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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20, 16:38:50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노무현과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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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김대중을 처음 만난 건 88년 청문회로 유명해진 직후였다.
국회에서 우연히 만난 김대중이 천진하게 웃으면서
"잘했어요. 정말 잘했어요"라고 하면서 악수를 청했다고 한다.
이렇게 첫 대면을 한 이후,
DJ와 노무현의 인연은 아이러니하게 김영삼이 만들어 주었다.
90년 3당합당이 역설적으로 DJ와 노무현의 길고 긴 인연의 끈이 된 것이다.
통합민주당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이 둘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게 되었고,
노무현은 DJ에 대한 능력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DJ는 노무현에게 계속해서 정치적 부채를 안겨 주는 관계를 계속 해왔다.
14대 총선에서 노무현은 DJ당이란 이미지가 낙인되어 있는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부산 출마를 강행하여,
10여 년이 넘는 지역주의와의 기나긴 투쟁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노무현은 낙선의 고배를 들었지만,
통합민주당은 전국정당의 발판을 마련하며 총선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여당인 민자당은 3당합당의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원내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충격적인 선거결과를 가져왔다.
비록 당시에는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김대중은 14대 총선의 승리를 발판으로 대선 도전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김대중이 대선에 실패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하자,
민주당은 김대중 이후의 새로운 야당 건설을 꿈꾸었다.
여기서 노무현은 최연소 최고위원으로서 야당을 이끌어 나갔고,
95년 지자체 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로서 출마를 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DJ는 또다시 노무현에게 정치적인 상처를 입히게 된다.
정계복귀의 시기를 엿보던 김대중은
지방선거에 지원유세를 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정계복귀의 시동을 걸고 나섰던 것이다.
여기에 다분히 호남표와 충청표를 의식한 지역등권론을 주장하면서
선거판은 급격하게 지역대결로 변질되었고,
40%이상의 지지로 부산시장 당선이 유력시되던 노무현은
막판에 김대중의 지역등권론이라는 암초에 걸려 패배하고 말았다.
노무현은 DJ의 지역등권론을 또 다른 지역분열주의라고 비판하면서
부산지역의 표심을 돌리려고 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에게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권고하였으나,
노무현이 시장이 되기 위하여 그런 꽁수를 쓰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김대중은 이렇게 얻어낸 지자체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정계에 복귀하였다.
이로 인해 야당은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분열되었고,
DJ와 노무현은 통합민주당으로 만난지 5년만에 갈라서게 되었다.
그리고 DJ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매진하였고,
노무현은 명실상부한 개혁적 야당을 건설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이런 정치 지형에서 찾아온 16대 총선은
분열된 야당의 현주소를 반영하듯 여당인 신한국당의 승리로 끝났다.
나 역시 선거권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DJ당이 아닌
노무현이 있던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였으나,
결과는 야당의 대패로 끝났다.
특히 노무현은 종로에서 3위로 낙선하는 치욕을 겪었고,
현실정치에서 무너져 가는 정치적 이상을 목도하게 되었다.
이렇게 헤어진 노무현과 DJ가 다시 만난 것은 15대 대선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노선분화를 하면서
노무현과 뜻 있는 사람들이 통추를 만들어 독립을 하게 된다.
대선 정국의 선택을 준비해 나간 것이다.
여기서 노무현은 이인제에게 기울어지려던 통추를
"이인제가 나가면 나도 나가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통추의 DJ지지를 이끌어내었다.
당시 통추 내부에서도 많은 이견이 있었고,
개혁적 사고방식을 가진 국민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였지만,
노무현은 정권교체가 중요하다는 시대적 과제를 바라본 것이다.
사실 이부영이나 제정구 같은 사람이 한나라당으로 가게 된 것은
DJ와 동교동계에 대한 악감정이 원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DJ의 정치행태에 대한 원한 같은 것이었다.
이것은 김홍신 의원을 통해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 박아버리겠다"는
무지 섬뜩한 발언을 통해 극명하게 나타나 있다.
그러나 DJ의 정치스타일에 대한 최대 피해자는
한나라당으로 간 이부영도 제정구도 김홍신도 아니었다.
이들에게 국회의원 뱃지를 달아준 것은 다름 아닌 DJ당의 깃발이었다.
제정구의 경우 한겨레민주당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민주당 깃발로 초선의원의 첫발을 내딛었다.
노무현은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되었고,
이후 김대중 당의 깃발을 들고 14대 총선에서 낙선을 하였다.
더구나 부산시장 낙선의 주요 원인은 바로 김대중의 구시대적 정치행태였다.
인간적인 악감정으로 따지자면
이부영이나 제정구가 노무현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그런 노무현이 DJ를 다시 지지하게 된 것은
DJ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역사적인 방향을 짚어 나가면서 결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김대중의 정치 행태로 인하여 갈라섰지만,
역사적 요구와 시대적 사명으로 인해 그를 지지하고 나섰던 것이다.
보궐선거 패배를 둘러싼 당정쇄신의 논란의 와중에
노무현의 정치적 선택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 실정이다.
언론에서는 좋게 말하는 신문이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하고,
나쁘게 말하는 신문은 '갈짓자 행보'에 '기회주의적 처신'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단언해 말하건데 노무현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노무현이 대통령이란 자리가 탐나서
자신의 소신을 버리고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면,
지난 3당합당을 따라갔을 것이고, 아니면 부산시장 선거에서 탈당을 했을 것이고,
그도 아니면 김대중의 정계복귀를 찬성했을 것이다.
