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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6-27, 20:08:26 에 ilovsky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민주당] 떠오른 '권력 벤처' 민주당 소장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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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저널]
떠오른 '권력 벤처' 민주당 소장파
시사저널 607호 [정치/ 커버스토리] 2001. 6. 13
정풍운동 주도해 영향력 과시하고 당정 쇄신 '물꼬'…
동교동에 맞서는 '새 파워 집단'으로 자리매김
민주당 내부의 권력 투쟁이 점입가경이다. 소장파와 동교동 구파의 대립각이 날카로운 가운데 영웅 탄생, 내부 반란, 음모, 구세주 출현 같은 극적 요소가 총망라되었다. 영화 〈친구〉보다 더 흥미진진한 민주당 파워 게임을 정리한다.
지난 5월31일 민주당 워크숍을 보고 난 한 정치 평론가의 소감이다. 그의 말마따나 이번 민주당 워크숍은 흥미거리를 고루 갖춘 10시간짜리 대작이었다. 우선 출연진이 호화로웠다. 드라마의 필수 요소인 갈등 구조가 이미 갖추어진 데다, 김민석 의원의 배신과 추미애 의원의 반격 같은 돌발 상황이 속출했다.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만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소장파가 요구한 인적 청산에 대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번 워크숍이 흥행 실적만큼 남는 장사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당정 쇄신의 폭을 떠나 소장파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첫째, 당내 영향력 과시다. 5월24일 초선들의 1차 성명, 5월25일 재선 그룹의 2차 성명 그리고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개혁파의 가세는 결국 의원 100여 명이 총출동해 밤샘 마라톤 회의를 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중도파에 속한 한 고위 당직자는 "김민석 의원이 절차를 따지고 있지만, 2차 성명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이런 파급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추락하던 당 지지도에 버팀목 구실
두 번째는 당정 쇄신의 물꼬를 튼 점이다. 사실 이번 소장파의 반란은 예고된 순서였다. 동교동 구파가 전면 복귀한 3·26 개각과 그에 이은 4·26 재·보선 참패 그리고 동교동계가 주도한 박금성·이무영 경찰총장 인선 파동을 지켜보면서 민주당 안에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특히 소장파에게 충격을 준 것은 5월 초 보도된 당 내부 여론조사 결과. 한 소장파 의원은 "민주당 텃밭에서도 진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위기감이 극도로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소장파 사이에서 '5월 거사설'이니 '6월 거사설'이니 하는 얘기가 돌아다니기 시작한 때가 이 즈음이다. 그런 와중에 안동수 법무부장관 파문이 터졌고, 이 때문에 거사가 앞당겨진 셈이다. 김성호 의원은 "그동안 어떤 일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몰랐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으로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했고, 또 당정 쇄신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는, 날개 없이 추락하던 민주당 지지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MBC(5월31일)와 〈중앙일보〉(5월31일∼6월1일)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소장파의 성명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각각 54.3%와 58%에 이른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즉 30∼40대 남자와 대졸 이상 고학력층의 지지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차기 대선에서 승패의 분수령이 될 수도권 유권자의 지지율도 평균을 웃돌았다. 이는 결국 소장파의 성명이 민주당 지지층에 '희망'을 주어 더 이상의 이탈을 방지하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풀이된다. 〈내일신문〉 조사에서는 DJ 지지도가 4월에 비해 1.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동교동 대항마 : 정동영 최고위원을 앞세운 초·재선 그룹이 민주당 내 새로운 파워 집단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소장파에게 이번 정풍운동의 최대 성과는 그들 스스로가 민주당의 '새로운 권력'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번 정풍운동은 크게 동교동 구파 대 소장파의 권력 투쟁 양상을 띠고 있다. 국민들 역시 65.9%가 이번 정풍운동을 계기로 빚어진 계파간 갈등이 차기 대권과 당권을 둘러싼 권력 투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본다(MBC 여론조사).
핵심 진영은 크게 네 그룹, 즉 소장파·동교동 구파·동교동 신파·중도파로 나뉜다.
소장파는 다시 1차 성명을 주도한 초선 그룹과 2차 성명을 주도한 재선 그룹으로 나뉜다. 김태홍 의원이 리더 격인 초선 그룹은 지난해 9월 13인의 반란 이후 매주 월요일 조찬 모임을 꾸려오고 있어 '월요 모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리더인 재선 그룹은 국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바른정치모임'이 모태다. 16대 국회 들어 만든 여야 의원의 공부 모임으로, 재선 7인(정동영·천정배·신기남·정동채·정세균·추미애·김민석)이 핵심 세력이다.
동교동 구파는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정점으로 하는 가신 그룹(김옥두·최재승·윤철상 등)과 친권노갑파(안동선·이훈평·김태랑·김방림 등), 청와대 라인(한광옥·남궁진·박지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동교동 신파에는 한화갑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문희상·설 훈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그리고 김중권 대표를 비롯한 이인제·김근태·노무현 등 대권 주자군, 당 지도부, 기타 소규모 모임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세력으로만 보면 소장파는 왜소하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정풍운동 과정에서 쇄신의 대상으로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한광옥 비서실장, 박지원 정책기획수석 등 동교동 구파를 정조준했다. 차기 당권과 대선 주자 결정 과정에서 동교동 구파의 입김을 확실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동교동 구파가 '거짓말' '사심' 같은 어휘를 동원하며 소장파에 적극 대응한 것도 이번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감 때문이다. 그러나 민심을 등에 업은 소장파는 동교동 신파와 중도파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동교동 구파에 맞서는 새로운 대항마로 확실히 떠올랐다. 박상규 사무총장은 이런 당내 권력 구도를 '소장파 10%, 훈구파 20%, 소장파 지지 70%'라고 압축했다. 한 서명파 의원은 "최소한 한광옥 실장이 당 대표로 오는 것은 막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권노갑 전 위원의 마포 사무실을 폐쇄하라고 지시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소장파가 권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는 증거는, 이들을 대하는 당 안팎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1차 성명에 동참한 한 초선 의원은 "'누구는 이번에 날려야 되는 것 아니냐' '누구 누구는 쇄신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주문이 여기저기서 들어 왔다. 권력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를 깨달았다"라고 고백했다.
