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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17, 15:25:16 에 paradox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작가 박완서의 오류 혹은 미필적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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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완서의 오류 혹은 미필적 고의
오늘자 모 일간지에 박완서 선생님께서 독자들의 '이문열 책 돌려주기 운동'에 대해 '문학을 불질러도 문단은 왜 말이 없는가?' 라고 평소 선생님답지 않은 다소 선동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것만 보며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이말이 평소 존경해오던 박완서 선생님의 경우를 두고 한말인듯 싶어 허탈감마저 듭니다. '문학을 불질러도 문단은 왜 말이 없는가?' 이말은 결국 바꿔 말하면 '소비자들이 한 기업가로부터 샀던 물건을 돈도 돌려받지 않고 반품하겠다며 반품 운동을 벌이는데 왜 기업집단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에 맞서서 기업정신에 입각해 기업이나 기업가들을 보호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가? 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전혀 사실의 본질과 동떨어진 견해일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실을 호도하는 말씀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이문열씨의 시민사회와 독자에게 보여줬던 언행과 그에 대한 시민들의 대응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관계로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이문열씨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그러한 언행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인의 입장으로써도 대단히 적절하지 못했다고 하는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것으로 생각합니다. (무고한 시민단체를 '홍위병'에 비유했던일, 이에 분노하며 책을 반환하겠다는 독자들에게 책을 보내주면 이자까지 쳐서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던일, 책 반환행사를 주관했던 한 독자에게 '혹시 전라도 출신 아니냐?' '부모님이 전라도 출신이냐?'는등 차마 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것들이었지요) 따라서 선생님의 '문학을 불질러도 문단은 왜 말이 없는가?' 라는 말씀은 사안의 본질을 확대하여 왜곡시킨 옳지못한 견해라고 단언합니다. 독자들은 문학 전체를 불지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반이성적이고도 반시민적인 발언을 저지르고 있는 한 정치성 짙은 문학인의 언행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을 뿐입니다. 말하자면 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 부도덕한 기업가에 대한 소비자로써의 분노의 표시였던 것입니다.
저는 또한 선생님의 '문학을 불질러도 문단은 왜 말이 없는가?' 라는 말씀에서 한국 사회의 커다란 병폐의 하나인 패거리 의식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비이성적이고 비도덕적이고 반시민적인 한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분노를 마치 문학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확대 해석하고 이것을 통해 문단 전체를 자극하고있는 선생님의 글은 도저히 이것이 선생님의 글이라고는 믿을수가 없습니다. 너무나도 수구족벌 언론들의 논리와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작가에겐 최소한 이문열씨와 같은 그런 상처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것 아닌가요?'라고 말씀하신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할말을 잃을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부도덕하고 비이성적인 발언을 일삼는 한 문인의 권리는 보호받아야하고 그 문인이 내뱉은 말에 수많은 상처를 입어야했던 시민단체들과 독자들의 권리는 누구로부터 어떻게 보호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문학의 영토를 사회와 정의와 역사의 명분으로 마구 확장시킬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누가 문학의 영토를 진정한 문학의 영토로써 지켜내지 않고 사회와 정의와 역사의 명분으로 마구 확장 시켰습니까? 독자들이 그렇게 했습니까? 아니면 시민단체들이 그렇게 했습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이문열씨와 같은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일부 몰지각한 문인 자신들에 의해 마구 확장되고 있으며 그런 일부 문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문학이라는 여과장치 없는 터널을 통해 마구 배출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다라는 견해에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선생님께 감히 부탁 드리고자 합니다. 이문열씨의 사안에 대해 직시해 주십시요. 그리고 이 문제가 마치 문단 전체에 대한 시민단체와 독자들의 공격인양 확대해석하고 왜곡하는 작업을 중지 하십시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나는 한국 문인들 거의 대부분이 원치 않는 구조와 질서 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구조와 질서는 영원불멸의 것이 아님을 믿는다. 나는 기존 구조와 질서가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미력이나마 일조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듯이 문인들 거의 대부분이 갇혀있는 그 '원치않는 구조와 질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일조해 주십시요.
