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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8-08, 12:44:11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스승의날 떠올리는 지난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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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 "성장기", "신세대", "하이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걸맞는 낱말들이다.
' 어른이 되어도 바보처럼 "시간도둑"에게 소중한 것을
절대 빼앗기지 않겠노라고 콜로세이움의 유랑소녀 "모모"와
상상속에서 약속하던 세상 모르던 철부지'
' 같은 통학 버스를 타는 여학생 '
' 그 여학생을 가슴두근거리며 곁눈질로 바라보는 설레임 ',
' 별 이유없이 마냥 좋아 박인환을 암송하던 어설픈 허영심 '
' 관우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던 천둥벌거숭이 '
이런 감상적인 수식어만으로 채우더라도
큰 흉은 되지 않았을 법한 고교시절
그 기억의 한 구석엔
너무 일찍 알아버린
"술수", " 원망", "좌절", "패배감", "굴욕"이 자리잡고 있다.
처음엔 모두 똑같은 선생님들이었다.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면 안타까워 매를 들고
자율학습시간에 웅성거리면 나무라고
겨우 용기를 내어 모르는 것을 여쭙는 학생이 있으면
애써 피곤한 내색 감추며 웃음을 지으시며 답을 주시던
(물론 사랑과 감정이 뒤섞인 매를 들고
쉽게 지쳐 섣불리 속편한 '징계'를 주장하시던
선생님도 계시긴 했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들이 두 패로 나뉘었다.
(말 그대로 소신에서)
'다른 것은 다 필요없다. 무조건 우리 제자들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더 좋은 대학 보내야한다'
'올해도 우리학교가 서울대 진학률 광주에서 1등이어야 한다,
기왕이면 강남 8학군 수준까지 올라가 보자'
' 대학가서 데모보다는 의사가 되도록 사법고시 합격하여,
판검사가 되도록 지금부터 정신교육 시켜야 한다.
가뜩이나 인재를 배출하고도 대접못받는 소외받는 지역인데....... .'
라고 외치는 수구, 패권주의적인 선생님들
'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
' 이게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인가 '
'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
'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녀석들의 적성을 아는가'
반문하는 선생님들
그리고 양쪽에 사이에 서서
어서 기싸움이 끝나고 줄설곳이 판가름나기를,
하루라도 빨리 마음 편해지기를 기다리는 선생님들
(세 부류 어느 쪽이든 특히 첫 번째, 세 번째 선생님들에 대해서
더 이상, 깊이있는 내가 관찰했던 추한 단면들을
자세히 서술하고 싶지 않다.
최소한 오늘 만큼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막연했던 환상에 대한 배신감 그런 느낌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외쳤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해법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왜 다른 선생님처럼 당당하지 못하고 학교에 남으셨나요?
그것은 배신아닌가요? 대한민국 선생님들 모두 사표쓰면 되지 않나요?"
그 선생님은 침묵하시다, 울먹이시다
결국엔 흐느끼며 외치셨다.
"이 녀석들아, 우리집 식구들, 우리 아이들, 길거리에 나앉으면 책임질거야?"
그리고 다 같이 울었다.
스승이기전에 가장이요,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소시민에게
너무나 철없고 잔인한 말씀을 드린 것이다.
언론에서는 외쳤다.
지금 학생들 제정신이 아니다.
특히, 어느 지역의 학생들은 교장선생님도 집단 폭행할 정도로
패륜아가 되었다.
( 물론 아시죠? 그것 침소봉대라는 것.
당시 그 학교 동료들은 잔인한 교장선생님이 원망스럽다고
교문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사실이지만,
집단폭행은 분명 거짓입니다.
' 패륜이다, 아니 이해할 수 있다 ' 도덕적 가치판단이전에
사실은 사실대로 전해야하는 것이 언론과 방송이건만 ..... . )
어떤 선생님들은 다른 선생님들을 더러 외쳤다.
"저 사람들 선생이야 빨갱이야?"
"학부모님들 공부 열심히 가르치기 귀챦아서 저러는 겁니다."
"학생들 공부하기 싫어서 저러는 겁니다."
나는 토론과 의견개진에 열심이었지만 상당한 정도일뿐
앞장서고 기꺼이 희생양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 배짱도, 용기도, 숫기도 없었을 뿐더러
이미 그때 적당히 비겁했나보다.
철없이 어린마음에 비웃던 힘없는 어른들처럼.
그때 내가 학우들에게 내세웠던 주장은
'(반교원 노조파 선생님들께 더욱) 예절 갖추기'
'(더 늦께 까지 말그대로 자율적으로) 자율학습하기'
'(지구력이 요구하는 상황으로)
강함보다는 부드럽게 끈질기게 오래갈 것'
이었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선생님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학생들 공부않하고 건방지고 패륜적으로 흐른다'는 여론몰이에 무조건 묻힌다.
우리가 그 분들을 위해 나서는 것이 자칫 누가 될 수도 있다"
"퇴직당한 선생님들 한 분이라도 더 되돌리고자 협상(?)할 준비부터 하자.
우리가 이러는 것은 교원노조파 선생님들의 주장이 더 옳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약자이기에, 희생을 막고자 이러는 것이지, 보수적이던, 진보적이던
생각이 다를 뿐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은 잊지말자."
(돌이켜 보건데 이 말은 건방지게 잘못 웃자란 저의 궤변이었습니다.)
"이중에서 내년에 우리가 고3이 되어서 후회할 사람들 많을 것이다.
정말 자기 소신으로 대학가고 싶은 사람은 대학갈 준비도 하자,
나중에 후회하면 우린 선생님들게 더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는 뻔히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 질 것은 각오하고 갈때까지 가보자"
(그때 학우들은 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했습니다.)
동료들의 술렁임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세 번째 부터는 고함이 되기 시작하였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시고 우리는 고3이 되었다.
그리고 상당수 후회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학교, 다른 지역학생들은 우리보다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라고.
사람들은 저항하면서도 닮아가나 보다.
그때 배웠던 것은
너, 나 할 것없이 모두에게 내재된 속물근성과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는 평범한 진리였다.
사회에 대한 동경과 희망을 품었을 법한 그 시절
한없이 순수하고 천진한 기억이 어른되어가면서
소중한 마음의 재산이 되어줄 텐데.
우리는 그 일부를 저당잡히고
너무나 일찍 알아버린 세상의 더러운 단면과
냉혹한 현실이라는 배움을 대가로 받았다.
너무나 아픈 상처와 함께
선생님들께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우리는 누구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은 우리를 지켜주시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생님들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어쩔때는 힘들게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님들의 제자이고
그래도 님들은 우리의 스승이십니다.
사랑합니다.
본디 글을 잘쓰는 것도 아니지만
감정이 앞을 가려서인지 오늘처럼 힘들게 써보기도 처음입니다.
도무지 정리가 않되는 군요.
그냥 마음만이라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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