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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6-26, 20:30:26 에 eesti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No wind but w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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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風 이라는 단어가 한동안 들렸습니다. 국민경선의 성공과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몰고온 '바람'을 초저녁 골목 어귀를 지나는 바람처럼 폄하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바람은 실제로 잦아든 듯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한때 지나가는 바람(wind)이 아니거니와 그래서도 안 됩니다. 당신은 바람(wish)이며 상징이기도 합니다.
상업주의에 상당한 정도로 점령된 우리 독서풍토에서 출판사들은 책의 표지 디자인에 거금을 들이곤 합니다. 팔리기 위해서 껍데기는 중요합니다. 여러 달 전, 이회창씨의 소위 '빌라 게이트'로 그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의 지지율은 다시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민심, 여론, 표심은 깊이있는 정치 철학과 역사인식에 근거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단순화시키자면,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잘 잊습니다. 최근 두 달 사이 당신과 이회창씨의 지지율 역전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러한 설명은 적절한 도구가 됩니다.
김대중 정권의 침몰은 출범 초기부터 예견된 것이 아니었습니까? 이성계 이후 첫 비주류 정권의 주인공이라는 그는 취임 사흘 뒤부터 발목이 아니라 몸통이 잡힌 채로 4년 반을 왔습니다. 정치인 김대중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잠시 미뤄두고 생각해 봅니다. 민주당에는 그의 그림자가 너무 짙습니다. 30년이 넘도록 지역주의와 색깔론의 볼모가 되어온 그를 위한 변명도 잠시 거두어 들입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좋든 싫든 영남의 현존하는 지역주의를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그러한 구도에서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당신의 논리를 기억합니다.
현실은 정치 도의나 역사적 정통성에 종종 등돌립니다. 그것이 타당하든 아니든 분명히 여론과 표심은 김대중을 거부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접고 역사의 평가는 후일로 미루어야 합니다. 그리고 김대중을 넘어 가야 합니다. 민주당 깃발을 바꾸어야 합니다. 껍데기, 표지를 바꾸어야 합니다. 당신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일 때보다, 아무런 수식어가 붙지 않는 노무현일 때가 더 잘 팔릴 것이라면, 현대 민주정치가 <가요톱10>의 수준으로 굴러떨어지는 모습이 참담하더라도 당신은 그에 순응해야 합니다. 당신의 명분은 그에 상응하는 실리를 거의 얻지 못하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이 김영삼을 찾아가기 얼마 전 게시판에 한사코 그것을 반대하는 글(자유게시판 104102)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턱없는 훈수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당신이 읽지 못할지도 모를 풍향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읍소하는 심정으로 적습니다. 8월 재보선을 앞두고도 당신은 너무나 바보처럼 정도만 고집합니다. 그러나 지금, 풍향계는 김영삼씨의 깜짝쇼와 같은 "새로운" 쇼를 -그것이 한낱 간판 바꿔달기에 불과할지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은 자리 같은 주인이 새 간판을 달고 "신장개업"이라고 써붙여도 왜 손님들은 느는 것인지 어찌 보면 우스운 일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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