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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0, 09:55:09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사이버의쟁투'에 보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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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의쟁투'라는 아이디로 의료개혁에 관한 글이
노하우 게시판을 통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사이버의쟁투의 글을 보면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너무나도 진부한 말이 떠오른다.
실패한 대통령 김영삼이 입버릇처럼 하던 이야기라
다시 되풀이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이 말만큼 사이버의쟁투에게
해주고 싶은 적당한 말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혁은 왜 혁명보다 어려운가?
혁명은 기득권의 밥그릇을 총칼로 강제로 빼앗아오는 것이지만,
바로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합의와 동의 아래
그들의 밥그릇을 평화적으로 빼앗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이버의쟁투'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리는 의사선생님께
진지하게 그렇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그대의 밥그릇을 온전히 내 놓을 생각이 있는가?"
아마도 항변할 것이다.
왜 의사만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하면,
그리고 의사는 가지고 있는 아무런 기득권도 없다고 ...
아마 거기다가 병원 문을 닫고 의사의 길을 포기하는 예도 부지기수라는
정말 설득력 없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인터넷 신문 ohmynews에서 인터넷매체 소속 기자의
인천공항 기자실 출입 문제 때문에 많은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기득권을 가진 오프라인 매체의 기자와 벌어진 기자실 출입 문제는
조그마한 기득권을 둘러싸고도 얼마나 첨예한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 때 내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ohmynews기자의 출입을 막았던 모방송국 기자가 반론을 편 내용 중에
"기자도 알고보면 약자"라는 논리의 글이었다.
논리적으로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기자가 되기 위해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과연 약자가 되려고 저 고생을 하는 것인지 저으기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심지어는 변호사도 죽겠다고 난리도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오늘 조간신문을 보니 사법고시 합격생의 증원 이후에
변호사들의 수임현황은 통계적으로도 감소세가 눈에 띄게 현저한 실정이다.
행정고시 패스한 내 친구는 월급이 대기업 사원보다 못하다고
죽는 소리를 해대고 있다.
몇 년 전엔가 김한길 현 문화부 장관이 진행을 하던 한 토크쇼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미모의 여자 탤런트가 나와서
신인시절의 어려움을 이야기해달라고 사회자가 묻자 한다는 말이
"신인 시절엔 자기가 고생이 많았다. 히터도 안나오는 차에서
촬영순서를 기다리고 ..."라는 대답을 했다.
이에 김한길이 "그게 고생이면 나는 100리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는데 ..."
하면서 농담식으로 받아 넘기기는 했지만, 그걸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고생이라곤 해본 적 없는 20대 초반 철부지의 생각없음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든 것을 모두 정리하자면
우리 사회에서 친구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좀 출세한 계층 중에서
개혁의 칼날 앞에서도 자기 잘 산다고 주장하는 계층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도대체 의사도 어렵고, 변호사도 어렵고, 행시 패스한 애도 어렵고
그러면 정부가 개혁에 투자할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해야 하는가?
결국 이름 없는 월급쟁이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또 나와야 하는가?
"사이버의쟁투"가 주장하는 의료현실의 문제점을 모르는 바는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문제점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 대안을 실현하는 방법을
내 놓아야 한다. 물론 한 기업을 살리기 위하여 수천억의 공적자금을
투자하면서 의료보험 재정에는 왜 이렇게 인색하냐는 비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정된 재원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의 예산에서 복지부문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군축의 문제가 나타나고,
이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사회운동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안목을 의사집단에게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자기의 분야인 의료문제의 기본적 원칙이 무엇인지와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미국식의 완전한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갈 것인지,
유럽식의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갈 것인지의 사회적 합의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 정도는 솔직히 밝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는 미국 식으로 갔으면 하면서도
국민들 앞에서 눈가리고 아웅 하려고 의료부문 사회보장비를 늘리라는 식의
주장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돈만 많이 투자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의사들 말고도 의료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사람도 할 수 있는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의사들은 의료부문에 사보험을 도입하여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자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하는 모양인데,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좋은데
뭐 국민의 건강권 어쩌구 하는 소리는 제발 하지 말기를 바란다.
솔직하게 그러한 시스템이 의사들 돈 벌기에 가장 유리하다고
대놓고 고백을 하면 동정표라도 보내줄 용의는 있다.
사보험이 도입되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면
못고칠 병이 없을 정도로 의료기술이 발전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부자 한 사람의 희귀병을 고쳐야 하는지
못사는 100사람의 평범한 병을 고쳐야 하는 지는
단순한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의 문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이버의쟁투' 자신의 말대로 의료문제는 지난 몇 십년간 누적되어 온
고질적인 한국 사회의 병폐 중에 하나이다.
그렇지만 무식한 서민들은 지난 몇 십년간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의사들에게 돈을 퍼갔다주며 항생제를 남용해 왔다.
이에 대한 의사들의 최소한의 사과 없이
'의권쟁취'라는 미명 하에 국민을 사지로 내 몬 사실은
어떠한 명분을 갔다 대어도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다.
의사들이 정부를 비판하지만
정부와 공생하면서 기득권을 향유해 왔음을 의사들은 알아야 한다.
의료문제를 두고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은 이름없는 서민이지,
결코 의사들이 아니다.
실컷 도둑질을 해 왔으면서, 나를 도둑질하게 만든 정부가
잘못이고 나는 피해자라고 외쳐봐야 아무도 동정해주지 않는다.
'사이버의쟁투'는 의사의 잘못에 대한 솔직한 고백의 글을
먼저 올리기를 바란다.
만약 사과의 글이 올라 온다면
그 다음부터는 의사들의 글에 대한 합리적인 논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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