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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0, 09:50:57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메인스트림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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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창은 이른바 "main stream"론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판을 자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회의 주류세력이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말에는
선악과와 같은 금단의 열매를 건드린 죄는 있을지언정,
사실왜곡이나 거짓말의 혐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정치의 한 축을 끌어가고 있는 이회창 총재는
일찌기 대한민국 정치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정치지도자이다.
그는 오랫동안 총칼로 정권을 휘어잡은 군부출신도 아니요,
그렇다고 김영삼이나 김대중처럼 군부정권과의 투쟁을 통해
자신의 카리스마를 세워온 지도자도 아니다.
박정희에서 김대중까지 이르도록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도자 유형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김용갑으로 대표되는 보수에서 이부영으로 대표되는 진보에 이르기까지
넓은 이념의 공간과 과반수에 육박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거대 야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그 지도력은 정치9단이라고 하는 김대중과
김영삼의 야당지도자 시절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연 이러한 이회창의 괴력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대한민국의 메인스트림은 왜 이회창을 선택했을까?
우리 시대의 메인스트림은 이 땅의 건국과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비록 건국과 근대화가 그들의 공인지는 의심스럽지만 ...)
조선일보가 4월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우상시하는 것이나,
월간조선 편집장 조갑제씨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항변하며
박정희를 치켜 올리는 것은
우리 시대 메인스트림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 자존심만큼이나 커다랗게 쌓여 있는 컴플렉스가 있다.
다름아닌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원칙의 훼손이다.
적어도 메인스트림은 알고 있다.
아무리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공산주의로부터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독재를 했다고 항변을 해도,
그들이 지배한 체제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근본적으로 침해한 정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메인스트림 그 자신들이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지금까지 내세우고 지지했던 후보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훌륭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후보들이었지만,
친일의 뿌리로부터 나오는 그들의 태생적 컴플렉스라는 생채기를
더욱 덧나게하는 사람들이었다.
92년에 메인스트림이 선택한 김영삼은 이러한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 철학과 출신답지않은 김영삼의 무식한 정치철학과
돈키호테식 개혁은 메인스트림에게 뼈저린 상처를 남기며
정권을 비주류에게 넘기게 하였다.
이회창이 자신있게 메인스트림을 이야기하는 이면에는
김대중 정부는 소수정권이며, 아무리 출세(?)를 하고 대통령이 되어도
메인스트림은 아무나 끼어드는 자리가 아니라는 냉엄한 비수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회창은 1950년에 경기고에 입학한 이래, 서울 법대와 사법고시 패스,
공군 장교를 거친 초엘리트급 성장과정을 밟아온 사람이다.
다시 말해, 메이스트림이 구축한 대한민국 경쟁시스템에서
한번도 낙오를 하지 않은 최공의 우등생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메인스트림의 정치과정의 투입과 산출의 집합소인 한나라당의
최고 수장이 되어 있다.
이회창은 메인스트림의 기득권을 충분히 지켜줄 수 있는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기득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은 이회창 말고도 여럿이 있다.
이회창이 가지는 비교우위는 다름아닌 메인스트림이 갖는 컴플렉스의 극복이다.
이회창은 태생적,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상징코드가 될 수 있다.
그의 정치적 상징이 무엇인가? 바로 대쪽으로 대변되는 원칙이다.
그가 대선 직전에 펴냈던 책의 제목이 무엇이던가?
"아름다운 원칙"이었다.
이회창은 경기고를 졸업한 이후로 대한민국 체제의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체제 내에 있었으며, 체제의 정당성이 의심되는 군부정권의 와중에서도
전혀 민중을 위해 투쟁에 나선 전력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절차적 정당성에는 언제나 원치적인 사람이었다.
80년대 말의 선관위원장 시절에 여야를 가리지 않는 엄격한 선거법의 적용은
그의 이러한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 사건이었고, 그것은 이회창이라는 이름을
일반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커다란 일조를 하였다.
또한 그는 자유민주주의가 가지는 원칙과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판사라는 직책은 바로 그 가치를 지니는 최일선에 서 있는 직업이었다.
얼마 전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이회창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를 인정하고
섹스 비디오로 물의를 빚은 백지영의 사회활동을 보장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회창의 그러한 발언은 이회창의 정치지향과
전혀 동떨어진 발언이 절대로 아니다.
이회창은 바로 개인의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판사 출신의 정치인이다.
적어도 이회창은 지금까지 무식했던 극우보수의 정치인과는 구별되는 사람이다.
드디어 메인스트림은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체제가 길러낸 가장 우수한 자원이며
민주화 투쟁 세력의 지도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후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회창의 괴력은 여기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주류가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비주류의 슬픔이 묻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회창은 자신의 아들을 군대에 안 보낸 사실을 두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말로 당당하게 맞섰다.
물론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자 송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는 했으나,
그의 마음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적어도 이회창이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일정정도는 그에게 억울함의 측면이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죽을 때까지 이해 못하는 것이,
적어도 심정적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비주류의 애환이다.
비록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만일 이회창이 이름없는 민초였다면
그의 아들들이 그렇게 쉽사리 군면제를 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이다.
아들의 병역면제에는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는 전혀 하자가 없지만
민중들이 느끼는 사회적 시각과 울분에는 분명한 하자가 있다는 사실,
이것을 이회창은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비주류로서 군대생활을 해 본 사람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훈련소에서부터 4촌 이내에 영관이상 장교나 5급이상 공무원이 있으면
적어내라고 받았던 지시를 ...
(참고로 본인은 한사람도 적을 사람이 없었다.)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를 통해
교묘하게 포장되는 기득권의 논리이다.
이회창을 내세우는 메인스트림은 얼마나 기고만장할 것인가?
이제 너희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똑똑한 사람을
내세웠다는 그 자신감 말이다.
아마도 메인스트림은 이회창을 통해
대한민국 체제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내세운 과거 정권의 인권침해와 반민주는
오늘의 영광(?)을 가져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만 좋으면 뭐든 다 좋다는
우리시대의 왜곡된 가치관의 확대 재생산을 가져올 것이다.
87년 대선 이후, 직전 대선에서 2위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는 징크스와
주류지역으로 대표되는 영남지역의 표심을 생각한다면
이회창은 그 누구보다 대통령 자리에 근접한 사람이다.
야당 총재임에도 언론개혁을 반대하며 주류 언론과의 유착,
국가보안법은 개정불가,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발목잡기를 하는
이회창 총재를 보면서 메인스트림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이회창 총재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비주류에 대한 심정적 이해와 근본적 원칙에 대한 재점검이다.
사회구조적 약자가 갖는 설움은 야당 총재가 권력이 없어서 당하는 설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을 이회창 총재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민중을 학살하고 정권을 도둑질한 대통령 밑에서
서슬퍼렇게 좀도둑에게 준엄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판사로서가 아니라
배가 고파 빵을 훔치는 장발장의 설움을 심정적으로 이해하는
정치인이 되달라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아무리 보아도 양심의 자유를 반하는,
다시말해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질서를 부인하는 초헌법적 법률이다.
섹스비디오의 주인공인 백지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절대로 비난의 대상이 아님을 아는 이회창 총재의 식견이라면,
국가보안법이 어떠한 법률이라는 것은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메인스트림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정 메인스트림이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메인스트림의 왜곡된 가치를 보호하지 말고
그들이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가 지니는 진정한 가치를 대변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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