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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09, 14:28:29 에 mido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DJ 총재 사퇴와 대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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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총재 사퇴와 대권경쟁.
DJ가 최고의원회의를 중진회의로 이름을 바꿔가면서 마지막 의견 수렴을 할 때, 유일하게 'DJ 사퇴‘를 거론했던 사람은 노무현이다. 노무현은 간곡하게 DJ 총재 사퇴를 만류했다. DJ 총재 사퇴가 있자, 민주당의 상당수 관계자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였지만 노무현에게는 뻔히 보이는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민주당 최고의원 선거가 있을 때, DJ가 측근에게 이인제를 너무 초라하게 만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인제는 그런 DJ의 염려 덕인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무난하게 최고의원 경선을 통과한다.
권노갑은 DJ와 5살 차이지만 DJ를 스승이자, 부모이자, 하나의 이상으로 보고 있다. 묘비에 ‘김대중 비서실장’이라고만 쓰면 만족한다고 할 정도로 그의 DJ에 대한 충성은 대단한다. 그는 지금껏 한번도 DJ의 뜻을 거슬려보거나, 또한 자신의 이익 때문에 DJ를 곤란하게 한 적이 없다. 이것이 한화갑과의 차이점이다. 한마디로 권노갑의 충성은 묻지마 충성인 셈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DJ가 뒤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건 DJ를 모르는 소리다. 만약 DJ가 그처럼 미련이 있었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도록 놔두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DJ는 소위 말하는 쇄신파를 ‘암암리’에 설득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일이 흘러가도록 놔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한나라당의 걱정에서 들어 난다. 현재 정국은 이회창이란 거대야당이 있고, 또한 언론이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형국이다. 여기서 DJ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회창의 주특기’를 약화시키고, ‘이회창과 대비되는 모습’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밑천인 ‘반DJ 정서’를 없애는 것이고, 두 번째가 한나라당보다 민주적인 ‘민주정당’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DJ의 총재사퇴를 한나라당은 뭐라고는 못하지만 ‘못마땅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한나라당의 유일한 정책인 ‘반DJ정서 자극’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반수에 딱 한 석 부족한 거대정당 한나라당으로써는 지금까지 해오던 ‘무조건 딴지’를 더 이상 써먹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대안 부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이것은 최근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정책 혼선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의 당내 민주화 과정은 비록 이런저런 마찰들이 있겠지만,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나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쉬우며, 또한 새로운 대권후보 선발과정에서 ‘DJ 당’이라는 이미지는 많이 희석될 것이다. 경선 이후 DJ가 자리를 양보(?)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아 보인다. 이제는 누가 대권후보가 되든 DJ의 지지가 아닌 ‘스스로 쟁취한 자리’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이런 당내 민주화와 차기 대권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러운 합종연횡이 형성되고,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힘의 중심’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힘의 중심’은 스스로 노력으로 만든 것이기에, DJ에게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지금 김영삼 아들 현철의 옆에는 누가 있는가?
갑자기 이런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권력의 무상함’이기 때문이다. 이런 권력의 무상함은 기원전 춘추전국시대부터 있어왔던 현상이다.(역사책 [사기史記]에서는 이걸 시장이론이라고 한다. 시장이 물건이 많으면 사람이 많고, 물건이 없으면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지금 여론에서 말하는 ‘권노갑의 힘’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에게 힘이 있어 보일 때는 그가 가만히 있어도 일이 생겨나게 되어있다. 그와 찍은 사진 한 장으로, 그와 마신 차 한 잔으로 은근히 힘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파리’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을 잃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즉 콩고물이 생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주변은 텅 비어 버린다.
이게 권력의 슬픔이다. 지금 방문객이 없다는 마포사무실이 이를 대변한다. 그래서 권력은 언제나 힘의 유지에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그 힘이 없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감정을 자극해서라도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구린게 많을수록 권력에 집착한다.
지난 시절 잘 나가던, 박철언이 그랬고, 김현철이가 그랬고, 지금 권노갑도 마찬가지다. ‘의리’를 생각한다면 오죽 좋겠으나, 그런 사람들은 항상 모자라는 게 인생사다. 그래서 인생의 친구는 ‘어려움을 당해봐야 알 수 있다’고 어른들이 말하는 것이다.
또한 권노갑은 DJ의 뜻을 거스릴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뒤로 물러나게 될 것이며, 외로워질 것이다. 오히려 일부 언론에서 그가 잃어버리는 힘이 안타까워서 그를 거론할지도 모를 일이다.(권노갑의 나쁜 이미지를 민주당 경선에 덧칠하기 위해)
현재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한화갑, 노무현, 김근태, 이인제, 정동영, 김중권 등등이 있다. 그러나 본선 경쟁력과 당내 경쟁력을 동시에 지닌 사람은, 즉 경선에서 3등 안에 들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한화갑, 노무현, 김근태, 이인제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실질적 영향력이 없는 나머지 사람들은 빼고 말한다.
