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2002-04-08, 00:36:52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이 정도면 되지 않나?'
|
언제인가 어떤 행사유치를 준비하는 시설을 견학하게된 일이 있었다.
유치를 위하여 애쓰는 분들의 친절함과 열성, 정성껏 만들어진 홍보책자 등
이것 저것 하나하나가 즐거운 눈요기감이었다. 그러다가 조그마한 부분에
눈길이 갔고 그리고 못내 아쉬웠다.
어떤 건물로 들어가기 위한 계단 중앙에는 보통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분들을 위한 작은 통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통로라고 하는 것이 철(鐵)로 만들어진 널빤지 모양으로 계단위에
얹어져 있었다.
휠체어가 통과하기에는 빠듯한 좁은 통로, 어떤 주름도 잡히지 않은 매끄러운
표면, 또 철(鐵)이라는 재질의 속성 때문에 더욱이 눈이나 비가 오면 미끄러지기
쉽상이었고 경사 또한 가파라서 아슬아슬해 보였다.
장애인을 위한다면서 그 입장에서 보지 못한 부족한 마음쓰기.
'저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고개를 내젓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혼자이고 싶을 때 가끔 들리는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에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더니 정색을 하고 꼼꼼히
따져들기 시작하자 '별 것을 다' 하며 겸연쩍어 했다.
누구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어찌보면 그런 태도는 이런 말을 하는 나를 포함해서 함께 하는 이웃에 대한
우리 모두의 태도인 것 같다.
조금만 더 주의를 가지고 들여다보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에 아쉬운
부분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놀이터에는 우리의 개구쟁이들이 볼트와 너트가 날카롭게 돌출된 놀이기구에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두껍고 차가운 쇠사슬로 만들어진 줄을 잡고 그네를 타며
딱딱한 맨땅을 향하여 미끄럼을 탄다.
여러 건물에서도 휠체어 통로가 가파르고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고 구부러진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위험하고 불편해 보인다.
세상에는 우리의 바로 가까운 곳에는 약자이며, 가난하고, 신체가 덜 자유스러운
이웃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편견을 갖거나 무관심하다.
그것은 잔인함이다.
또 그나마 관심을 가져 주는 분들도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체, 방법을 모르는
나머지 '이렇게 하면,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에 그칠 때가 뜻밖에도 많다.
그 잔인한 무관심과 편견은 두 말할 것도 없을뿐더러, 이웃을 위하는 마음쓰기와
행동 중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어쩌면 더 불편하게 하고 마음과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서 스스로 대견해 하는 경우는 전혀 없는 것일까?
만약 이웃들이 서운함을 호소한다면 선심 쓰듯 적당히 '생각해 주는' 우리의
반응은 어떠할까?
혹시라도 같은 위치에서 함께 바라보려는 마음가짐보다는 '내려다 보려고 하는'
자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젖어 든 나머지 그저 영문을 모르고 겉도는 것은
더 나아가 행여 되바라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인격이 또다른 동등한 인격에게 '감히' 주제 넘는 우월감을 느끼면서.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결국 무의식 너머 깊은 곳에 우월감이 잠재되어 있는
배려에 우리의 이웃들은 행여 뭐라고 말도 못하면서 엉거주춤 난처해하는 것은,
혹은 아파하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그 미안한 기억을 한 편에 두고 있다.
그 후로 흔히들 '돕는다'고 표현하는 '더불어 살기'를 아주 이따금 행할 때면
약간은 더 꼼꼼하게 살피려고 하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지만 되도록 상대방이
되어 보는 버릇이 조금이나마 생긴 것도 같다.
마음을 나눌 줄 알면 다툼도 싸움도 없는 '우리'가 되련만 알면서도 나는
다투면서 산다.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즐겁게 자기가 가진 것 백분의 일만 나누어 줄 수만
있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워 질텐데……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인데 그것이 쉬운 듯 하면서도 참 어려운 일인가 보다.
|
|
▶▷▶ 이 칼럼에 대한 짧은 의견들
|
|
Cyber Webz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