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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19, 23:24:27 에 swans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나의 진보에 침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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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을 진보라고 자처하는 '건방진 놈'이다. '진보'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보수'를 욕하고 이 나라의 수구보수세력들을 증오하는 '놈씨'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남들의 입을 빌리면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내가, '하고픈 것을 다 누리면서 살' 내가 언제부터 가진자들에 대해서 혐오감을 가졌는지 나 자신도 뚜렷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왜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특별히 도덕적으로 우월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우리 집이 한국적 상황에서 '피해자'의 입장도 아닌 것을 보면 내가 주장하는 '진보적 목소리'는 그저 한낱 '누워서 침뱉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패한 나라에서는 하나라도 더 가지고 있는 것조차도 죄'라고 믿는 나이기에 '누워서 침뱉기'라도 그래야 한다는 '의무'가 강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내가 가진 한국적 상황에서의 '죄'로 인해서 더더욱 그 '의무'가 강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끔 내속에서 '이념적 진보와 삶의 보수'를 발견할 때마다 내 속의 위선적인 모습에서 나는 역겨움을 느낀다. 사회적 약자는 그 사회에서 가해지는 그 어떤 억압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고 믿는 내가 언젠가 이 사회의 약자인 동성애자들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때 나는 '사회적 약자'를 단순화 해버린 나 자신의 '위선적 진보'의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정신적 장애인'인 내가 '육체적 장애인'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발견하고선, '육체적 비장애인'으로서의 안도감을 내쉬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선 난 그저 '수 많은 놈씨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보'라는 이름의 틀속에 나의 '한쪽 발'을 끝까지 걸치고 있는 이유는 그럴때마다 내가 느끼는 '부끄러움'때문이다. '온 몸'이 보수속에 걸쳐있지만 힘겹게나마 '한쪽 발'을 진보속에 걸치고 있는 것은 그러한 부끄러움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이 사회의 부조리와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을 '상식'으로 인식하고 살아온 내 자신에 대한 '고해성사'의 마음인 것이다. 또한 그 '고해성사'가 현실적 문제해결로 되기 위해선 '진보적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때문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또한번 나의 위선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그리고 나의 '진보적 목소리'라고 하는 '누워서 침뱉기'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1989년도에 덤프트럭과 부딪혀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역경속에서도 왼손의 신경이 살아남아 준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는 <한겨레21>의 이주의 독자로 선정된 최종진씨. 그의 시를 되새겨보면서 나의 '진보적 목소리'에 '침을 뱉고' 무엇이 진정한 진보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의 왼손
죄 많은 나를 치시어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하셨지만
좋으신 하나님은 끝끝내
나를 버리지 않으시고 이렇게
글 쓸 수 있는 힘을 남겨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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