만약 김대중의 대통령 후보 낙점이라는 실리로
노무현의 현 정치적 선택을 해석한다면,
과연 지난 날의 노무현의 과거는 무엇으로 설명을 할 것인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의 모순과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지난 95년 지자체 선거 이후에 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야권을 분열시킨 정치적 작태였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DJ당을 찍지 않았던 것도
DJ의 노선을 현실적인 선택으로 지지하긴 했으나,
정계복귀와 국민회의 분당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정풍운동의 대표격으로 되고 있는 정동영과 김근태 역시
이러한 DJ의 동교동계 중심의 구시대적 정치행태를 딛고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김근태는 국민회의 분당 시, 초기에는 분당을 반대하고
국민회의 창당에 저항하는 모습을 취했다가
결국은 시늉만 하고 적극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정동영은 새정치국민회의 창당과 함께
신진인사 영입케이스로 정계에 입문하였다.
다시 말해 김근태와 정동영은
바로 김대중의 극히 잘못된 정치 행태에 대한 묵인과 함께
의정생활을 시작한 정치인이다.
나 역시 결국 97년 DJ를 지지함으로써 그의 정계복귀를 추인하였기에
김근태와 정동영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이 사람들에 빗대어 노무현을 비판하기에 짚고 넘어갈 것은 짚고 넘어가려 한다.
노무현은 독재정권과 지역주의에 대해서도 자기 손해를 감수하며 항거했지만,
DJ의 구시대적 정치행태에 대해서도 금뱃지의 유혹을 물리치고 저항하였다.
이미 차기 총선에서 서울지역 출마를 결심하고 있던 노무현에게
김대중과 갈라선다는 것은 서울에서 DJ공천장이 주는 호남고정표를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그가 종로에서 3위 낙선의 쓴맛을 본 것은 DJ와 갈라선 대가였다.
김근태가 재야에서 현실 정치로 들어 온 이후에
첫 번째로 맞이한 정치적 선택에서 실리적인 선택을 하였고,
정동영 역시 김대중의 무리수를 안고 영입이 되었다.
노무현 스스로 누차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김대중의 정치행태는 DJ의 고정된 스타일이고
이미 화석화되어 정풍운동으로 해결하기에는 난망한 문제이다.
권력투쟁으로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올바른 당내 민주화와 시스템의 구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또한 권노갑이나 박지원에 대해 야당의 근거없는 폭로는 많이 있었지만,
비리에 연루된 직접적인 증거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야당에 밀려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가신정치 몰아내려다가 개혁이 후퇴하는,
다시 말해 소나기 피하려다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당정분권과 시스템 정치 등 제도적 장치를 제안하고 있는 것은
수구언론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노무현은 정풍운동의 개혁방향에 대해서 찬성을 하면서도,
지금 그것의 제기가 문제해결의 바른 방향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DJ가 평가를 받는 것은
지난 햇볕정책과 서민을 위한 생산적 복지정책 등
보수정치권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정치 노선에 있다.
그리고 DJ가 욕을 먹는 것은
보수정치인 누구 못지 않게 권모술수적 현실정치 행태를 보인다는 것에 있다.
사실 DJ의 권모술수가 김영삼이나 김종필 등
기타 정치인과 비교해서는 나쁘게 봐야 비슷한 정도이고,
정치 노선이 워낙 탁월해 꾸준한 지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이 97년에 DJ를 선택한 것 역시,
정치행태에 대해서 누구보다 불만이 많고
누구에게 비교해도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 저항하였지만,
DJ의 정치노선을 필요로 하는 역사적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노무현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노무현이 김대중의 역사적 시각과 탁월한 정치노선을 계승하면서,
권모술수적 정치행태는 소유하지 않는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실정치의 향방을 꿰뚫을 줄 아는 혜안까지 지녔으니
나로서는 금상첨화의 정치인으로 보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김대중의 장정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가끔 노무현이 대통령감이 아니고 세력이 너무 없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DJ가 소유한 카리스마와 권모술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
너무나 앞 뒤 안 맞는 마음 편한 비판인 셈이다.
노무현은 DJ정권의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계승한다고 했다.
자산은 햇볕정책과 복지정책 등이 될 것이고,
부채는 지역갈등과 정치행태가 될 것이다.
노무현이라면 자산을 불리면서 부채를 능히 청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풍운동도 나름대로 역사적 정당성이 있기에 별 비판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을 빗대어 한치라도 노무현에게 흠집을 가한다면,
정말이지 할 수 있는 말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김대중의 지금의 인사 스타일과 정치행태는
이미 국민회의 분당시에 철저하게 나타난 결과란 것을 상기해야 한다.
이것에 온 몸으로 저항했던 선봉은
김근태와 정동영이 아니라 노무현이었다.
노무현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레임덕을 겪고 있는 힘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노무현은 김대중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을 때 저항하고,
위기에 몰려 있을 때 비판의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DJ의 낙점을 바란다는 정치적인 이해와 맞아떨어져 오해를 받기는 하지만,
모두가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 역사의 위인들 중에서 기회주의자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코너에 몰리고 있는 권노갑은
노무현과 친한 것이 아니라 최대의 정적인 이인제와 친한 사람이다.
이회창이 대통령이 된다면 3김식 정치가 없어질 것 같은가?
DJ의 인사스타일은 이제 채 1년도 안남은 해결과제이다.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차기 대통령이 맡을 과제이다.
한가지 사건의 현상적 모습을 가지고 단편적 사고를 하는 모습이
노무현 지지자들 사이에서마저 보이는 것이 너무 서글프다.
여태까지 손해를 감수하고 DJ를 지지해온 사람이 노무현이고,
DJ에게 덕 한번 볼 수 있는 순간에 저항했던 사람이 노무현이다.
이러한 노무현을 잘 알고 있기에
김근태도 정동영도 노무현에게는 아무 소리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믿을 만한 정치인이 있고,
그 사람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한다면 왜 그랬을까를 헤아릴 줄 아는
여유 있고 합리적인 시선이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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