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2001-07-10, 12:42:26 에 eesti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매춘 80년, 그 고단한 시절의 종언을 위하여
|
어린 시절 주먹 깨나 쓰는 무지막지한 놈한테 걸려서 어떻게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눈물겹게 애를 쓰다가 결국 놈에게 얻어터지고서야 무식한 놈에겐 무식하게 맞서는 방법밖에 없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기억이 있다. 조선일보를 생각하면 어째서 늘 어린 시절의 그 아픈 추억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이나 독재정권의 똥꼬를 핥아온 기나긴 역사는 일단 논외로 하고, 외신을 제멋대로 번역하는 실력도 TEPS 공부 좀 열심히 하면 나아질지도 모를 일이니 넘어가겠다. 하지만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이판사판으로 나오는 조선일보의 저 비장한 모습은 도리상 심각하게 봐주는 척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
한나라당의 ‘언론자유 수호 비상대책특위’의 박관용 위원장은 "탈세 등 비리는 언론탄압보다 차원이 낮은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은 대개 조세정의와 언론자유 둘 다에 관심이 있다. 그 정당에서 '수호'하려는 언론자유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조선일보가 박관용 의원보다는 좀더 지능적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아무렴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편집권 독립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응답자의 61.4%가 "경영진"이라고 답했으니 무턱대고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 타령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다.
조선일보는 국세청이 무가지(無價紙)살포와 지국에 지원한 경비를 접대비로 간주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한 부분이 "어거지 셈법"이라고 주장한다. "설령 과세한다고 하더라도 무가지 발행에 따른 재료비와 발송비 등 비용을 인정해 이를 제외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타협의 정신도 발휘한다. 그러나 전체 발행부수의 20∼30%로 추정되는 무가지가 반 년 정도의 '서비스' 기간이 지나면 결국 신문사의 수입원이 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장래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접대비로 간주되는 것이 옳다. 타 신문사도 마찬가지지만 재료비와 발송비가 부담된다면 무가지 안 뿌리면 그만이다.
정말 무식하게 얘기하는 건데, 룸싸롱 세무조사는 룸싸롱 길들이기인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고, 탈세를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백보 양보해서 무가지 살포가 아무 문제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사주 일가의 불법적인 재산 취득과 증여, 그리고 소득 탈루에 대해선 왜 아무런 설명이 없는가? 이미 지난 89년, 서울시가 발표한 토지분 재산세 고액납세자 명단에는 당시 15세에 불과한 조선일보 방일영 고문의 손자가 고액납세자 6위에 올라 중학생이 세금도 참 잘 낸다는 칭찬을 들은 바 있다. 방씨 일가는 불법적 혹은 편법적인 재산 축적의 의혹들에 대해, 이 부분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선 왜 당당하게 반박하지 못하는가? 아무리 무식한 이라도 룸싸롱 세무조사를 룸싸롱 탄압이라고는 안 한다.
이건 순전히 양념인데, 말의 앞뒤 자르고 제멋대로 작문하는 조선일보 흉내 한번 내보겠다. 노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언론과의 전쟁" 발언을 왜곡한 지난 2월 9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국민과 독자’가 바로 언론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존재" 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을 가리켜 '천적'이라 하는 저들은 반국가 세력에 다름 아니다. 그들이 이제껏 자유언론의 탈을 쓰고 펜대를 휘갈겨대도록 방치해온 이 나라가 어찌 제대로 된 나라라 할 수 있단 말인가! (비슷하게 흉내냈다고 자부한다.)
한 단락 더 인용해 보겠다. 1990년 12월 19일자에 논설고문이 쓴 글이다.
"언론의 자유를 지탱해주는 기둥은 언론의 권위와 책임이다. 그리고 언론의 권위란 남으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져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권위를 남이 인정해 줄 때에 비로소 권위를 갖게 된다. 이런 권위와 책임이 따르지 않을 때 언론의 자유란 자칫하면 일종의 언론의 매춘으로 타락하게 되기가 쉽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조선일보는 이제 그만 치마를 바로 입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매춘을 80년 했으면 이제 그만 은퇴할 때도 되었으니까.
|
|
▶▷▶ 이 칼럼에 대한 짧은 의견들
|
|
Cyber Webz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