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2002-04-08, 00:03:21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꽃을 든 남자
|
언젠가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어머니께 장미꽃을 한 송이 선사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반가움에 꽃만큼이나 환한 웃음을 지으시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영락없이 감수성이 넘치는 사춘기 소녀이셨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나 봅니다.
어머니도 여성이라는 것을,
여성이기에 어머니가 될 수 있으셨다는 것을.
평소에는 오히려 그만큼 무관심했던 못난 아들이었음을
뜻하는 것만 같아 기뻐하시는 것만큼 마음 한편에서는
못내 미안함이 일렁였습니다.
어머님과 아내에게 꽃을 선물해 보십시오.
당신을 낳아 키워 오고 자신보다 더 애틋한 마음으로
조용히 바라보아 주시는 고마운 분에게
당신을 믿고 하나가 되어 함께 수풀을 헤치며 길을 걷는
그리고 함께 삶의 나이테를 늘려 가는
소중한 사람에게 꽃을 선물해 보십시오.
한 번 돌아보십시오.
아들이라는 받기만 하는 이름으로 남편이라는 오만한 이름으로
어머니의, 아내의 마음 속 소녀를 행여 가정이라는 성(城)에다가
가두어 버리지는 않았는지.
거칠어져 가는 손, 희끗거려 가는 머리카락 마냥
꿈의 빛이 바래져 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혹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꽃이라는 열쇠로 마음 저 한구석에 가두어 두었던
'소녀'를 일깨워 보십시오.
행여 베푼다고 생각하시면 않됩니다.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의무라고 여기셔야 됩니다.
설령 '쓸데없이 무슨 ...... .' 이런 말이 나오더라도
절대로 서운해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일 뿐입니다.
그저 조용히 웃으면서 소녀를 껴안아 주십시오.
"고마워요" 라는 말 절대 잊지 말구요.
저는 꽃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민들레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나누어주기도 좋아합니다.
민들레는 꽃집에서 구할 수는 없기에
저는 대신 버금가게 좋아하는 장미를 구합니다.
사무적이고 외교적인 이유가 아닌 조금은 더 의미를
담고 싶을 때면 한 송이를 좋아합니다.
하나 하나가 나름의 소중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데
여러 송이가 한데 뒤엉켜 설령 더 화려해 보일지언정
존중받지 못하는 하나가 되는 것보다는
단 한 송이라도 귀하게 여기고 애틋하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대신에 저는 그 한 송이를 정성껏 꾸미기를 좋아합니다.
그러기에 한 송이를 받아 줄 때 상대방이
기쁨과 더불어 소박함에 대한 어색함도 내보일 때면
쑥스러우면서도 어쩐지 못내 서운합니다.
꽃의 아름다움은 곧 저에게
사람의 아름다움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꽃의 소중함은 곧 사람의 소중함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재잘거리는 듯 많은 작은 꽃잎으로 치장하고 자신의 갸날픈
가지를 톡톡 쏘는 잔 가시로 지키려고 드는 여명은 마치
아직은 세상을 모르는 콧대 높은 작은 아씨 같은 장미입니다.
탐스러운 꽃잎을 가지고 소복하지만 겸손한 기품으로 매무새를
단장하고 가시 대신 튼실한 가지로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유미는 아름답고 순결한 큰 아씨와 같은 장미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아끼고 그리워하는 장미는 푸른 장미입니다.
그런데 아직 만나 본 적은 없습니다.
푸른 장미는 좀처럼 탄생되지 않는 원예가들의 요원한
꿈이라고 합니다.
설령 꽃집에서 푸른 색 꽃송이를 한 장미를 보았더라도
그것은 진실한 푸른 장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순결한 하얀 장미에다가 파란색 물감을 머금도록 한
오만한 인간이 생명에다가 고통을 주며 억지로 만들어 낸
기만과 위선입니다.
신문 등에서 세상의 새로운 소식을 읽다가 꽃에 대한
칼럼을 접할 때면 행여 푸른 장미가 탄생하였는지 조바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곤 합니다.
푸른색은 저에게 희망을 밝음을 뜻합니다.
푸른 장미는 저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뜻합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저기 동산에서 아른거리기에
숨차게 달려가 보면 다시금 저 쪽에서 넘실거리는
어린 시절 온종일 쫓아다니던 얄미운 아지랑이입니다.
푸른 장미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여러분께 푸른 장미를 한 송이씩 선물합니다.
비록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도 손으로는 잡을 수도 없는
상상속의 꽃이지만 그래도 위선과 기만으로 덧칠하지 않은
마음 한 조각이니 웃으며 소중하게 받아 주십시오.
내미는 손이 부끄럽지 않게 말입니다.
|
|
▶▷▶ 이 칼럼에 대한 짧은 의견들
|
|
Cyber Webz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