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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9-21, 05:40:27 에 dogfood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노무현의 생각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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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로 돌아간 것 같다"
8.15 방북단의 평양방문 이후, 거의 한달 정도를 "해방 정국을 상상케할 정도"라는 극심한 대립구도를 경험해야 했다. 나야 해방 직후가 어땠는지 알 리가 없지만, 적어도 내가 TV라는 걸 볼 수 있게 된 후로는 처음으로 "대립"이라 부를 만한 장면들이 TV에서 보여졌던 것 같다. (최소한 이전에는 "탄압"이었지 "대립"은 아니었다.) 아무튼 김포공항에서의 그 장면들은 참으로 볼만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본능적으로 노무현 고문을 바라보았다. 대립 상황에서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정치인. 그래서, 비록 정치 9단은 못 되더라도, 팬클럽을 보유할 수 있었던 유일한 정치인. 그의 생각이 듣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한달이 넘어가는데도, 8.15 방북단 사태, 그리고 이후의 보혁대립 구도, 강정구 교수의 구속과 임동원 장관 해임안, DJP 공조 파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치적 변혁기에, 노무현 고문은 이렇다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정말로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건가? 아니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일까?
"이번 행사가 남북관계에 후유증과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민족장래 문제에 이런 사건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냉전적 사고와 극단적 방식을 모두 극복해 나가자. 신중치 못하고 무책임하며 감상적인 통일 지상주의나 좌경 친북적 사고는 단호히 경계해야 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노 고문의 발언은 이 두가지 밖에 없었다. 8월 22일에 있었다는 민주당 당무회의에서의 발언이다.
신문기사의 인용보도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일단 노 고문의 직접적인 발언을 접하지 못한 나로서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두 발언은 아무리 좋게 점수를 쳐주려해도, "한 발 빼기" 정도로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양비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소리인가?
극단적인 보혁대립구도. 생산적인 토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이너스섬 싸움에 굳이 끼어들어 상처를 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도 딱히 "옳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중립을 지키고 있는 것이 이쪽 저쪽으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불과 몇 달전, 노무현 고문이 언론개혁에 "강한 목소리"를 냈던 것을 기억한다. "언론과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였다.
언론개혁 문제도 이번 방북단 사태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여당의 언론개혁정책이 반드시 "100% 선"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숨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개혁이라는 대의 자체에 동감하기에 다소간의 무리가 있더라도 나는 정부여당의 언론개혁 정책을 지지한다. 그리고, 확실하게 목소리를 내 준 노무현 고문을 지지한다.
그런데, 이번엔 도대체 뭔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지금, 이제는 좀 더 "유화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제는 적을 만들기보다는 동지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때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대통령 후보로서의 "생각"을 밝히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적어도 나는 노무현 고문의 대북관과 햇볓 정책에 대한 의지, 그리고 이번 사태의 해결방법에 대한 복안을 듣고 싶다.
덧붙임 : 최소한, 이인제씨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게 어느 쪽이든.
"국민은 대한민국 정통성의 훼손과 통일전선전술에 이용되고 있지 않나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교류를 확대하고 있으나 군중대회 성격의 행사는 북측 전술에 말릴 우려가 많다. 정치행사 위주가 아니라 실질적 문제를 놓고 민간교류가 이뤄지도록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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