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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0-26, 02:17:14 에 mido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어느새 습관화된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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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습관화된 이중성.
언제 총선 때였다. [여론조사]에서 노무현은 상대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다 선거 하루전날 약간 폭이 좁혀졌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박빙의 승부’도 아닌 일방적 패배였다.
오늘 보선이 있고, 어느 기관에선가 민주당의 승리를 예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한나라당의 승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았다면 한국 사회를 제대로 보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 여론조사는 정확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우리 국민의 이중성을 읽어낼 수는 없다.
이성과 감정이 따로 노는, 내면과 외면이 따로 노는 이중성을 감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외국에는 없을 그런 부분이리라. 그렇게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체면을 차리고, 남들 앞에서 하는 결과와 혼자 투표소 안에서 도장찍는 행위가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 정권이 이승만, 박정희 정권 때처럼 5호담당제 식으로 감시하는 것인지, 그렇게 숨막히게 감시당하고 있어서 말할 수 없는 것인지. 그렇게 공개적으로 밝히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는지. 이건 아닐 것이다. 경찰이 야당에 정보를 넘겨주는 걸 보면....
이것은 자기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행동임을 알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기로 속내를 마음껏 발산하는 이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공개적 자리에서는 그런 말을 못하고 냉가슴 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고 싶다.
무엇이 이 이중성을 만들어내고,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일까? 물론 언론의 역할이 크다. 생각하기보다는 충동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조선일보 같은 언론이 힘을 발휘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걸 원하는 것이다.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경기에 지면 술병을 던지듯, 여하튼 우리편이 이기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심판의 오판이나 우리편 선수의 비열한 행위는 걍 넘어갈 수 있다. 그것보다는 상대편 잘하는 선수가 밉다. 정말 그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했으면 좋겠다. 이런 감정이 얼마나 유치한지도 안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만 배워왔고, 그렇게만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恨이다.
해태가 지겹도록 우승한 다음에 광주구장에 매너가 좋아진 것은 광주사람이 좋아서가 아니고, 우승한번 못한 대구구장에서 지는 날 술병이 날아든 것도 대구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다. 이것이 여유이며, 이것이 恨이다.
무엇을 위한 恨인지는 모른다. 그저 우리편 이겨라. 누가 우리편인지도 모른다. 그저 이겨라. 나랑 조금이라도 가까운 놈 이겨라. 이기면 뭘 하지는 몰라도 이겨라. 그저 이겨라. 그렇게 감정이라도 풀자. 그렇게 내가 이겼다는 착각이라도 해보자구나. 이겨라 이겨. 무조건 이겨라.
이건 감정을 이성으로 풀어보는 연습을 못해본 사회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모든 고민은 [술]로 풀어야 하고, 모든 관계는 [술]로 이어져야 하는 그렇게 ‘이성을 감정으로 푸는 법’은 배워왔지만, ‘감정을 이성으로 푸는 법’은 배워 본적이 없다. 그 후유증일 뿐이다. 깨달음은 없다. 그 고통을 즐기는 참선도 없다. 소리지르고 고함치는 법만 배웠다.
강자만이 살아남고, 떳떳해왔던 그 역사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그렇게 떳떳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라도 없다. 승리자는 선이고, 정의였다. 이건 콤플렉스다. 내가 안하면 딴 놈이 한다. 그래서 나의 행위는 무죄다.
그렇게 恨에 싸여, 그렇게 감정에 싸여, 그렇게 콤플렉스에 싸여....
해탈은 없다. 그렇기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갈수록 철저하게 겉치레 행동만 늘어나고, 대외용 발언만 늘어갈 뿐, 마음은 언제나 뭔가 허전하다. 해탈은 없다. 술 먹는 연습만 할뿐.
이 악순환의 끝은 어딘가. 우습게도 지금이다.
현재의 혼돈과 혼란함이 마지막을 반짝이는 초와 같은 것이다. 지금이 마지막이다. 그 이중성이 공공연하게 들어 나는 지금이 그 마지막이다. 그 이성과 감정간의 간극이 벌어질대로 벌어진 지금이 마지막이다. 이제 모든 잔치는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도, 김대중도.....
그래 마지막이다. 그 恨도, 그 감정도, 그 콤플렉스도 지금 다 털어 버려라. 그 다음에 비로소 작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아주 작은 나지막한 목소리가.... 저 속의 자신의 소리를.... 묵묵히 자신의 이상을 향해 걸어가라는 작지만 힘찬 자신의 목소리가.....
미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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