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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20, 16:40:13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개혁파 국회의원들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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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이후 지난 15대 대선까지
김대중 대통령은 한번을 빠지지 않고 출마하였다.
그의 출마가 대권에 눈먼 노욕으로 치부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개혁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희망이 되었던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DJ가 92년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눈물을 흘리고 깊은 절망감을 느꼈던 것은 비단 호남사람만은 절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DJ를 지탱했던 가장 큰 자산이 호남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DJ의 출마와 당선에 적지 않은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
비판적 지식인 그룹의 지지였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김대중 대통령을 만드는데 있어서,
호남의 맹목적 지지보다 더욱 큰 역할을 한 것은
비판적 지식인 그룹의 이성적 판단에 기초한 김대중 지지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지역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절대적 소수자에 위치한 김대중이
천하를 휘어잡을 수 있는 명분을 계속적으로 쥐게 해줬던 것이다.
소수자가 정권을 장악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는 천하의 명분이기 때문이다.
다수 세력은 명분이 없어도 힘으로 정권을 장악할 수 있으나,
소수자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바로 그 명분이기 때문이다.
김대중이란 존재가 비판적 지식인에게 있어서 상당히 마뜩찮은 존재이기는 하였으나,
절대적으로 기여한 공이 있다면 대선에서 그나마 찍을 수 있는
대안적 후보로서 존재했다는 것이다.
호남의 지주계층의 기득권 세력을 기반으로 한 정통야당이
비판적인 지식인 그룹의 지지를 받는 상대적 진보를 내세울 수 있었던 이면에는
김대중이란 정치인이 존재하고 있다.
71년 대선에서 DJ가 4대국 안전보장이나 남북동시 UN가입,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제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은
오로지 DJ의 머리 속에서 나온 진보적 공약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DJ의 사상시비를 더욱 불러 일으켰지만,
역설적으로 DJ가 빨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나올수록
비판적 지식인에게는 DJ지지의 확신을 그만큼 심어주게 되었던 것이다.
30여 년 만에 DJ가 출마하지 않는 대통령 직선제 선거.
이른바 고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찍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비판적으로 DJ를 지지하였던 지식인 그룹에게 있어서
2002대선은 DJ가 없는 한국정치의 수준을 가름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나는 여기서 역대로 호남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마뜩찮은 DJ를 지지하였던 일단의 비판적 지식인 그룹을
개혁파 국민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은 자신들이
도덕적 우월성을 지닌 유일한 대안세력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국민들 사이에
이들의 급진적 개혁을 우려의 눈길로 보는 시각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개혁파 국민들이 진보정당이 아닌 DJ지지를 선택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2002대선에서 역대로 DJ가 차지하였던 부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조선일보가 꿈꾸는 구도는 이회창과 이인제의 맞대결 구도이다.
개혁파 국민들은 지금 엄청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그것은 2002대선에서 당선 가능한 개혁파 후보가
대선에 출마조차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상정되고 있는 문제이다.
이것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느꼈던 패배의 위기감보다 더한,
죽음보다 더한 절망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위기감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002대선을 바라보는 암담함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암담한 상황전개를 위하여
아주 확실하고도 치밀한 공작을 전개하고 있다.
과연 개혁파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심지어 이른바 개혁파 국회의원들 중에는
이인제 계보원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절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엄정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엄정 중립이란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정범구 의원은 스스로를 국민계보라 하고,
새벽21과 함께 "무계보, 경선중립"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인제 대세론에 의해
김근태와 노무현의 무참한 침몰을 지켜볼 것이란 말인가?
이인제가 대세를 장악하는 가운데,
이 대세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고 편승하겠다는 말인가?
지금 DJ는 개혁세력 국회의원들의 당정쇄신 요구에 의해
총재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무주공산이 되어가고 있는 민주당의 선장 자리를
개혁파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경선중립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동교동 구파와 이인제 연합에 의한 당권과 대권 장악을 지켜본다면,
개혁파가 진정 추구한 당정쇄신이 무엇이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정파와 정당은 정치판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개혁파 국회의원들은 개혁파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개혁파 의원들이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DJ우산 밑으로 들어갈 때,
개혁파 국민들이 추인을 해준 것은 DJ의 개혁성에 대한 인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인제는 결코 DJ와 동류의 우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알아주기 바란다.
세력의 열세를 운운하지 말기를 바란다.
DJ가 세력이 많아서 대통령이 된 것도 아니요,
이회창은 홀홀 단신으로 신한국당에 입당하여
완전한 이회창 당인 한나라당을 만들어냈다.
87년 이후 꾸준히 유입된 개혁파 국회의원들이
개혁파 단독의 정권 창출을 바라보는 것은
시기적으로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
개혁파 국민들이 그만큼 지지해서 국회의원도 만들어주었고,
하는 일마다 도덕적 명분의 기초가 되어주었다.
아직도 힘의 열세를 주장하면서 이인제의 그늘 아래 들어간다면,
개혁파 국민은 절대로 개혁파 의원들을 더 이상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개혁세력 국회의원들이
"누가 국회의원을 시켜주었는데"라는 동교동계의 비난에,
우리한테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게마저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개혁파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떠나 역사적 관점에서
정치상황을 헤쳐나가길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감히 무리한 요구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와 같은 개혁파 국민은
오늘날 개혁파 국회의원들에게 금뱃지를 달아주고
그들에게 역사적 당위성과 도덕적 명분을 안겨준 원천이기 때문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인제라 할지라도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개혁파 국회의원이
모두 줄서기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단언해서 개혁파 국회의원들에게 경고하건데,
만일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이인제가 선출된다면
그동안 DJ를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재야운동권에서 수혈된 개혁파 국회의원들에 꾸준한 지지를 보냈던
개혁파 국민들의 대부분은 민주당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상당수는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에 투표를 할 것이요,
민주당으로 간 재야운동권을 변절자로 매도하는 그들의 논리에 동조를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상당수 일부는 기권을 선택하면서
87년 후보분열을 통해 정권을 고스란히 다시 군사파쇼에 넘겨주었을 때보다
더한 마음의 고통과 역사에 대한 절망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만일 2002대선에서 개혁파 국민이 대안으로 상정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면,
나는 그 책임을 엄중하게 개혁파 국회의원들에게 물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과오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민주당의 개혁파 국회의원들에게
지난 87년의 후보 단일화 실패 못지 않은
역사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것이다.
개혁파들이 힘 빠진 DJ의 레임덕에 기초해 주장했던
당정쇄신 요구만큼의 의지만 있다면,
능히 이인제 대세론을 극복하고
김근태가 되었든, 노무현이 되었든 개혁파 대선후보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개혁파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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