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2001-11-15, 20:10:17 에 mido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넘어서, 그리고 노무현을 넘어서
|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넘어서, 그리고 노무현을 넘어서
이제 김대중 정권이 1년 남았다. 그동안 IMF의 혹한에서 시작한 김대중 정권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수많은 개혁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비판을 받으면서, 현재 국민의 마음은 정부를 떠났다고 말한다. 김대중 정권의 ‘무능’을 제외하고 본다면, 과연 무엇이 김대중 정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한번쯤 생각해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것은 다음 정권에서도 극복되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한나라당의 끊임없는 딴지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또 혹자는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언론의 횡포였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는 강력한 기득권의 견제 때문이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과연 김대중 정권의 발목은 무엇이었을까?
김대중 정권의 적은 지역감정과 색깔론이었다.
지역감정과 색깔론이었다. 이 두 가지를 DJ는 뛰어 넘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정책이나 어떤 행정도 이 두 가지 지역감정과 색깔론이라는 유리벽을 통과하면 굴절되어 버렸다. 이성과 논리는 마비되어버리고, 원색적인 감정과 선동만 남게 되었다.
김대중 정권을 훨씬 혹독하게 비판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끌 수 있었음에도, 이 두 가지 전근대적 판단으로 ‘원색적인 딴지’에만 머물고 말았다. 결국 대안 없는 비판만이 김대중 정권을 겨냥하게 만들어버렸다. 대안 있는 비판은 발언권을 잃어버렸다.
TV에서 전라도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늘어선 사람들을 보여줘도 ‘전라도에는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유언비어가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 원시적인 감정으로 정치를 평가했고, 정책을 판단했고, 투표를 했다.
YS 정권보다 훨씬 적은 돈을 북에 지원했지만 DJ 정권은 ‘북한 퍼주기’라는 소리에 시달려야 했고, DJ 정권의 발걸음은 무거워졌다. 정권을 잡았지만 DJ는 여전히 빨갱이 소리를 들어야 했으며, 이는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데 큰 부담이 되었다.
이것은 또한 진보세력의 슬픔이었다. 정권교체 후 독자세력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진보세력에게 돌아온 것은 국민의 무관심이었다. 전에 비해 충실한 준비를 했고, 견실한 조직을 갖추었지만 정치지형은 본질적 변화가 없었다. 그 이유는 진보의 적이 엉뚱한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의 적도 지역감정과 색깔론이다.
진보세력의 가장 큰 적은 ‘보수나 극우’가 아니라 ‘지역감정’과 ‘색깔론’이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아닌 ‘지역감정’과 ‘색깔론’이었다. 이 두 가지 원시적인 선동 앞에서는 계급도, 현실이익도 마비되어 버렸고, 정책과 도덕성도 마비되어 버렸다. 남은 것은 결국 힘 싸움뿐이었다. DJ 실패를 바라보며 많은 진보세력들이 이를 깨닫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이 두 가지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개혁은 없을 것이며, 또한 정치개혁도 없을 것이다. 또한 진보가 현실정치에 뛰어들기 힘들 것이다. 이 두 가지 원시적인 힘을 기초로 한 ‘이익집단’의 횡포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잘못을 해도 이 지역감정과 색깔론에만 기대어 서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아니 심지어 영웅이 될 수도 있다. 정형근은 이 지역감정과 색깔론의 대표 수혜자라 하겠다. 그가 전에 무슨 행동을 했었거나,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지역감정과 색깔론이 힘을 발휘하는 한 그의 국회의원자리는 튼튼할 것이다. 이렇게 ‘개혁’을 말하는 자들은 ‘국회의원’ 자리를 걱정해야 될지 모르나, ‘진보’는 한 석이라도 얻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할지 모르나, 지역감정에 기댄 자들은 자리 걱정이 없다. 정형근은 자리 걱정이 없다. 개혁이 혹은 진보가 그렇게 처절하게 싸워도 그는 70%의 지지를 얻는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행동에 대한 책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양심세력의 슬픔이며, 민주화세력의 슬픔이며, 진보세력의 슬픔이다. 이 슬픔의 원천은 바로 지역감정과 색깔론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교묘하게 묶여있다는 것이다. 지역감정 때문에 색깔론이 살고, 색깔론 때문에 지역감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없어질 것 같았던, 심지어 죽었다던 색깔론은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대낮에 공항에서 난동을 벌이고도 멀쩡할 수 있었다.
린다김의 사건이 조작으로 밝혀져도, 과거의 어두운 면들이 들어 나도 분노하는 이들만 분노할 뿐 기득권, 그들은 걱정이 없다. 친일 경력이 있건, 독재를 도왔던 경력이 있건,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것을 ‘과격파’라고 몰아 부칠 따름이다. 행정경험이 없다고 핀잔을 줄뿐이다. 이건 적반하장이다. 그러나 지역감정과 색깔론이 힘을 발휘하는 한 이것이 현실의 힘이 된다. 정형근은 변명이 없는데, 김근태는 변명을 해야한다. 비극이란 이걸 두고 말한다.
결국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뛰어넘지 못하고선, 역사 바로 세우기도, 올바른 정책 시행도, 건전한 보수와 진보의 성립도 불가능한 것이다. 모든 가치관은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통과하는 순간 엉켜버리고, 뒤틀려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득권은 기회만 있으면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불지피려고 난리 친다. 옳고 그름은 안중에 없다. 그것이 생존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이 이런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방패로 삼고 있는 한 그것을 깬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한국의 잘못된 기득권은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먹고사는 기생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무현이다.
다음 대통령이 이것 두 가지만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100% 자격이 있다고 본다. 비록 수많은 능력이 필요한 것이 대통령이지만, 다른 걸 아무리 잘해봐야 이 두 가지를 뛰어넘지 못하면 안된다는 건 DJ 정권이 증명한 셈이다.(이건 DJ 정권에 대한 국내외 상반된 평가만 봐도 알 수 있다. 하다 못해 경제 예측도 국내에선 비관론이, 외국에서 긍정론이 나온다. 우리는 주식을 팔기 바쁜데, 외국인들은 사들이기 바쁘다.)
여기에 노무현의 소중함이 있다. 노무현이 정권을 획득한다면 이런 지역감정과 색깔론은 급격히 영향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가 된다면 전라도 기반의 경상도 정권이 되어 전국적인 정당이 되기 때문이며, 그가 민주화 투쟁을 했지만 시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무현을 뛰어 넘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 지역감정도 색깔론도 힘없는 그런 세상이 올 것이다. 그 다음에 [상식이 통하고], [정책이 통하고], [도덕성이 통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야, 안경에서 이 지역감정과 색깔론이라는 먼지를 털어 낸 다음에야, 진보가 보이고, 보수가 보일 것이다. 그 다음에야 더러운 부패가 보이고, 추악한 극우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 다음에야 ‘잘못된 기득권’들이 진정 힘을 잃을 것이다.
지역감정과 색깔론이 정리된 그 다음에야 이념의 경쟁이 들어서고, 정책의 경쟁이 들어설 것이다. 그 다음에야 자신의 이해에 맞는 투표가 이루어 질 것이다. 그 다음에야 건전한 보수와 인정받는 진보가 들어서게 될 것이다.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넘어서, 그리고 노무현을 넘어 선 그 다음에야.....
미둥 올림.
|
|
▶▷▶ 이 칼럼에 대한 짧은 의견들
|
|
Cyber Webz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