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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09, 22:26:38 에 cjong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한나라당] '집권 증후군'에 빠진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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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 저널]
'집권 증후군'에 빠진 한나라당
재정 3법 제정 등 '차기 정권 부담 덜기' 주력…
현상 유지 집착, 때 이른 자리 다툼도
이회창 총재에게 1997년은 악몽이었다. 그 싹은 이미 그 해 7월에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신한국당 후보 경선 직후 열린 이회창 후보 당선 자축연에서 황낙주 의원(당시)은 이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를 '영부인'이라고까지 불렀다. 이후보가 헬기를 이용해 지방 유세를 가면 의원들이 너도나도 수행하기를 원해 비서진이 탑승 인원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고는 했다.
ⓒ 시사저널 이상철
"상기하자, 1997년" : 지난 15대 대선 직후 이회창 캠프에서는 때 이른 자신감 때문에 다 잡은 정권을 놓쳤다는 반성이 있었다. 위는 당시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 기뻐하는 이회창 후보.
이러한 '김칫국 분위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이른바 7인방이라고 불린 이후보 측근들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고, 내부의 힘겨루기도 치열해졌다. 아쉬울 것이 별로 없으니 이인제·박찬종 등 중요한 변수가 될 인물들을 붙잡는 것도 사활적인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속도로가 개통되기도 전에 시승식을 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1997년 악몽 되살아날라"
'상기하자 1997년.' 요즈음 한나라당에 필요함직한 구호다. 올해 초 집권 여당이 강한 여당론을 들고 나오면서 잠시 주춤하던 '이회창 대세론'이 다시 위세를 떨치자 최근 한나라당 내에는 때 이른 '집권 증후군'이 곳곳에서 돌출하고 있다.
6월1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 최연희 의원이 장관들까지 소관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자는 파격적인 인사청문회법 초안을 발표하자 대뜸 이상배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너무 제약하면 나중에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한나라당은 대여 공세에서도 차기 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사안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 문제와 국가 채무 문제. 정부가 현대를 지원하면 그 부작용이 2003년 이후에 나타나 결국 차기 정권이 그 부담을 안을 것이라고 본다. 곪은 곳을 지금 째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가 채무 문제의 경우 이대로 간다면 차기 정권은 매년 국가 재정의 10∼15%를 국가 부채를 유지·감당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인식이다. 그래서 아예 지금부터 국가 채무를 최소화하도록 압박을 가해 차기 정권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한나라당이 재정 3법 제정을 추진하는 이유이다.
물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건전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며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재정 파탄을 걱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집권 경험이 있는 야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는 것이다. 국가혁신위원회 결성에 대한 여권의 비난에 대해서도 혀를 찬다. 정당 사상 최초로 체계적으로 준비해 집권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 집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악의적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한인옥 여사 '안방 정치' 입방아 올라
그러나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비록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조기 집권 증후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이총재에 대한 충성 경쟁과 '심기 경호'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마전 모내기 행사 때 일어난 촌극(36쪽 참조)이나 이총재의 차량 번호를 2002번으로 했다가 다시 바꾼 일이 단적인 사례다. 한인옥 여사의 안방 정치에 대한 입방아도 심심치 않게 포착된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최근 의원 부인들은 물론 의원들까지 한여사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나도 줄을 서야 하나"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1997년에도 그랬듯이 조기 집권 증후군의 한 증상은 때 이른 자리다툼. 국가혁신위원회 구성 때 서로 참여하려고 했던 것도 이 위원회가 섀도 캐비닛이니, 정권인수위원회로 연결될 것이니 하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이총재의 일부 측근들이 자리다툼 차원에서 최병렬 부총재를 견제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총재가 세 확대보다는 '우리편 지키기'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97년 이총재가 당시 대선의 최대 변수였던 이인제 후보를 붙잡는 데 정성을 들이지 않았던 경우를 떠올리게 한다. 차기 대선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YS는 이총재가 최근 당직 개편에서 김무성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고 권철현 의원을 대변인에 유임시키는가 하면 박관용 의원을 국가혁신위 부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부산 출신 의원들을 중용한 것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YS의 도움 없이 부산을 접수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나라당내 개혁파는 최근 이총재가 '선명 보수 노선'을 걷는 것도 조기 집권 증후군의 한 증상이라고 지적한다. 개혁파인 한 의원은 "개혁적인 젊은층과 수도권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누차 지적했지만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1997년의 악몽을 잊을 수 없는 이총재는 물론 그의 핵심 측근들도 조기 집권 증후군의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문제는 구여권 출신이 대다수인 한나라당의 속성이다. 즉 현상 유지 경향이 강하고 대세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권력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집권 증후군의 부작용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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