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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8-06, 20:27:05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어떤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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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까지 저는 유년시절을 어느 시골에서 보냈습니다.
그곳은 뒤돌아 보면 그럴듯한 산이 읍내를 감싸고,
빠른 걸음으로 몇 십분이면 강이 흐르고
자전거를 조금만 타고 나가면 큼직한 저수지가 있고,
버스를 얼마간 타면 바다를 볼 수 있는
샌님들이 좋아하는 도시의 화려함을 빼고는 뭐든지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저에게는 고향이나 다름 없는, 아니 고향이라고 말하는 그런 곳입니다.
오늘도 기어이 지친 모습으로 퇴근이 늦은, 녹초가 된 지금
불현듯 옛기억이 떠오릅니다.
제가 다니던 그 중학교에서는 이따금 학교에서 영화를 보도록 하였습니다.
보통 용돈이 궁한 시골 학생들에게는 집에다가 학교라는 마땅한 구실을
내세워 백원짜리 동전 몇 닢으로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영화를 보는 날이면 전교생이 걸어서 이동하였는데,
처음에는 제법 질서를 유지하며 읍내를 가로지르던 개구장이들의 대열은
얼마가지 못해 여지없이 흩어지고 맙니다.
극장의 의자수가 학생들 모두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죠.
저는 뒤늦게 도착하는 편이었습니다.
다리 한 쪽이 불편한 친구와 함께 가곤 했기 때문에.
그러다 한 번은 녀석이 편안하게 --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당당하게 --
의자에 앉아 영화를 보게 하고픈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양보를 미안해하며 또 거북스러워하며 늦으면 남들과 똑같이 서서 보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어쩌면 그 녀석과 함께 하고는 싶지만
편안한 의자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떨치지 못한 이기심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 * * 야, 우리 한 번 빨리 가볼까? 우리라고 앉아서 보지 마라는 법 있어? "
저는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고 녀석은 속도를 맞추어 주었습니다.
나의 앞서가는 종종걸음은 바빠지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평소보다 사뭇 빠른 시간내에 극장에 도착하였지만
아깝게도 의자는 우리 차지가 되지 않았습니다.
" 다왔다 그지? " 묘한 성취감을 느끼고 환하게 웃으면서 뒤돌아 보았는데
금새 표정은 굳어졌습니다.
녀석의 얼굴은 매우 붉게 상기되고 옷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으며
정말 가쁜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 애써 소리를 죽이면서.
녀석은 자신과 함께 " 해주는 " 오만한 친구에게 미안하여
고통을 내색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마 그 때였을 겁니다.
자신도 몰랐던 오만함이 깨어진 유리처럼 마음을 찔렀을 때는.
아마 그 때였을 겁니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를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내려가야하는 것임을 배운것은.
함께하기는 나를 버리는 것임을 배운 것은.
그리고 그 때 부터였을 겁니다.
더불어 살아갈 때, 다른 이를 위할 때
조금도 오만함이 깃들지 않았나
자신을 돌이켜 보기 시작한 것은.
그들의 마음을 먼저 조금이나마 진심으로 헤아리기 시작한 것은.
계속 되는 출장, 빠듯한 일정,
여지없이 거래처와 지루한 입씨름을 하고만 오늘,
정신도 몽롱한 이 밤에
연락도 끊어져 버린 녀석이 무척이나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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