선생님의 '문학의 영토를 사회와 정의와 역사의 명분으로 마구 확장시킬 것이 아닙니다. 순수의 이름으로 웅크려서도 안됩니다. 문단은 이제 다시 문학은 무엇인가를 묻고, 대답해주어야 합니다.' 라는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제발 더이상 방치하지 마시고 스스로 신중히 묻고 생각하시어 올바른 문학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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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불질러도 문단은 왜 말이없는가
[글과 세상] 문학을 불질러도 문단은 왜 말이없는가
"그렇게까지 문학이 모독당하는 일이 생겨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이문열씨와 같은 생각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에겐 최소한 그런 상처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수많은 문학 단체의 침묵은 또 뭡니까.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떠한 발언도 없이 그냥 넘기는 건 문학하는 사람들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설가 박완서씨는 웬만해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무슨 사건이 터져 거기에 대한 '고견'을 꼭 듣고 싶어 원고 청탁에 들어가면 번번이 거절입니다. "제가 뭘,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있겠습니까"며 수줍은 말투로 완강히 거부만하던 박씨가 이번에는 절로 터져나온 듯 '발언'을 했습니다.
곧 나올 '문예중앙'겨울호에 실릴 인터뷰 기사에서 박씨는 지난 3일 벌어진 이문열씨의 책 장례식에 대한 충격을 위와 같이 토로하며 분개했습니다.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 의 반문화적 행동에 대한 질책이면서도 그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작금의 문단에 대한 분노이기도 할 것입니다.
"나는 문학을 사랑하고 문인을 존경한다. 그런 사랑과 존경이 없었더라면 내가 감히 어찌 '한국 문학의 위선과 기만'이라는 구호를 외칠 수 있겠는가. 이는 결코 모순이 아니다. 나는 한국 문인들 거의 대부분이 원치 않는 구조와 질서 속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구조와 질서는 영원불멸의 것이 아님을 믿는다. 나는 기존 구조와 질서가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미력이나마 일조하고 싶을 뿐이다."
강준만(전북대 교수) 씨는 최근에 펴낸 『한국 문학의 위선과 기만』(개마고원.9천8백원) 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한국 문단과 문인의 행태를 매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문단의 아웃사이더로서, 해서 끝끝내 한국 문학을 책임지지 않아도 될 입장에서 나온 말이어서 그런지 우리 문단의 아픈 부분을 시원스레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단의 '기존 구조와 질서'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그 지적이 몹시 못마땅하고 아플텐데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올해 중앙일보는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을 제정했습니다. 심장에 펜촉을 콕콕 찔러가며 쓴 원고로 남의 가슴에도 그런 감동을 줄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을 고르기 위해 심사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름을 대면 독자들도 알 만한 몇몇 문인들로부터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왜 내가 탈락됐으며 심사 기준이 뭐였느냐는 것입니다.
문학 위기의 시대가 아니라 정말이지 문학이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문학을 불질러 장사 지내고, 논객들은 문학의 행태를 마음 다잡은 듯 비판하고, 문인 스스로도 문학이 무어냐고 묻고 있습니다. 드러내놓고 시위하듯 말입니다. 그런데도 문단, 문학단체와 문예지들은 꿀먹은 벙어리같이 묵묵부답입니다.
문학의 영토를 사회와 정의와 역사의 명분으로 마구 확장시킬 것이 아닙니다. 순수의 이름으로 웅크려서도 안됩니다. 문단은 이제 다시 문학은 무엇인가를 묻고, 대답해주어야 합니다.
무엇을 위한 문학이 아니라 문학 자체는 무엇인가를 소리 높여 물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문학은 조용히 그 모든 것을 위하고 아우르는 문학이 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경철 [bacchus@joongang.co.kr]
2001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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