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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0-17, 00:12:27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 도대체 광주는 왜 그래요? " (변명님의 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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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그냥 쓰지 않았던 글인데,
솔직히 말해 " 변명 " 님의 글을 읽고 결국 쓰게 되었습니다.
보잘 것 없지만 한 번 읽어봐 주십시오.
최근까지 회사에서의 나는 신규브랜드를 담당하는
소규모 스태프의 일원이었다.
담당자들의 수가 적기로는 서울 본사도 마찮가지이지만
지방근무자로서의 나는 대구, 부산, 대전, 광주 4개 지점에서
단 한명씩만 존재하는 팀내 독립 브랜드의 외톨이었다.
' 팍팍한 ' 신규업무를 혼자 한다 는 또
주변에는 마음의 이해도 나눌 수 없다는 업무의 특성 때문에
다른 지역사람들과 전화로나마 서로를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브랜드 홍보를 위한 일련의 길거리 행사가 있을 예정이며
지방별로는 주요도시에 한 번씩 있을 것이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이윽고 어느 토요일 미지의 여성으로부터 갑작스런 전화가 걸려왔다.
' 행사용역을 맡은 서울소재 회사의 이벤트 팀 책임자인데
마땅한 행사장소를 물색해야하니 좀 도와달라 ' 는 것이다.
중간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대기까지하며 길안내부터 시작해서
반공휴일을 희생해가며 늦도록 광주가 처음이라는 그녀를 성심껏 도왔다.
'오만하다'고 까지 느껴지는 프로의 자부심에 비해
책임감, 능력, 경험은 턱없이 부족한 사회경험이 모자라는 그녀를.
그리고 그 정성의 이유는
같은 값이면 친절하고 착하게 살면 좋겠다는 천성이 먼저 였지만
(자화자찬인 것 같아 부끄럽군요. 설명을 하다 보니 )
타지방 사람의 편견을 되도록 씻고 싶어하는 부질없는 자격지심도
사실 있었다.
그런데
타도시도 마찮가지겠지만 광주라는 곳은
규모에 비해서도 도시계획이 없이 성장한 곳이라서
중심상권에서 그만한 행사를 치룰 장소를 섭외하기란 참 어려웠다.
상가사람들이 ' 마구 마구 화를 내며 방해했다 ' 네
' 경찰에 신고했다 ' 네 하며 비슷한 행사를 목격했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하긴 인파로 인해 가게 출입구가 막히고 소음에 시달려야하는
주변상인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그녀는 이맛살을 찌뿌렸고 나는 괞스레 미안하고 걱정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섭외가 않되었으니 다음에 또 온다'며
서울로 출발하였고 며칠 뒤 전화로 은근슬쩍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나에게 섭외를 떠넘겼다.
' 광주의 문제이니 광주사람이 좀 해결해 달라 ' 고.
자신의 일을 나에게 떠넘기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사기업건물 행사장을 선택하고 그들이 청구한 사용료만 지불하면
쉬웠던 문제인데 '공짜 장소'라는 참 힘든 요구를 나에게 하는 것이다.
나는 회사의 대표로 그들을 섭외한 본사 스탶에게
난감한 사정을 호소하였고 그것으로 그녀는 나에게 마음의 앙금을
가지게 되었다.
하여튼 행사는 시작되었다.
우려했던 주변상인들의 방해나 항의는 없었다.
찌뿌둥한 표정은 사실이지만 ...... .
문제는 이벤트 회사의 행사팀이었다.
오만한 태도를 떠나 내용이 정말이지 형편이 없었다.
표정은 어두워져 가고 행사팀은 그러한 나를 슬금슬금 쳐다보곤 했다.
경험많은 보조요원은 나에게 미안해했지만, 그녀는 달랐다.
회사에서 제공한 디스플레이용 제품중 작은 것이 하나 없어졌다.
정신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굴도록 간수한
자신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녀는 일부로 큰소리로 외쳤다.
엷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나서.
" 뭐? 제품이 하나 없어졌다고? "
그리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내질렀다.
" 도대체 광주는 왜 그래요? "
직원으로서 회사에서 제공한 제품을 소홀하게 관리한 그들에게
항의해야할 사람은 오히려 나였던 것 같은데
광주의 어떤 젊은이가 작은 소품 하나를 훔쳐갔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만으로 (사실 그러한 개연성은 높은 상황이었다 )
나는 그런 수모를 참아가며 상대방의 더 많고 큰 허물에
항의도 제대로 못한 "변명"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시나 " 비굴한 " 전라도 놈이었다.
