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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8-02, 15:25:44 에 mido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개혁과 기득권의 반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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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기득권의 반발에 대하여.
"개혁을 망치는 것은 섣부른 이상주의자다." 이런 생각을 한다.
모든 개혁의 핵심은 '기득권 반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아주 자질구레한 문제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혁에 대한 이념, 사상 그리고 거대담론은 오히려 쉽게 정리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을 현실에 적응시키는 과정, 그것이 어려운 것이다.
이상에는 진시황이 찾고자 했던 불노장생의 약조차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야 문명을 몰살한 스페인 군은 '이상'을 말했을지도 모르며, 이교도를 없애는데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이런 이상에 의한 현실의 비극은 크고 작게 우리를 감싸고 있다.
신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에 안착할 수 있는' 천박한 '속세적 방법론'인 것이다. 그 방법론은 언제나 '기득권의 반발'을 첫 번째 고려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개혁이란 단어는 우리가 태어나기 몇 천년 전부터 끊임없이 고민되어 왔던 단어이며, 그 성패는 어떻게 기득권의 반발을 무마시킬 것인가에 있었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정치'라는 부분일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차별이 '이성'으로 인정받는 사회이다. 인터넷이 열리고, 말문이 열리면서 그 차별에 대한 논란이 막 시작된 걸음마 단계이지만 아직도 사회적 편견은 그 힘을 굳건히 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기득권의 반발을 막는 것은 결코 '논리나 합리'가 될 수 없다. 물론 이건 비극이지만....
우리는 불행히도 현실을 살고 있다. 기득권의 반발에 특히, 그 힘을 깨고 나가지 않으면 개혁은 언제나 실패한다. 대부분 기득권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개혁세력이 가진 거라곤 명분뿐이기 때문이다. 그걸 당위성이나 논리 혹은 합리로 그 기득권을 버리라고 호소해서, 해결된다면 세상에 고민할 문제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힘든 것은 기득권에게 이런 힘을 빼앗아 오면서도 그들을 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기득권을 철저하게 해부해야 한다. 그렇게 기득권을 이해해야만 그들의 반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을 적으로 만들면 언제 반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역사가 물구나무 선 예는 허다하다.
여기서 어설픈 예를 한가지 들어본다.
군 가산점 문제가 있었다. 군 가산점은 없어져야 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별 고민없이 아주 쉽게 동의할 수 있다.
여기서 그걸 없애는 과정에는 지금까지 고민했던 것의 몇 배의 고민이 필요하고, 신중해야 한다. 이유는 바로 이상을 현실에 이식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만들어 온 법칙으로 움직이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것이 보편이 되어있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조그만 이상하나도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에는 이런 저런 반발을 부르기 일쑤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그냥 가야하는 존재다. 그렇게 국가는 남자들에게 2-3년 동안 희생(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과 대우)을 요구하고 있다. 이걸 사회적 단어로 말하자면 [착취]다. 그것도 아주 심한....
우리는 남녀평등과 그 착취당하는 자들에 대한 보상의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문제 방법이 그리 쉽지 않다. 만약 누군가 그건 너희들이 고민해라. 이건 개혁이 아니라 제몫 챙기기일 뿐이다. 이런 제몫 챙기기에서는 언제나 기득권을 가진자가 유리하다는 것을 우린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득권의 자제가 군대를 적게 간다는 통계가 있다. 이건 그들이 부패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제몫을 챙기는데 여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힘없는 자들은 시간과 능력, 그리고 경제적 이유로 많은 몫을 포기하고 살고 있다. 진단서를 땔 돈이 없어서, 아니면 병원에 가볼 시간이 없어서 '억울하게' 군대를 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상징성이 많은 반발을 무마시킨다. 모든 국가 시험의 10-30% 내에서만 국가 유공자 비스무레하게 군필자의 점수를 인정해 주고, 나머지 70% 이상에서는 '계급장 떼고' 경쟁하는 방법 같은 것을 사용했다면 좀더 반발을 쉽게 무마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10%-30%의 기득권을 인정해주고, 70%를 돌려 받는 방법이라 하겠다. 만약 남자들의 군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떠올린다면(언젠가는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10%-30%의 기득권 인정은 그리 큰 손해가 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정당한 보상을 위해서는 나라의 돈과 정력이 들것이고, 그 비용의 50%를 여성들이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방법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런 방법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현실의 수많은 문제점들을 어떻게 풀고, 어떻게 이상을 현실에 적용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 그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한 시대 아닌가 한다.
어쩌면 거대담론과 이상에 대한 논의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안에서는 당위론만 존재하면 된다. 그러나 수많은 이상적인 시약들이 임상실험과정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듯이, 이런 이상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 이런 고민없는 이상은 별다른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어떻게 공부할까요?"
이런 학생의 질문에
"잘하면 돼!"
이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린 너무도 잘 안다.
미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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