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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08, 02:23:22 에 mido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내가 김근태보다 노무현을 더 지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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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근태보다 노무현을 더 지지하는 이유.
나는 김근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웃으며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둘을 비슷하다고 말하고, 나도 이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듯 싶다. 그것은 노무현 개인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성숙으로 볼 때 몇 가지 문제의 해결에 의문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집어보면서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싶다.
1. 지역감정.
현재 한국에서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지역감정 문제를 한번쯤 고민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이에 대한 무관심이 넘쳐나기도 한다. 지역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하도 [원시적 형태]라서 지식인들(특히 진보지식인)은 그런 행위 자체를 무시하거나, 입에 거론하기 싫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치상황을 기준으로 볼 때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들은 대부분 지역감정을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경상도 지역의 '이인제 학습효과'라는 것도 지역감정(반DJ)이 없다면 생길 수 없는 말일 것이다. 진보정당이 그처럼 처절한 노력을 하면서도 유권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이유 또한 이런 지역감정 때문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근거없는 폭로나 저질 공방이 벌어지는 것 또한 이런 지역감정 때문이며, 3김 정치의 대표적 문제점이라는 '보스정치' 또한 이런 지역감정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역감정을 뛰어 넘지 못하고서는 이런 정치가 더 발전하거나 정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이건 한국의 불행이며, 한국 정치의 불행이며, 또한 진보의 불행이다. 이런 지역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 대선 후보로 꼽히는 사람 중에 지역감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람 이회창이다. 이인제는 불행히도 '영남 악감정'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김근태는 어떤 이미지도 없는 한 발 물러난 형태로 보인다. 노무현은 '지역감정에 도전해 피해를 봤다'는 경력이 있다.
지역감정은 결코 이성으로 풀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보자면 DJ의 당선으로 전라도의 한은 어느 정도 풀렸다고 본다. 그러나 잘못된 감정이지만 영남의 상실감으로 반DJ라는 지역감정이 극성을 부리고 있으며, 이런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한풀이 굿이 있듯이 이런 감정은 한번의 대리만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회창이 된다고 하면 지역감정 문제에 눈을 떴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할 것이며, 냉소적으로 변하기 쉬울 것이다. 이인제가 된다면 경상도의 감정은 더 깊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김근태가 된다면 깊어지지는 않겠지만 아무런 정서적 만족감은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은 이런 지역감정에 대항했었다는 정당성으로는 호남지역에, 영남출신이라는 점에서는 영남지역에 나름대로의 안위를 던져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영남 지역의 지지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여, DJ정권 같은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지역감정에 대한 정서적 만족과 이성적 정당성을 동시에 던져줄 수 있는 후보가 노무현인 셈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김근태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르나, 지금까지의 '실천'에서 어필할 수 있는 면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하겠다.
2. 서울대 문제.
사람들은 DJ정권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들을 단순히 DJ정권 때문이라고 비판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들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관료 시스템'이 가져온 문제점이다.
예를 들어 이번 '중국의 한국인 사형'을 둘러싸고 벌어진 문제점은 'DJ정권'이라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권'에서 발생해도 이상할 것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정권을 쥐면 그 운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때문에 DJ정권이 욕먹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료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개혁이 없는 한 이런 '정권의 관리'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근대적인 [선후배] 문화가 판치는 가운데, 관료사회는 언제나 눈치 잘 보고, 줄 잘 서는 것이 최선이다. 이런 관료의 복지부동과 안일주의를 감시해야 할 역할은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사회를 이끌고 있는(너무 자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서 문제지만) 이런 역할에서 서울대란 연줄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다 못해 미술, 음악까지 포함해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을 점령한 서울대 파워가 서로간에 견제 작용을 충실하기보다는 [적당한 상호보호]작용을 더 해왔다고 판단된다.
