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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30, 12:28:12 에 amharez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왜 노무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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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란 이름 석자가 국민들 사이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88년 5공비리 청문회를 통해서였다.
시골 노총각같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논리적 언변은
5공비리 청문회가 가지는 역사적 의의를 떠나서,
노무현이라는 일개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성공적인 변호사의 삶을 누렸던
노무현의 최종학력은 부산상고 졸업장이 전부였다.
청문회에서의 활약은 별개로 그의 드라마틱하면서도 입지전적인 삶 역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때론 정치적 반대자들이 청문회 스타로서 노무현의 화려한 등장이
그저 뛰어난 말솜씨에 의한 우연쯤으로 격하시키기도 하지만,
기실 노무현의 진가는 청문회 스타 이전의 삶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노무현의 변호사로서의 성공담은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걷는 법조인의 모습 바로 그 자체였다.
그는 사건을 수임하기 위한 관행적인 커미션 제공을 거부하며,
오직 능력과 특유의 성실성으로 치열한 수임경쟁을 뚫고 나갔다.
또한 노무현은 돈도 안되고 힘만 들어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노동사건과 시국사건의 변론을 도맡아 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지역 법조계에서 승소율이 높은 유능한 변호사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유능한 변호사로서 인정을 받아가고 있던 노무현은
이른바 '부림사건'이라는 독재정권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힘없는 학생들이 영장도 없이 체포되고 고문당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안정적인 변호사 생활을 제쳐두고 본격적인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양심적이면서 능력있는 변호사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보장받고 있었지만
노무현은 불의한 시대를 정면으로 맞서며 새로운 정도를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그는 '부산 민주 시민협의회 상임 위원장'과
'민주헌법 쟁취 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고
부산민주화운동세력의 리더로서 활동하면서,
부산지역에서 6월항쟁의 분수령을 열어나가며
민주화운동 지도자로서 그의 모습을 깊게 각인 시키게 된다.
노무현은 자신의 고백에세이를 통해
'내가 국회의원이 된 것은 행운이었다'라는 겸손의 말로 스스로를 낮추고 있지만,
민주화운동의 경력, 노동자들을 위한 봉사와 이로 인한 구속과 변호사 자격 박탈 등
그가 당한 경험과 고초들은 국회의원 뺏지가 결코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가 일개 초선의원으로서 청문회에서 거물급 정치인과 재벌들에게
조금도 위축됨이 없이 당당하게 질문을 하고 빛나는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그가 이전부터 민주화운동의 정도를 걸어 왔다는
밑바탕에 숨어있는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일관된 원칙과 정도를 걷는 신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합당을 따라가지 않은 것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김영삼의 정치적 영향력이 그 어느 곳보다도 절대적인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으로서
노무현은 금뺏지의 허울뿐인 영광보다 역사적 소신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김영삼이란 거물이 떠난 야당에 남아 고군분투하며
정통 야당의 명맥 유지와 통합 야당 건설에 매진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지역주의의 광풍에 홀로 반기를 들며 부산 지역구에 출마를 한다.
당선이 쉬운 서울의 지역구로 옮기라는 주위의 권유를 모두 뿌리치고,
부산을 버릴 수 없고 지역구민을 저버릴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야당의 깃발을 들고 부산에 출마하는 모험을 강행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기도 한 그의 억척스런 고집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종로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되어 손쉽게 재선의원의 고지에 올랐음에도
그는 어김없이 다음 총선에서 종로를 버리고 부산시민에게 달려갔다.
상대 당의 노골적인 지역감정 조장과 상당한 재산가라는 흑색선전에 의해
노무현은 또다시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그는 지역구도 속에서도 30% 이상의 표를 몰아준 부산시민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다시 한번 지역주의 청산에 대한 그의 의지와 희망을 국민들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나 노무현의 장점이 정도를 걸어오며
정치판에서 쌓아온 이미지에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만약 노무현이 정치적 선택에 의한 깨끗한 이미지로만 승부했다면,
그는 수없이 명멸해 간 청문회 스타들을 비롯한
여러 서투른 아마추어 정치인의 하나로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그가 우리 정치계에서 보여준 것은 깨끗한 이미지 외에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고 합리적 대안의 제시라는
너무나도 훌륭한 정책능력이 더해져 있는 것이다.
부산의 삼성자동차 문제를 해결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자칫 지역감정으로 감정만 격해지고 해법을 찾기 힘들었던
삼성자동차 문제에 뛰어들어 삼성자동차의 재가동과
매각협상을 조기에 타결하는데 큰 몫을 담당한 것이다.
