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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0, 09:57:24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이재오 원내총무를 바라보는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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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 최고 사령탑인
원내총무에 선출되었다.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안택수 의원을 물리치고 원내 제1당의 야전사령관이 된 것이다.
언론에서는 87년 민주화 투쟁의 동지였던 민주당의 이상수 원내총무와 함께
호흡을 잘 맞추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기도 한다.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나라당에
재야출신의 원내총무라는 것이 약간 어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의 재야출신 원내총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부영 의원이 원내총무를 한 번 역임한 적이 있으니
이재오 의원은 재야출신 원내총무 2호인 셈이다.
이재오 의원은 민중당 시절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주 오랜 옛날, 우연찮게 PD계열의 운동권 선배에게 이끌려 찾아간
민중정당 건설 전진대회 같은 곳에서 만난
이재오의 모습은 정말로 민중을 사랑하는
투사의 모습 그 자체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민중당 후보로서 국회의원에도 출마하였다.
그리고 보기좋게(?) 낙선을 하고 말았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요즘도 나오는 논쟁 중에 하나이지만
당시에 DJ에 대한 지지를 둘러싸고 운동권 세력이 노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민중당에 참여한 인사들의 대부분은
DJ 역시 보수정치인으로서 타도 대상이라면서
독자적인 정당 건설에 나서자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민중당의 정치실험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김영삼의 신한국당에 투항해 들어갔다.
DJ의 개혁노선이 사이비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한 YS의 우산 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YS의 개혁성을 그 명분으로 삼았다.
노동운동계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던 김문수 의원의 변신 역시
YS의 개혁성을 명분으로 하였다.
이재오 의원이 96년 총선에서 당선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는 TV에 나와서 자신의 당선의미를 밝혔다.
자기가 민중당 간판으로 출마 했을 때에는 낙선하고
신한국당 후보로 나오니까 당선이 되었는데,
이것은 안정 속의 개혁을 추구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하였다.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갈수록 가관이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왜! 국민의 선택으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군부정권의 연장이 국민의 뜻이었다고 논리를 펴시지 ...
1차적으로 YS에게 투항한 재약세력의 정치실험은 실패하였다.
그것은 YS의 개혁이 실패한 것으로 증명이 되었다.
IMF는 그 어떠한 변명을 하여도 YS를 복권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다.
그러나 YS의 개혁을 명분으로 삼았던 재약출신의 여당 투항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잘못했다고 하기는 커녕, 변명 한마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재야출신이 YS에게 간 것은 악이고, DJ에게 간 것은 선이라는
단순 이분법을 적용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재야출신들에게 최소한의 양심만은 보여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DJ의 보수성을 용납 못하던 그 시절을 생각해서
한나라당의 수구적 성향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수적이라고 비난하던 DJ의 민주당마저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자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한 글자도 못고친다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운동권은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해 시늉만 하고 있는 DJ를 비난하고 있다.
아예 개정불가를 못박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재오 의원은 과연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시늉만 하는 DJ를 향해 국가보안법 개정에 적극 나서라고 해야 하겠는가
아니면 절대 고칠 수 없다고 한나라당 당론을 밀어부쳐야 하겠는가?
나는 도대체 DJ도 용서할 수 없는 순수한 진보의 피를 주장하던
재야출신 운동권들이
DJ보다 보수적인 한나라당 당론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도대체 어느 것이 진짜 모습이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재야시절의 주장은 단순히 명망을 쌓기 위한 정치적 제스츄어에 불과했는가?
원내총무라는 자리는 재야출신의 소신을 숨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자기 당의 당론을 상대방의 원내총무와 밀고 당기는 협상을 통해서
안되면 날치기를 해서라도 법안에 반영시키는 야전사령관 성격이 강하다.
한나라당 당론에 배치되는 민주당의 개혁입법에 대해
이재오 의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민주당이 국가보안법을 직권상정하려 할 경우
이재오 의원은 절차 상의 하자를 들어 법 개정을 반대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보안법 개정 불가의 소신을 피력할 것인가?
나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최소한 DJ의 보수성을 비난하던 민중당 시절을 생각해서
DJ 이상의 진보성향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것도 너무 큰 욕심이라면
DJ가 국가보안법 개정하자고 할때 폐지하자고는 못할 망정
찬성 정도는 해야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여야에 포진한 재야출신 원내총무는
90년대 이후 제도정치권에 입문한 재야세력의 왜곡된 위상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80년대에 그렇게 외쳤던 민주주의와 통일이
일부 재야출신의 명망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면
역사를 위한 우리의 투쟁은 얼마나 허망한 것이 되겠는가?
나는 재야출신 정치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재야시절의 과격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자기 양심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 양심을 잴 수 있는 잣대는 정치권 곳곳에 놓여져 있다.
이재오 원내총무의 향후 행보를 주의깊게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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