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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0-13, 20:57:40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우리집 새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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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 8일은 우리집에 식구가 늘어난 날입니다. ^^
엇그제는 강아지를 한 마리 샀습니다.
먼 시외 출장, 하루 일정이 조금 남았는데
시내 상가 한 귀퉁이에 상자에 담긴 강아지 여러마리와
어느 아낙네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식구와 헤어졌던 '파피'가 떠올랐습니다.
아주머니께 꼭 돌아올 것이라며 한 마리를 점찍어 놓았습니다.
이윽고 '강아지'를 넘겨 받았습니다.
이미 '속마음'을 보여 흥정이라는 놀이를 불리하게 이끈 탓인지
아주머니는 사뭇 무거운 듯한 가격을 불렀습니다.
선뜻 값을 치루었습니다.
감당 못할 정도의 비싼 가격도 아닐뿐더러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한 구실로 '생명'을 사고 판다는 것
자체가 모독만 같은데, 게다가 그 가격을 흥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광주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녀석은 힘없이 겁먹은 표정으로
웅크리고 앉아 조금 걱정시켰습니다.
태어난지 3개월 된 강아지에게 장거리 자동차 여행은
사실 버거운 일입니다.
그러다가 문뜩 궁금한 눈빛으로 저를 처다보았습니다.
저도 슬며시 웃으며 응시했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길들이기가.
집에 도착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여독이 풀리기 시작했나 봅니다.
'낑낑'거리기도 하였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이곳 저곳을 살피기도 하고 식사를 청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귀여운 본성을 드러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한 식구가 된지 이틀째 날, 현관 층계를 올라
자꾸 방으로 들어올려고 애를 썼습니다.
가족을 알아보기 시작한 녀석이 참으로 기특합니다.
녀석은 아직 간직하고 있던 '파피'가 쓰던 집을 마다하고
한사코 현관을 고집합니다. 제 신발을 베개삼아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손가락을 핥다가 대뜸 '앙' 물어버립니다.
제법 따끔합니다. 그 정도로 저를 길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주 이렇게 '나는 살아있다'고 신호를 보냅니다.
그럴때면 깊은 밤 뒤척이다가 가끔 자신의 심장 고동소리를
듣는 것 마냥 '살아있음'에 대한 희열을 느낍니다.
누군들 마챦가지겠지만 '생명'은 한없는 외경(畏敬)을
불러 일으킵니다.
'살아있음'은 항상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살아있음'을 사랑합니다.
녀석은 지금 쌔근쌔근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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