이로 인해 침체해 가던 부산경제는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었고,
이에 고마움을 느낀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와 삼성자동차 부품업체가
노무현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사실은
정책대안자로서 노무현의 능력을 유감없이 평가받은 사건이었다.
노무현은 말만 앞세우는 정치인이 아니라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정치인이었던 것이다.
부산의 다른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부산지역 경제가 망한다고 하면서
말로만 떠들며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잇속만을 챙기고 있을 때,
노무현은 묵묵히 행동으로서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며
경제회생의 활로를 찾은 것이다.
그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 노무현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고 한다.
낮은 직급의 사람에게까지 같이 인사를 하면서, 일일이 부서를 찾아다니며
정책대안을 찾아나서는 장관의 모습은
공무원들 사이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또한 장관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허명을 위해 과시성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치인으로서 입각한 장관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일반적인 평가인데, 노무현 장관만은 어쩔 수 없는 행사만
그것도 간소하게 실리적으로 치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로 인해 엄청난 국가 예산을 아낄 수 있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가 재임 중에 수협을 지켜내고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면서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노동조합과 손발을 맞춰 경영정상화를 이루어낸 업적은
많은 어민들에게 노무현이란 인물을 다시한번 바라보게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제 노무현은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의 하나로서 다시 국민들 앞에 서있다.
수없이 명멸해간 청문회 스타들 중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정치적 소신을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시키면서 국민들 앞에 대통령 후보로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이 대선후보로까지 부상한 사실은
그만큼 한국사회가 성숙했다는 훌륭한 증표이다.
그의 순결한 민주화운동의 경력과 정도를 지킨 정치행로 속에서도
강력한 대권후보로 우뚝 설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정치현실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이고,
국민의 정치적 시각이 그만큼 성숙되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무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지역주의에 의지하는 분열지향의 여타 후보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통합형 지도자라는 것이다.
지역주의의 특혜에 알게모르게 기생해온 많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지역주의와 온몸으로 저항하고 합리적인 해결의 길을 모색해 온
노무현의 고결한 모습은 군계일학이라는 말을 어떠한 곳에 써야하는지
실례로써 너무나도 잘 가르쳐주고 있다.
민주당의 영남후보로서 노무현이 가지는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다.
30년의 독재정권의 유산인 파멸적 동서대결을
한번에 끝내버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노무현이 본선에서 가지는 경쟁력이
그 누구보다 절대적일 수 밖에 없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며,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에 최초로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환호성을 올리며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 내는
환희의 희망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인권을 중시하는 참다운 민주주의의 개혁을 이루어 낼 것이며.
깨끗한 정치지도자에 걸맞는 깨끗한 사회를 일구어 낼 것이다.
노무현은 과거의 행적, 현재의 좌표, 미래의 능력을 고려할 때,
효율적이면서 투명한 사회를 건설하는 개혁을 완수할 유일한 적임자이다.
만일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것은 명실상부한 새로운 정치문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모두 차기 대선의 결과를 두려워하고 있다.
강조하건데, 노무현 후보의 가장 큰 적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아니요,
민주당 내부의 다른 대권후보들도 절대 아니다.
다름아닌 국민들 내부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패배주의다.
대한민국은 참신하면서도 깨끗하고 능력있는 대통령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패배감이다.
젊은이들에게 노무현을 물어보면 깨끗하고 원칙있는 정치지도자로서
존경을 표하지만 너무 청렴해서 차기에는 힘이 들지 않겠냐는
자조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회의 개혁과 진보를 막으려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방어 논리에
모두들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객관적인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가장 무서워할 본선 경쟁자가
바로 노무현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실정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본격적으로 대선주자로 확정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여론조사에서 오히려 이회창을 따돌리는 성과마저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라는 극우보수매체가 노무현이라는 유력한 대권후보를
의도적으로 따돌리며 기사화하지 않는 것은
보수세력이 노무현에게 느끼는 위기감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강준만이 이야기하는
국민 사기극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청렴하고 깨끗하고 원칙있는 정도를 걸어 온 정치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을만큼
우리 시민사회는 성숙해 있으며 무릎이 까지는 역사적 고통도 충분히 감내해 왔다.
마치 충분히 걷고 뛰고 달릴 수 있을만큼 성장해 있는데,
자신감이 없어서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보이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이 가슴 벅차게 내년 대선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한번 새로운 승리의 기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97년의 승리보다 한 차원 더 승화된
국민 모두가 함께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을 기다리는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역사의 진보와 개혁의 완수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노무현에게 있어서, 아니 개혁적인 민주화를 완수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적은 국민들의 패배주의다.
이 패배주의만 극복한다면 대한민국은 깨끗하고 도덕적이면서도
역사적 안목과 합리적 능력을 갖춘
가장 이상적인 국민통합의 지도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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