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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8-07, 17:46:09 에 icaruskj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어떤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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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학력고사를 마치고 곧 고교졸업을 앞둔 시기였습니다.
(당시는 선지망 후시험으로 지금보다 입학시험이 늦게 치루어졌었죠)
복잡한 마음으로 동네를 거닐고 있었는데
인도의 공간이 매우 부족한 차길 가장자리에서 꼬마 대여섯명이
동그랗게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얘들아 여긴 위험해 차조심 ....... ."
사뭇 심각한 녀석들에겐 제 말이 귀에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녀석들은 차에 치여 죽은 개 한마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죽었어" "어떻게 해?" "새끼 낳은지도 얼마 안됐는데,
얘 새끼들은 어떻게 해?" "이대로 두고 가면 안돼, 저번에도 다른 개가
차에 치여 죽었는데 운전하던 아저씨가 실어 가셨어, 잡아먹는다고"
"우~앙, 그럼 안돼~~"
어떤 아이는 벌써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러다 녀석들이 갑자기 저를 처다봅니다.
"아저씨, 이 개좀 묻어 주세요. 우리 친구에요. 예에?"
"도와 달래도 다른 어른들은 그냥 보고만 지나가요!"
"좀 도와주세요, 네에?"
녀석들의 초롱한 눈망울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개가 죽었던 자리 바로 길가의 가게에서 삽을 한자루 빌려서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개를 꼬옥 껴안고 동네 어귀 공터로 갔습니다.
추위로 얼어붙은 땅을 어렵게 파들어가 겨우 쉴곳을 마련해 줄 수 있었습니다.
그 개는 마땅한 놀이공간이 부족한 도시아이들의 좋은 친구였습니다.
아이들은 공사장을 분주히 움직이더니 이내 작은 십자가를 만들어 왔습니다.
"아저씨 새끼들은 엄마 없이 어떻게 해요?"
참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으응, 슬프겠지만 아가들은 잘 자랄 수 있을 꺼야.
너희들이 찾아가서 위로해 주렴"
"주인 아줌마가 우릴 집으로 들어 오라고 할까요?"
또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글쎄 얌전히 조용히 있겠다고 부탁해 보렴"
"아저씨 개도 영혼이 있어요?"
"그럼, 이 개는 너희들과 친구한 착한 개니까, 분명히 천국으로 갈꺼야.
지금 쯤 너희들을 지켜주고 있을 껄?"
"어어? 우리 신부님은 동물도 영혼이 있다는 얘기는 안하셨는데요?"
또 어려운 질문입니다.
"음, 그렇다고 없다고 얘기하신 적도 없지?"
"예"
"('후유~' 마음속으로 한숨 한 번) 신부님께 너희들의 친구인 개가 죽어서
슬프다고 그러면서 여쭈어 보렴, 그럼 대답해 주실꺼야"
우리는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그렇게 장례식은 조촐히 끝났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녀석들은 저를 형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커버린 고등학생, 청년이 되었겠지요.
녀석들의 눈망울이 여전히 초롱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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