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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8-31, 22:41:52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베트남 참전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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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참전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하여
( 부제 : 수구적 비판에 대한 반론 )
세상에는 많은 ' 주의(主義) ' 가 있다.
경제(經濟)를 기준으로 보자면
시장(市場) 혹은 바늘과 실처럼 따르는 사유재산, 자본(資本)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 혹은 '전면 부정하느냐' 등에 따라
" 자본주의 ", " 사회주의 ", " 공산주의 "로도 나뉠 수도 있고
정치(政治)를 기준으로 하면
민의(民意)가 원활히 반영되는가, 개인의 존엄 또한 보호되는가에 따라
" 민주주의 " , " 독재주의(?) " , " 전체주의 " 등으로도 나뉜다.
또한 자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 민족주의 " 도 있다.
그리고 위 세 가지 기준에 따라 많은 ' 조합 ' 이 만들어질 수 있다.
민족주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자도 있을 수 있고,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자본주의 독재자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정치와 경제가 따로 하기 힘든 특성 때문인지
교묘하게 대중(大衆)을 혼동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세계가 두 패로 나뉘기를 강요받던 시절 상대방 진영을 서로
' 민주주의의 적 ', ' 독재국가 ' , ' 제국주의자 ' 로 칭하기를
국민들에게 강요했던 것이 아주 대표적일 것이다.
우리 또래 역시
' 자본주의 = 민주주의 ' , ' 사회주의 = 호전적 독재주의 ' ,
' 민주주의 의 반대말은 공산주의 ' 라는 공식을 강요받아온
아마 거의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만약 교과서를 편찬했던 학자들이 그다지도
' 자본주의만이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경제제도다 ' 라는 신념이 강했다면
기본 개념과 분류법부터 가르치며 ' 사회주의의 중앙집권적 특성 '을 함께 언급하며
판단은 학생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면 조금은 더 나았을 것 같다.
학교에서 ' 자본주의 = 민주주의 ' , ' 우리체제 = 자본주의 따라서 민주주의 ' 라는
이상한 논법으로 독재합리화를 교육받다가 훗날 정치현실을 인식하며
혼동과 배신감에서 갈팡질팡했던 젊은 날의 기억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우리사회에서는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어버렸다.
그러한 왜곡된 교육이 오히려 자본주의, 시장주의에게도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눈가리고 아옹하는 국민선동, 우민화의 궤변은
베트남전쟁에서도 여지없이 되풀이 되었다.
당시 남베트남 역시 자본주의를 표방한 부정부패한 독재주의자의 나라였다.
그리고 소위 ' 월남파병 ' 의 구호는 " 자유민주주의 수호 " 였다.
베트남 전쟁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드러난 자본주의 독재와 드러나지 않은 사회주의 독재간의 충돌이었을 뿐이다.
그 많은 ' 주의(主義) ' 의 조합중에서 사회주의자들은 민족주의 또한 선택했고,
오랜 세월 동안 외세(外勢)에 시달려온 또한 자국인의 독재에 시달려온
그 나라의 국민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당시 그땅의 민중들에게는
사회주의라는 경제체제를 받아들인다는 것 이상으로
민족주의라는 정체성의 선택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러한 그들에게 베트남 전쟁은
경제체제의 충돌이기 전에 ' 민족주의 ' 전쟁이었고,
그들의 시각에서는 우리 역시 또 다른 외세(外勢)이었을 뿐이었다.
( 그쪽이든 이쪽이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함께 선택했던
' 민족주의자 '들에게 나는 지금도 묻고 싶다.
' 나라꼴이 그렇게 되도록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 ' 고 )
그리고 소위 ' 월남파병 ' 은 자본주의를 등에 업고, 민주주의라고 위장하면서
어느 체제든 자신들의 권력욕의 도구로 삼아온 두 나라 독재자들 사이의
' 서로 돕기 ' 이기도 했다는 겁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 그러한 이들에게 체제나 명분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도구일 뿐이다.
만약 그들이 반대체제의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분명 사회주의를 열렬히 내세우는 독재자가 되었을 것이다. )
어느 나라든 그 아까운 목숨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우리 아버지, 삼촌 세대인 당시 젊은이들의 죽음이 너무 안타까우며 상처받은
자아(自我) 때문에 ' 희생양 ' 일 수 밖에 없는 자신들의 위치를 애써 부정하며
' 조국수호 ' 라는 마법의 주문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그 분들의 모습은
답답하기 이전에 너무 애틋하다.
하지만 이런 감상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이유는
우리 또한 강대국의 영향력에 있었던 가난한 독재국가의 ' 희생자 ' 이기도 하지만
외세(外勢)라면 무조건 지긋지긋해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잔혹행위 또한 저질렀던
초대받지 못한 손님, ' 가해자 ' 이기도 했다는 냉혹한 현실, ' 이중성 ' 때문이다.
또 다른 약소국의 청년들에게 전쟁에 휘말릴 것을 강요한 이들 - 미국을 포함해서 -
에게 또 다른 사과를 요구하며 보다 당당할 수 있는 모습은,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던 사람들에게 사과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다른 민족에게 더욱 크게 잘못을 저지른
' 일본 ' 등의 강대국에게 보다 당당하게 사죄(謝罪)를 요구하고
그런 정신적 후진국들과 ' 달라질 수 있는 ' 길이 아닐까?
그것이 진정한 모범국가로 가는 길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의 세계는 다른 어떤 문명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체제보다는 국익을 앞세우는 실용주의시대다.
( 그 긴 세계사에서 이 실용주의 외교풍조에서 벗어난 사례는
감히 말하는데 거의 없다. )
경제체제로 패싸움을 하던 그 살벌한 냉전시절,
그것도 한 쪽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나라의
그것도 자유시장주의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가장 보수적이라는 정당 출신의
대통령이 ( 리챠드 닉슨 ) 자본주의 대만을 버리고 사회주의 중국에게
구애(求愛)를 했던 스캔들(?) 앞에서 인생의 허망함(?)을 읊조리고 끝낼 것인가?
적은 없을수록, 과거의 적과 친해질수록 보탬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며,
이제 막 시장경제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그들은 지금
외적인 모습이나마 같은 값이면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싶어하며,
똑같은 약소국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강자이다.
그리고 사과는 잘못을 저지른 강자가 피해를 입은 약자에게 하는 것이다.
명분과 실익이 엇갈렸을 때 사람들은 체면 때문에
혹은 진심의 도덕율 때문에 행동을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명분과 실익이 함께 따라준다면 당연히 취해야 할 길이다.
경우에 맞지 않는 갖다 붙이기 식의 작은 명분, 말장난을 위해서
큰 명분과 실익을 함께 버린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미련한 행동이다.
세상을 지키는 우직함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종류의.
우리역사에서 온 백성을 야만인들에게 유린당하게 했던
' 인조반정 ' 은 한 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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