민주당 차기 주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사실 이번 정풍 파동에서 한화갑 최고위원을 제외한 차기 주자들은 대부분 관망하는 자세였다. 당정 쇄신이 필요하다는 소장파의 주장에는 공감하면서도 당내 최대 주주인 동교동 구파에 밉보이면 손해라는 계산이 작용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을 지켰고, 노무현 고문과 김근태 최고위원이 '소장파의 충정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개진했을 뿐이다. 본인이 쇄신 대상에 오른 김중권 대표는 뭐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소장파 사이에서는 서운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난처한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지나치게 몸을 사린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한화갑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한위원은 '청와대 책임론'을 들고 나와 소장파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공격 목표도 분명히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한위원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김중권 대표를 공격 대상에서 빼줌으로써 양측의 인심을 얻고 궁극적으로는 김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고도의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죽 쑤어서 한화갑 주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런 소장파의 기류를 파악한 대권 주자들은 나름으로 해명을 하며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던 노무현 고문은 "이미 대세가 소장파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보수 언론과의 싸움으로 방패막이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고, 김근태 위원 측근은 "완충 지대를 만들어 관망파가 소장파에게 동조하도록 한 것이 바로 김위원의 역할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김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아 수혜자 대열에 오른 김대표는 "추미애 의원은 예민한 문제를 논리 정연하게 접근했다"라고 칭찬했다. 소장파를 개별적으로 격려한 이인제 위원은 동교동 구파로부터 양다리를 걸쳤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렇듯 소장파는 이번 거사를 통해 세력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문제는 이 세력이 과연 차기 당권·대권 논의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아직은 비관론이 우세하다. 당장 초·재선 그룹 간에 신뢰가 부족하다. 한 재선 의원은 초선 그룹의 보안 의식 부재를 문제 삼았다. 한 예로 5월29일 14인 회동 장소를 여러 번 옮기면서까지 보안에 신경을 썼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기자들이 몰려와 기가 막혔다는 것이다. 그는 "바른정치모임 의원들이 일전에 대마도에 다녀왔지만, 갔다는 사실말고는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라면서 초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신뢰 부족·리더십 부재는 한계
사실 재선과 초선 그룹은 성격이 판이하다. 재선 그룹은 오랫동안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호흡을 맞추어 왔을 뿐 아니라 부부 동반 모임도 정기적으로 가지는 등 개인적으로 끈끈한 교분을 쌓아 왔다. 이 때문에 웬만한 일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당초 천정배·신기남 의원의 2차 성명을 말리던 정동영 최고위원이 결국 적극 지지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도 이런 관계 때문이다. 정위원은 이를 '자동 개입'이라고 표현했다. 당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서명파 동조를 자제했던 추미애 의원이 김민석 의원의 기조 발제 이후 수세에 몰리는 소장파를 위해 막판 대반격을 시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추의원은 그날 이후 소장파 사이에서 '추다르크'로 불린다.
이에 비해 초선 그룹은 색깔이 가지각색이다. 누구 누구는 지나치게 언론 플레이에 집착하고, 누구 누구는 동교동계와 가깝고, 누구 누구는 어정쩡하다는 식의 내부 평가가 엇갈린다. 당내 대권 주자에 대한 친소 관계도 다 다르다. 이번 거사 과정에서 당 대표를 쇄신 대상에 넣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소장파 내부에 분란이 생긴 것도 바로 이런 초선 그룹의 서로 다른 성향 때문이다.
소장파 내부의 무지개 스펙트럼과 함께 또 다른 한계로 지적되는 것이 리더십 부재다. 현재 초선 그룹은 딱히 리더가 없고, 재선 그룹은 정동영 위원이 리더 격이다. 그런데 정위원은 아직 지도자 자질을 검증받지 못했다. 지난해 말 '권노갑 퇴진' 발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는 했지만 조직가로서의 면모는 '글쎄올시다'수준이다. 이번 정풍운동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 결국 한화갑 위원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한위원은 '청와대 책임론'을 내세우기 전 '정위원이 성명파의 배후인지, 정위원에게 리더십이 있는지'를 여러 차례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소장파가 새로운 권력으로 세를 형성하리라는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여러 차례 시행 착오를 거쳐 이제는 어떤 논의든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소장파 그룹이 기본적으로 민심을 토대로 하고 있는 만큼 과정에서 이견이 좀 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다른 한 초선 의원은, 처음엔 임시 모임이던 것이 점차 자생력을 갖추어 가는 만큼 앞으로 더욱 세련된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교동 구파와 일합을 겨룬 소장파는 당분간 내부 정비와 함께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후속 조처가 미진할 경우 이들이 제2, 제3의 정풍운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최소한 인사 검증 라인 퇴진, 당 공식 조직을 무력화하는 비선 조직의 영향력 차단 같은 두 가지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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