이 중에 한화갑의 행동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그는 DJ에 대한 부담감을 지닌 동시에, DJ에 대해 맞설 수도 있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스스로 [대권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런 그가 대권후보를 유지하는 이유는 ‘참신한 이미지’로 새로 형성될 민주당내에서 일정한 힘을 유지하고, 그런 힘이 DJ 퇴임 후에도 필요하다고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인제는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처해있다. 박철언이나 김현철처럼 끝까지(최소한 경선까지) 뒤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판단했던 권노갑이 ‘가벼운 반발(충분히 무마할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에 쉽게 뒤로 물러났으니 말이다. 그가 지금까지 지지를 받았던 이유 중에 하나가 다음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었는데, 오히려 갈수록 흔들리는 형국이 되었으니 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이런 답답함에 최근 음모론을 내세워 보기도 했지만, 정확한 대상을 정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김영삼처럼 노태우를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DJ를 물고늘어질 상황이 아니다. 이게 DJ의 정치술이다.)
현재 이인제가 불리함을 깨닫고 탈당을 하더라고 ‘정당한 명분(DJ의 배신이나 탄압)’을 만들어 내기 쉬운 형국이 아니다. JP가 ‘공조 깬다!’고 난리칠 때, 그렇게 잡았던 DJ가 어느 순간 JP를 고히(?) 보냈다. 그러나 JP는 ‘DJ의 배신’이라고 몰아 부치지 못했다. 이것은 김영삼 때 JP가 ‘김영삼의 배신’으로 얻은 동정표와는 상반되는 결과다. 이인제도 JP처럼 어중간한 상황에 처해버린 것이다.
이인제 입장에서 본다면 한 마디로 지금은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DJ가 이인제를 밀어줄 명분(2선 후퇴상황이니)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이인제가 ‘DJ의 배신’을 선전할 상황도 아닌 것이다. 비록 이인제가 발버둥을 치겠지만 결국 권노갑과 함께 ‘고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쩌면 이건 권노갑에게 맡겨진 DJ의 마지막 임무일지도 모른다.
노무현과 김근태는 후보 단일화를 할 것인가?
두 명은 모두 개혁적이란 색채를 가지고 있으면서 오래전부터 ‘단일후보’를 외쳐왔다. 대선 경쟁력이나 후보자질에서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독자적인 지원세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미지와 후원세력이 겹친다고 봐야할 것이다.
특히, ‘단일후보’에 대한 확신을 심어왔던 까닭에 만약 둘이 갈라진다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며, 심각한 반발이 예상된다 하겠다. 이것은 이 두 명의 지지자들보다는 제3자에게 ‘비판 건덕지’를 던져주는 셈이어서, ‘누가 잘 못했네’부터 시작한 논쟁으로 어쩌면 정치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 보인다.(3김처럼 독자적 정치세력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나쁜 이미지가 겹친다면 그것은 자멸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으로 둘의 정치생명은 끝이라고 본다.)
결국 이 두 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둘 다 나서면 그때부터 이들의 힘은 현격하게 약화될 것이며, 대표성조차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협력을 기본조건으로 한다면 이들의 활동 폭은 대단히 넓어진다. 또한 가장 오래 버틸 것으로 생각되는 이인제와의 대결에서도 상당한 우위에 있을 것이다.
이인제는 권노갑이라는 이미지를 지워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며, 또한 동교동의 나쁜 이미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이에 반해 노김연대(혹은 김노연대)는 한화갑이라는 동교동의 긍정적 이미지를 엎고, 당내 개혁그룹이라는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이렇다면 DJ의 정당이 아닌 새로운 민주당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것이다.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 또한 많은 격랑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큰 방향은 노김연대와 이인제의 대결로 결정나게 될 것이며, 뒤로 물러난 DJ는 철저히 물러나 있을 것이다.(섣부른 간섭이 자신과 민주당에 도움될 것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밀리는 형국에서 물러난 것이다. JP에게 밀리면서 JP와 결별했듯이.... 물론 일부에서는 ‘김심’이라고 떠들지 모르나 그것은 DJ의 힘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에 자가발전으로 거론하는 것이기 쉽다.) 그러면서도 대세는 DJ의 의중대로 될 것이다. 결국 이인제에게는 탈당 명분이 없어질 것이며, 민주당의 DJ색채 또한 빠른 속도로 약화될 것이다. 오히려 일부언론과 한나라당이 ‘DJ의 영향력’을 계속 거론하면서, DJ가 물러나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상황에서 최대의 변수는 노무현과 김근태의 연대를 어떻게 하는가에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한화갑....
미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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