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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01, 22:30:11 에 mido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바보퉁이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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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퉁이 노무현.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미국의 한 도시에서 연속 강간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연이은 사건으로 경찰은 곤경에 처했으며,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렇게 연이어 벌어지는 강간살인사건으로 모든 도시는 초긴장 사태에 처해있었다. 그러던 와중 한 명의 용의자가 검거되었다. 그는 처와 자식을 둔 사람으로 몇 가지 현장에 있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여론의 압력 속에 빨리 사건을 종결시키고 싶었던 경찰은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재판을 거쳐 그는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죄질이 나쁘고, 경찰과 언론의 확실한 주장에 밀려,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그를 떠나갔고 그를 욕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의 자식들마저 주위의 놀림을 못 견디고 아버지를 원망했다. 아무런 희망 없이 십여 년을 복역할 동안 그의 곁의 모든 사람은 떠나고, 오로지 아내만이 그 고통을 인내하며 지켜주고 있었다. 주위의 권고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편의 결백을 믿었던 것이다.
무죄를 증명하려는 모든 노력은 헛되이 끝나고, 이제 아무런 희망 없는 덧없는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진범이 잡혔고, 그로 인해 그 남자는 즉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었다. 아내와 눈물의 포옹밖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판결도 잘못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하고, 잘못된 판결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법률을 통과시키게 되었다. 이 법률의 첫 번째 ‘불행한’ 대상은 그 억울한 강간살인범 남자였다.
억울한 누명. 살다보면 이런 일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의자를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인정한다. 그것이 인권이기 때문이다.
‘권노갑’이란 인물이 있다.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또한 야당이 그의 비리를 말한다. 모든 국민이 그를 향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여론으로만 보자면 그는 이미 ‘비리의 인물’로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다. 그 비리를 가리기 위한 검찰수사나 특검제가 기다리고 있지만, 결론은 이미 그렇게 확정되어 버렸다. 오히려 수사결과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 본질과는 상관없이 ‘봐주기 수사’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여론의 ‘광풍’을 보면서 우리 같은 일반 소시민이야 믿거나 말거나, 지나치거나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면 더욱 난감한 일일 것이다. 표에 관한한 동물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는 그들 아니던가..
의혹만 있고, 밝혀진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언론이 앞장서서 만든 국민 여론은 이미 ‘확정판결’을 내려놓은 상태다. 사실을 가리려는 노력은 없고, 그렇게 믿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폭풍의 중간에서 정치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어찌보면 아주 단순하다. 그래 힘있다는 권노갑에게 확실한 이권을 보장받고 버티던지, 아니면 권노갑을 ‘악마’로 몰아 부쳐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된다. 그래서 ‘3류 정치’란 쉽다.
그런데 이런 중간에 바보퉁이 노무현은 고민을 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혹’으로 사람을 단죄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원칙이다. 그러나 지금의 여론은 ‘확정판결’을 내려놓은 상태다. 모르는척하고 슬쩍 넘어가면 될 일을 그는 고민한다. 이것이 여론재판이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고민한다. 이런 여론재판은 그 누구에게나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역사동안 이런 ‘여론재판’으로 고문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말이다. 바로 이런 ‘여론재판’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법’이며, ‘자유민주주의’ 아니었단 말인가? 그런 여론재판에 밀려 형장에 이슬로 사라져간, 나중에 혐의를 벗은 ‘빨갱이’, ‘간첩’, ‘선동분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여론재판에 당해왔던 김근태 최고의원이 그 앞에 서있다.
권노갑을 보자. 그는 여론에 밀려 국회의원 출마라는 당연한 권리를 포기했다. 또한 민주당 내부의 직책인 최고의원 출마도 포기했다. 그렇다고 어떤 임명직 직책에 올랐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는 ‘국민의 여론이 안좋다’는 ‘여론재판’으로 항상 ‘원흉’이 되고 있다. 그는 그렇게 ‘여론재판’에서 ‘악마’가 된 것이다.
그가 비리가 있으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감옥에 보내야 한다. 그가 문제가 있으면 그걸 밝히자고 해야한다. 그리고 비리가 들어 나면 그를 처단하더라도 해야 한다. 이게 ‘자유민주주의’사회 아닌가 말이다. 누군가 ‘빨갱이’이라는 여론이 있다. 그렇다고 그를 즉각 처단해서는 안된다. 그 의혹을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고, 그 다음에 처벌을 하더라도 해야한다. 그게 ‘자유민주주의’사회란 말이다.
하지만 정치인은 때로 이런 원칙을 우습게 알아야 한다. 특히, 3류 정치에서는. 그 원칙을 지켰다가는 표가 안나오기 때문이다. ‘지역감정’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모르는 정치인은 없다. 그러나 표가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극하는 것이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생존하는게 우리나라 3류 정치인이다. 바보퉁이 노무현만 그 원칙과 현실사이에서 고민할 뿐이다.
노무현이 동교동과 친하다는 이야기는 없다.(특히 권노갑이 이인제와 가깝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고민하고 있다. 김영삼이 ‘악마’인 것처럼 세상이 몽둥이질로 두들길 때 노무현은 김영삼을 변호한 적이 있다. 그 험악한 여론에 맞대서 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실익이 없는 원칙과 현실사이의 고민에서 노무현의 참모습을 본다.
바보퉁이 노무현.
그러나 잊지 말자. 우리나라에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검은 정치자금을 내 돈처럼 쓰는 [3류 정치인]이 판치는 것은 그것을 지지하고 밀어주는 [4류 국민]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 입맛에 맞게 기사를 쓰는 [5류 언론]도....
그래서 고민하는 노무현이 소중하다.
미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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