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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4-24, 10:48:42 에 cj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청와대] 여의도에 '국정원' 기압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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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저널]
여의도에 '국정원' 기압골
신임 원장, '국정 예측 기능' 강조… 여권 '반색', 야당 '초긴장'
박지원 정책기획수석과 함께 야당이 경계 대상 1호로 지목하는 인물이 바로 신 건 국정원장이다. 3·26 개각 이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주변에서는 '신 건이 문제'라는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검찰 수사통에다 국내 문제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을 지낸 그를 국정원장에 발탁한 것을 두고 '내년 대선에서 국정원을 정치 공작의 전위부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며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신원장이 지난 3월27일 취임사에서 '국정 전반에 대한 예측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자, 야당의 의구심은 더욱 짙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통' 원장 : DJ가 신 건 원장을 임면한 배경에는 국내 정보 수집을 강화해 국정원의 '예보 기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지나친 노파심이라고 일축한다. 국가 정보기관이 정보를 수집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는 것은 상식이며, 오히려 그동안 국정원의 기능이 대북 업무에 편향되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는 반박이다.
이런 국정원의 기능 편향은 DJ가 지닌 국정원에 대한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야당 시절 정보기관으로부터 유난히 시달린 그는 정권을 잡은 후에도 국정원을 친위 부대로 생각하기보다 개혁 대상으로 여겼다. 초대 이종찬 원장 시절 국정원이 정치 정보보다 해외와 경제 정보 수집에 치중하도록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이런 국내 파트 억제는 국정 운영에 여러 가지 난맥상을 초래했다. 여권에서는 과거 안기부가 한 역할 가운데 문민정부 이후 없어진 것을 세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언로 역할이다.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포장해서 전달하던 군사 정권 시절 안기부는 세상 구석구석의 생생한 정보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창구였다. 두 번째는 군기반장 역할이다. 과거 공직자들에게 안기부는 검찰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였다. 사소한 권력형 비리는 더 커지기 전에 미리 안기부 선에서 싹이 잘렸다. 세 번째는 조정 기능이다. 정부 부처에 이견이 있을 때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안기부가 나서서 조정 역할을 했다. 이른바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그것이다.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언로와 군기 반장 역할은 언론이나 검찰 같은 다른 기관이 활성화하면 굳이 국정원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조정 역할은 대체할 마땅한 기관이 없다. DJ 정권에서 정책 혼선이 자주 빚어진 이유는 바로 국정원이 조정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라고 DJ정권 국정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DJ는 국무조정실장을 장관으로 격상시켜 이런 조정 역할을 맡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자리는 자민련 몫으로 인식되면서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국정원의 조정 기능 상실과 대안으로 삼았던 국무조정실의 역할 부재는 곧바로 의약 분업·국민 연금·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각종 정부 정책의 파행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만약 국정원의 예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의약 분업 사태가 이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가에서는 DJ가 신원장을 기용한 것도 이런 문제 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신원장 역시 DJ의 의중을 십분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국정원장에 발탁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나 대북 문제 전문가가 아닌데도 내가 발탁된 것은 국내 현안을 해결하는 데 좀더 내실 있게 기여하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대북 문제는 통일부가 주로 맡고 국정원은 소리 없이 조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임동원 체제의 국정원에 여러 가지 불만을 표출해온 여권 인사들은 한결같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여권 인사들이 신원장을 '적임자'라고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국정원을 잘 안다는 점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국정원을 모르는 사람이 가면 학습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신원장은 이미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 시행착오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인 한 의원은 신원장이 검찰 수뇌부 출신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통치권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양대 권력 기관이 검찰과 국정원인데, 검찰 사정에 정통한 신원장이 국정원을 접수함에 따라 양 기관의 협조 체제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원장 취임을 계기로 검찰과 국정원 사이의 서먹했던 관계가 해소되리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진승현 게이트 파문 당시 검찰이 국정원 고위 간부를 조사하면서 양쪽에 긴장 관계가 조성되었었다.
그러나 여권 인사들이 가장 강조하는 대목은 신원장이 별로 정치적 욕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15대 총선 때부터 고향인 전북에서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마다했다. 그의 한 측근은 신원장이 바라는 것은 명예 회복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죽이기 본격화할지도"
ⓒ 연합뉴스
'대북통' 원장 : 임동원 전 원장(왼쪽)은 지나치게 대북 업무에 치중에 눈총을 받았다.
호남 출신으로는 드물게 법무부 차관까지 올라갔던 그는 문민정부 초기 대대적인 공직 사정 때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인 정덕진씨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중도 하차했다. 그 후 변호사 생활을 하던 그가 1997년 대선 직전 DJ 캠프에 합류한 것도 명예 회복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신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안기부의 북풍 공작을 차단하는 데 맹활약하며 DJ의 신임을 얻었다. 당시 팀장을 맡았던 조세형 고문은 신원장이 없었다면 아마 북풍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DJ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는 국회의원보다 법무부장관에 집착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검찰에서 시작해 법무부장관으로 끝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는 국정원장 취임 후 언론사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개각을 며칠 앞두고 뭔가 일을 맡기겠다는 언질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 내심 법무부장관인 줄 알았는데, 개각 직전 국정원장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도 놀랐다"라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이런 무관심 때문에 여권 인사들은 신원장이 무리하게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조계 출신인 한 중진 의원은 "신원장은 리걸 마인드(법 정신)가 투철한 사람이다. 정도를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옹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좀체 경계를 늦추지 않을 태세다. 정권의 운명이 걸린 선거전이 치열해지면 신원장이 언제 무소불위의 국정원 힘을 동원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의 한 핵심 측근은 "신원장이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내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그간 수집한 자료들을 활용해 '이회창 죽이기'에는 충분히 나설 것으로 본다"라고 우려했다. 여기에는 지난 연말과 올해 초 한나라당을 벼랑 끝으로 내몬 '안기부 자금 사건'의 총지휘자가 신 건이고, 이회창 총재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총풍·세풍 사건을 가장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 역시 신 건이라는 원초적 불안감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신원장을 일찌감치 흠집 내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최대한 잠행하고 있는 신원장과,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며 어떻게든 신 건의 국정원을 흔들려는 한나라당 사이에 당분간 신경전이 팽팽할 것 같다.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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