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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0, 15:36:06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김문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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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컴플렉스가 하나가 있는데
바로 성격이 여리다는 것이다.
여린 성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주 흘리게 되는 눈물은
남자로서 그리 달가운 것일 수 없다.
얼마 전,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보러 극장에 갔는데,
순수한 아이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오는 눈물을
같이 보는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무던히 애를 썼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내 자신이 눈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적인 자리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흘리는 눈물에 대해서
그다지 신뢰를 보내지 않는 편이다.
사람의 눈물은 공격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를 무디게 만드는 무기이다.
특히나 남자가 흘리는 눈물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궁지에 몰린 사람이 더이상 나를 공격하지 말라는 일종의 신호이기도 하다.
노태우가 비자금의 진상을 기자회견에서 말할 때 흘린 눈물과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이 옷로비에 휘말린 부인을 이야기할 때
흘린 눈물의 효과가 바로 이런 것이다.
엊그제 김문수가 환경노동위원회에
대우차 사태를 추궁하며 흘렸던 눈물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그 눈물은 방어의 눈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를 향해서는 엄청난 공격의 눈물이요,
자신에게는 노동자에 대한 사랑을 보이려는 일종의 시위성 눈물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 눈물의 진실을 믿지 않는다.
오랜만에 김문수 의원의 홈페이지에 가봤다.
그의 약력란을 살펴보면서, 나는 그가 가진 컴플렉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필에는 그가 걸어온 노동운동의 역사와 민중당의 출마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그가 취득한 국가기술자격까지 소개되어 있지만,
1996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당선이 어느 당으로 되었는지는 쏙 빠져 있다.
민중당 시절의 후보 출마는 낙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이름을 명기하며
자랑스럽게 나열되어 있었지만, 국회의선 당선 이력에 부천소사라는
지역이름은 있었지만 아주 중요한 정당이름은 빠져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문수의 변절을 두고 그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고 하지만,
내가 그에 대해 실망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몇년 전이던가 한총련 사태가 벌어졌을 때의 일이다.
당시 여당 의원이던 김문수는 KBS시사토론 프로그램의 패널로 나와서
정말 침을 튀겨가며 학생운동에 대한 가열찬 비난을 퍼부었다.
그 때 상대 패널은 야당이던 국민회의의 김민석의원이었다.
아마도 KBS는 운동권 출신의 두 의원을 초대해서 학생운동권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고 싶어 했었던 것 같다.
상당히 곤혹스런 표정으로 학생운동권이 변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던
김민석의원과는 대조적으로 김문수 의원은 대중의 지지마저 떨어져 버린
학생운동권을 십자가에 매달고 아주 심한 대못질을 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굶어가며 치료도 받지 못하고(심지어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까지)
연세대 도서관에 갇혀 있던 학생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었으며,
잘 조작된 카메라 편집에 의해 전경들의 몽둥이질은 보이지 않고
학생들의 화염병만 잘 보였으리라 ...
나는 대놓고 학생운동권을 옹호해주지 못하는 김민석 의원에게는
무척 서운한 감정을 느꼈고, 아예 대못질을 해대는 김문수 의원에게는
일말에 남아 있는 기대감을 거두어 버렸다.
과연 김문수의 눈물과 대못질 사이의 간극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차이점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여당의원에서 야당의원으로 바뀐 신분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나는 정말로 그에게 묻고 싶다.
김문수 의원에게 대놓고 학생운동권을 옹호해주길 기대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냥, 그냥 김민석처럼 곤혹스러워하기만 했어도 참을려고 했다.
김문수가 그렇게 가슴에 대못질을 안해도
이미 수구보수언론이 학생운동을 장사 지내서 저 멀리 화장터로 떠나 보내고 있는데,
운동권 선배라는 양반이 거기다 대고 춤을 추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그 해 말이었던가?
노동자들이 그렇게 반대해마지 않던 노동법 날치기 통과 현장에
그는 거수기로서 당당히 참가하였다.
아마 그는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 스스로를 변명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
"나도 할만큼 했어 ..."
"나보고 더이상 어쩌란 말이야 ..."
나는 김문수가 대우차 사태에 대해
환경노동위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100% 아니 200%이상 찬성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람이다.
그대의 눈물이 나의 여린 마음을 건드리면
나의 여린 감정 때문에 나의 이성이 너무 곤혹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김문수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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