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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4-24, 10:35:32 에 cj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한나라당] 한나라당 보-혁 '세 다툼'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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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피플]
한나라당 보-혁 '세 다툼' 이전투구
한나라당내 보수와 진보 진영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게 패이고 있다.그 동안 서로 상대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던 틀에서 벗어나 노골적으로 세를 규 합하는가 하면,상대 진영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양 진영의 갈등이 표면화한 건 지난 9일 최병렬(崔秉烈)부총재와 김용갑( 金容甲)·정형근(鄭亨根)·김기춘(金淇春)의원 등 보수성향 의원 10여명이 ‘보수 단합’의 기치아래 모임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이들은 모임을 출범시킬 D-데이를 10일로 잡고 30명선까지 세를 불렸으 나,거사 하루 전에 언론에 의해 파문이 확산되고,이에 따라 진보 진영의 반 발이 거세게 일자 결국 모임을 무기연기했다.여기에는 물론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자제 지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보수 진영이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그동안 진보 진영의 움직임에 별반 대 응을 안했던 보수파가 세 규합을 추진했다는 사실 자체는 진보 진영을 긴장 시키기에 충분했다.진보성향의 김원웅(金元雄)의원이 9일 즉각 “보수를 가 장한 수구의 준동을 묵과할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은 위기감의 발로 라 할 수 있다.
어쨌든 보수진영의 모임 취소로 보·혁 갈등은 당분간 잠복하는 듯 했다. 그런데 김용갑 의원 등 보수파는 이틀 뒤인 11일 김원웅 의원의 9일 발언을 문제 삼아 김원웅 의원에 대한 징계 건의안을 당 지도부에 제출하고 나섰다. 김용갑 의원은 “김원웅 의원이 나를 비롯한 동료의원에게 독버섯이니,친일 파니 하면서 모욕적 언사를 내뱉은 것은 명백한 해당행위이므로,징계받아 마 땅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다음날 이 소식을 들은 김원웅 의원은 “웃기는 사람들”이라고 실소를 터뜨린 뒤 “내 발언은 정치적 소신이므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제 양 진영의 대립은 특정인에게 벌을 가해야만 직성이 풀리는,그야말로 이것 저것 가릴 것 없는 이전투구의 문턱에까지 온 것이다.
▲갈등의 원인=정작 곤혹스러운 쪽은 이회창 총재다.이 총재는 12일 ‘징계 건의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큰 집안에서 이런 저런 일 다 생기는 거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하지만,평 소 논리적인 화법을 즐겨쓰는 그가 즉답을 애써 회피하는 모습은 그만큼 곤 혹스럽다는 심경을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같은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총재 자 신이다.보수진영이든,진보진영이든 모두 지난해 4·13총선 때 이 총재가 공 천한 사람들이란 점에서 그렇다.
당시 이 총재는 이념의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철저하게 당선 가능성을 우선시했다.이에 따라 영남권에서는 보수세력들이,수도권에서는 진보세력들 이 다수 공천을 받았다.이같은 전략은 결국 상당부분 맞아 떨어졌지만,문제 는 그 다음부터였다.보수 색깔 일변도였던 당에 진보세력들이 상당수 진입하 면서 파열음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북 화해무드가 본격화,국가보안법 개정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당론은 갈라지기 시작했다.초·재선 중심의 진보성향 의원들이 여권의 국보법 개정 추진에 적극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그중 원희룡(元喜龍)·김부겸(金富謙)·남경필(南景弼)·안영근(安泳根)· 서상섭(徐相燮)의원 등 15명의 진보성향 의원들로 구성된 ‘미래연대’는 이 총재 등 당 지도부가 국보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최근 국보법 개 정안을 당론과 상관없이 단독으로 국회에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히기에 이르 렀다.
보수파들의 모임 결성은 이같은 시점에서 나온 ‘반격’이다.수적으로 보 수진영이 워낙 우세해 그동안은 참았지만,더 이상은 두고보기엔 위험한 단계 에 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갈등의 이면=양 진영이 대립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물론 사상적인 신념의 차이다.그러나 그 이면에는 치열한 세력 다툼이 작용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진보진영은 이념적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당내에서 자신들의 입지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20명안팎의 소수파인 이들이 다 수파인 기득권층을 겨냥할 수 있는 무기로 이념문제 만큼 ‘고상한’ 게 없 다.진보진영은 급변하는 시대적 조류에 편승해 보수세력을 일거해 무력화시 키려는 희망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을 법하다.
보수세력 역시 선수(選數)나 나이로 진보진영의 도전을 제압하려다가는 유 치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그보다는 주무기인 ‘색깔 논쟁’으로 자신 의 지지층을 다지는 게 훨씬 수월하다.
▲갈등의 득실=그렇다해도 의문은 남는다.‘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 면 어느 한쪽의 표를 잃을텐데…’라는 물음이다.물론,여기에도 치밀한 계산 이 수립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보진영의 경우 반드시 보수성향의 표를 잃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다.선거철이 되면 어차피 영남 표와 보수 표는 진보니,보수니 따질 것 없이 한나라당 후보에게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해말 김용갑(金容甲)의원이 “민주당은 노동당 2중대”라는 발언을 했을 때 진보 성향의 이부영(李富榮)부총재가 “한나라당이 경상도 당이냐”고 대놓고 흥 분한 것도 치밀한 정치적 계산 아래 나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수성향 의원들의 경우 대부분 지역감정이 많이 작용하는 영남권 출신이 므로,보·혁 갈등으로 인한 득실이 선거때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 하고 있다.작용하더라도 아직은 보수층이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는 나름대로의 분석이 그들의 선택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갈등의 미래=이같은 분석이 맞는다면,진보나 보수진영 둘다 표면적으로는 극한 대립을 펼치는 것 같지만,실제 당을 깨는 등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그보다는 한나라당이라는 경기장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툼을 벌이는 게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은 치열한 다툼을 벌이면서도 ‘결정 타’를 내는 데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엿보인다.
김원웅 의원에 대한 징계 건의안을 제출한 김용갑 의원은 12일 ‘만일 지 도부가 징계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건의안을 낸 데 의미가 있는거지…”라고 대답,징계안 제출이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는 인상을 풍겼다.
진보 진영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 몸을 사리기 일쑤다.9일 보수 모임 사실 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미래연대의 원희룡 의원이 최병렬 부총재와 즉각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양측간에 심각한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고,대화 가 잘되고 있다”고 해명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결국 미래연대는 며 칠 뒤 모임을 갖고 국보법 개정안 단독 제출을 유보했다.
그렇긴 하지만,당의 분열을 누구보다 우려하는 이 총재가 100% 안심할 수 만도 없다.현 단계에서 이 총재측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여권이 교섭 단체 구성 요건을 14석으로 끌어내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는 것이 다.이 법이 통과되면 이념을 달리하는 소수가 비교적 쉽게 당을 뛰쳐나가 영 향력 있는 신당을 창당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한나라당에서 국회 법 개정안에 극구 반대하는 이면에는 자민련에 대한 견제외에도 이러한 우려 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김상연 정치팀기자[carlos@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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