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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0-16, 23:43:18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김대중은 죽었다. 그리고 아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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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를 벗어난 겨우 '생각하는 연습'에 들어가기 시작한
나이 어린 학생 시절이었다.
신문을 보시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혼자말씀을 하셨다.
" 이 양반, 기어이 오긴 오는구나 "
반가움도 거부감도 담겨져 있지 않은 무덤덤한 한 말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미국에서 돌아왔다는 어떤 어른.
나중에야 알았다.
그가 한국 민주주의의 '뜨거운 감자' 김대중이었다는 것을.
비록 군부독재자들에게 황금같은 청년기의 낭만을 빼앗긴
선배들만은 못해도 나를 '비판'과 '지지'사이를 방황하게 만들고
꽤많은 생각을 강요했던 정치인 김대중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훗날 조금이나마 알아가기 시작했을 때 그때는 이미
그는 죽어있었다는 것을.
어떤이에게 이런 열변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한낱 속물 보수정객에 지나지 않았다. 어찌하다보니
군부독재자들의 반대편에 서게 되고,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고, 졸지에 민주주의의 영웅이 되었을
뿐이다 " 라고.
나는 담담히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 그만큼 제도권내 정치계에서는 인물이 없었나 보군요.
오히려 그렇다면 다행인 셈이군요.
졸지에 떠맡겨진 그 껄끄러운 역할을 그럭저럭 해냈으니까요.
인물이 없다면 만들어 키워도 시원치 않았을 그때 당시로써는."
그때 당시로써는 ..... .
하지만 이미 김대중은 죽었다.
돌이켜보면 지극히 당연한 논리임에도
'위험하고 과격한 사상을 가졌다'던 김대중은 죽었다.
전세계가 살벌한 냉전에 감염되었던 그 무시무시한 군부독재시절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통일이론을 가졌던 얼마안되던 정치인,
진보는 물론이고 상식적 보수주의자의 당연한 선택인
시장중심 '자본주의'의 적이기도한 '재벌'의 해체를 주장했던
가끔은 홀로 국회도서관을 지키기도 했다던 아득한 전설속의
1970년대 청년 정치인 김대중은 죽었다.
정치라는 도박판에서 신군부들이
권력분할이라는 '개평'을 내밀었을 때,
고집은 남아 '목숨'을 베팅하며 맞섰던
1980년대 중년 정치인 김대중도 죽었다.
( " '뭐 선수끼리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라는 계산이
이미 깔린 것 아니냐"고 묻는 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딴에는 '목숨을 건 도박'은 되지 않았느냐"는
이상한 반문밖에는 )
비록 먼저 뻗혀진 3당합당의 유혹은 거절했다고는 하지만
1987년 야권분열에 있어 절반의 책임을 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이미 죽기 시작했다.
수구, 군부독재와 맡서야하는 강한 야당을 빌미로 공천권을 전횡하고
배신과 무서운 위협을 핑계로 자신과 주변의 몇 사람이외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의심과 '나 아니면 안된다'는 정적(政敵) 박정희와
비슷한 병을 앓기 시작했을 때
20억이라는 핏값을 주머니에 넣었을 때 이미 김대중은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 번이나 그에게 표를 던졌다.
한 번은 "아직은 그래도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많다,
그래도 효용이 남아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한 번은 "되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리고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모든 것이 다 거덜난 후에
겨우 느끼기 시작한 우매한 민중들도 그를 선택했다.
총기가 남아있고 패기만만한 1970년대의 청년 정치인을 버리고
이제는 빛이바랜 계륵(鷄肋)같은 소심하고 노교(老巧)한 그를 선택했다.
나는 궁금하다.
DJ 라는 정치상표가 수익에서 손실로 돌아선
'역방향의 손익분기점'을 지난 것은 언제부터였는지,
아니면 혹시라도 아직은 지나지 않은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불안정한 형태나마 정권교체를 선택한 민중들의 깨달음은
'고통과 막연한 분노'에서 비롯된 '잠시의 깨달음'
'수구에 길들여진 이들의 순간적 반항' 인지 아니면
'이제부터는 꼼꼼히 살펴보고 고르기 시작해야겠다'는
'정치소비자'의 주권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한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훗날 나를 닮은 아들이 생기고 지금 내 나이의 청년이 되었을 때
그때의 선택을 비웃을 것인지 아니면 이해해 줄것인지.
그대들이 원하던 대로 김대중은 이미 죽었다.
절반 이상의 책임은 그 자신에게 있다.
그리고 지역을 볼모로한 양극의 두 세력은 여전히
한 사람을 가운데 두고 잔인한 총질을 멈추지 않는다.
겁많은 꼼수꾼인 그가 내부에서 발목을 덜 잡히고
그나마 소신을 조금 더 발휘할 수 있는
외교, 통일정책이나 의문사 진상규명을 보면
옛모습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지만
결국 살아숨시던 시절의 타성이 남은 시체의 움직임같다.
시체가 생기면, 비열한 대머리 독수리가 모일 수도 있고
이를 밑거름 삼아 희망의 어린나무가 성장할 수도 있다.
그에게 총질을 하는 또 다른 축(軸)인 반DJ성향의
자칭, 타칭 '참진보, 참민주 세력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의 죽음은 '님들의 사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소원대로 그는 죽었으니, 부디 '대머리 독수리'만큼은 쫒아 달라고.
김대중은 죽었다. 그리고 아직 노무현은 살아있다.
그리고 민중들에게 묻고 싶다.
노무현도 죽일 셈이냐고.
최치원, 조광조, 정약용 ...... .
아까운 많은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사람을 찾아 키우기는커녕, 있는 인물도 죽이고 마는
부끄러운 습성은 이제 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김대중보다는 노무현에게 더 많은 희망을 엿본다.
2001년이라는 동일한 시점의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1980년대와 2000년대의 세월을 넘나들며
상대적인 기준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님들의 소원대로 이미 오래전에 김대중은 죽었다.
하지만, 부디 부탁하노니 제발 노무현은 살려달라.
노무현 만큼은.
나는 희망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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