하지만 어떻하랴?
그 상황에서 항의를 하면
"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의식만 내세우는 "
" 뒤끝이 않좋은 뒤통수만 때리는 "
여지없이 과격하고 추접한 전라도 놈이 되어버리는 것을.
그 말은 한동안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업무에 관한 통화를 하면서
서울과 각기 다른 지방팀의 담당자들과
행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게되었고 같은 결론이었다.
형편없는 내용, 무성의함, 오만함 등
" 선배님 왜 항의 한 번 하지 않으셨나요? "
동료들의 답은 지역을 떠나 같았다.
" 마, 이주임, 해봤자 뭐하노? "
그리고 각자에게 물어보았다.
다른 지방이나 서울에서 잃어버린 소품이 각기 광주보다 많았다.
( 뭐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 )
사람들 몰려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를 하는데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면서.
(생각해 보건데 광주의 행사가 늦은 편이었으니
그들은 벌써 더 큰 "분실의 경험"을 일찍이 격은 셈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영업에 지장을 받는 주변의 상인들이
어느 곳은 행사원들에게 물을 뿌렸고
어느 곳은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고
어느 곳은 우격다짐 직전 까지 갔었다고 한다.
( 물론 이역시 우연의 일치일 뿐 그 지역의 성격규정을 하는
'일반화의 오류'나 '신화창조(?)'의 도구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
하지만 다행히(?) 조용히 일을 치루었던 지역의 나에게 남겨진 말은
" 광주는 왜 그래요? "라는 오만한 일갈성(一喝聲)이었다.
머리속엔
행사전의 건설적인(?) 나의 항변과
행사후의 유구무언이 교차되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5.18이 떠올랐다.
후일담.
저는 유아기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분명 전라도 사람이며 타지방 분들께도 같은 말을 합니다.
재미있는 (?) 것은 저는 강원도 총각과 경상도 처녀가 만나
강원도에서 낳은 후 일찍부터 전라도에서 키어온 사례입니다.
(사실 이런 말도 굳이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저에겐 어른이 되어가면서 반추할수록
더욱 서글퍼지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얼큰히 취하셨던 아버지와의 대화입니다.
자식의 능력에 정도 이상 희망을 품으셨던 평범한 아버지셨습니다.
" 큰애야, 넌 아빠 기대 알지? 나도 인제 반(半) 전라도 사람이지만,
기왕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자식들을 키울거라면
전라도는 피해서 같은 값이면 서울이나 경상도에서 키웠어야 했는데 ..... .
그래도 네 본적은 강원도이다. 그나마 다행이지 "
" 아빠, 왜요? "
" 응, 출세나 사회진출하는 데 이곳 출신들은
차별이나 불이익을 좀 받거든, 그리고 다른 지방 사람들도
전라도 사람들은 싫어하거나 좋게 보지 않기도 해 "
" 아빠, 왜요? "
" 글쎄, 부끄럽지만 나도 이곳에 살기전까지는 그 말을 믿었던 것 같아. "
저는 두 개의 말씨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자연스레 -- 경기도에서 공부하신 아버지부터 --
익힌 ' 어설픈 서울말투 ' 와
사투리가 진한 남도의 시골에서 배운 전라도 말씨.
( 인제는 우리 아버지의 사투리가 더 진하십니다. ^^ )
그리고 상황에 따라 별 계산없이 그 중 하나의 말투가 선택됩니다.
평소의 경우라면 오히려 전자가 더 많습니다.
더욱이 타지방 나들이를 가면
' 어설픈 서울말씨 ' 가 자연스레 튀어나오지만
이곳에서와 마챦가지로 ' 지하철 ' 이나 ' 시내버스 ' 에서
어르신들게 자리를 양보할 때면
의식적으로 엷은 ' 광주식 사투리 '를 쓰곤 합니다.
어찌보면 유치하고 지나친 행동이죠.
( " 오바 " 라는 족보없는 표현이 우리말을
오염시키는 것이 싫어서 이렇게 써보았습니다. ^^ )
분명 생각이 너무 많고 마음이 지나치게 꼼꼼한
소시민이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유치함의 이유는 비단 저 혼자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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