여야와, 관료와 언론계를 넘나드는 [서울대 선후배]간의 보이지 않는 [상호보호]는 이미 정도를 넘어섰고, 지나치게 거대화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주류라고 외치는 이회창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인제 또한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한 적은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김근태는 무색이다. 물론 김근태는 이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은 없으나, 이 문제를 느껴본 적이 없거나, 그 문제의식이 약할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
노무현은 좀 다른 처지에 있다. 고졸출신의 고시합격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했다는 것'이 '간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비아냥의 대상이 되는 사회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또한 이런 망언을 비판하지 않는 사회도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서울대 선후배]라는 사회적 연대가 만들어낸 문제다. 이를 비판해야할 언론도 지식인도 [서울대 선후배]라는 전근대적인 사슬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물론 이를 극복하고 자하는 많은 서울대 출신 여러분에게는 경의를 표한다.)
이런 이유로 노무현은 정권을 잡은 이후, [간판보다는 능력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으로 보이며, 그 해결방법에 대한 고민도 더 깊을 가능성이 많다.
3. 언론
언론의 역할은 두 번 다시 이야기 안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과 논리는 의외로 언론의 논조를 반복하는 선에서 머물 때가 많다. 우리가 직접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언론을 통해 봐야 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하겠다.
만약 미국 주요 언론이 테러보복전쟁에 부정적이라면 미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국 언론이 공개처형에 대해 부정적이라면 중국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처럼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조차도, 이런 언론의 논조를 거쳐야만 비로소 그 문제점을 발견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만큼 언론은 우리의 가치관과 사고까지 파고드는 무서운 면이 있다.
현재 한국 언론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언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머물러 잇는 경우 또한 많다. 특히 정치인, 연예인 같이 언론에 의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언론개혁은 결국 [시민의 깨달음]으로 해나가야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언론은 그 시민의 깨달음을 지배한다. 이런 모순으로 언론개혁은 가장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지도자의 [신념]이라고 생각된다.
DJ 정권의 '언론세무조사'가 개인적인 소신으로 이루어 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가장 큰 동기는 '언론과 타협할 수 없었기'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용두사미로 끝난 옷비리 사건으로 인해 지독하게 당하면서 시작된 언론의 딴지를 견디고 견디다, 언론과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자 최종결심을 끌어냈을 것이라 본다. 결국 신념보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앞섰다고 본다.
여기서 후보들을 보면, 이회창은 '우린 한식구'라고 말할 정도로 '언론개혁'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정치와 언론의 유착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인제는 철저한 눈치보기를 하는 스타일이다. 여기에서도 김근태는 무색무취하다. 전체적인 언론개혁에는 동의하면서도 나서서 부닥칠 정도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노무현은 이미 언론과는 일정한 선을 그은 상태다. 만약 노무현이 정권을 잡게된다고 해도 이런 언론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해 팽팽한 긴장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런 노무현 정권과 언론의 긴장관계는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긍정적이다. DJ 정권이 들어서고 특히, 언론세무조사이후 DJ 정권은 제일 먼저 한 것이 비리에 대한 검증이었으며, 이에 대한 방어였다. 비록 많은 비리 의혹이 나오지만 보선이 끝나고 나니 야당도, 언론도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아 이런 DJ 정권의 자체 방어는 일정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긴장관계는 일면 정부에 대한 견제가 강화됨으로 인해, 정권과 관료의 비리에 대한 경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언론에 대해 [정도]를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적당한 타협은 지지층의 반발이 두렵고, 삐딱한 언론 압력은 [언론 탄압]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결국 갈 수 있는 길은 [법개정 같은 시스템 정비]를 통한 정도밖에 없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지역감정, 서울대 문제, 그리고 언론문제에서 노무현이 김근태 보다 적임자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서 이 세가지 문제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전제라고 생각된다. 상식이 통해야 합리가 보이고, 진보와 보수가 구분될 것이며, 제대로 된 이념정당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어찌보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이런 전근대적인 요소를 이겨내야만 비로소 근대적인 것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한다. 이런 전근대적 요소를 해결하는데 적임자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김근태보다는 노무현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김근태보다 노무현을 더 지지한다.
미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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