한에 무력시위 요청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이다.
만약에 DJ선거 캠프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한나라당이 어떻게 나왔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번에 DJ에게 하야를 요구한 안택수 의원은 군면제자라고 한다.
그것도 건강 상의 이유가 아니라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징집연령을 넘겼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꼬투리를 잡기는 싫지만,
말 꼬투리 잡기로 늘어진다면
한나라당에 훨씬 시비거리가 많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자 한다.
당장 시국사범을 제외하고 현역복무율을 따지면
아마 한나라당의 이상스런 병역면죄율이 무지 높게 나올 것이다.
그네들 말마따나 마이너스트림인 민주당에는
병역면제를 받을 만큼의 주도권이 50년 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안보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아직 예비군도 끝나지 않은 나로서는
모든 희망과 꿈을 앗아갈 전쟁이 터지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나는 전쟁을 결심할 수 있는 대통령이 아니라,
전쟁을 무서워하고 방지할 수 있는 평화의 대통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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